선배 스타트업의 조언
지난 11월 19일, 청년 스타트업 콘테스트 청청콘을 마쳤다. 장려상을 수상해 5000만원의 상금까지 받았다. 앱 출시 2개월밖에 되지 않은 햇병아리 스타트업에게는 과분한 상이다. 수고한 나와 우리 팀을 토닥이기보다 이 돈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부터 고민했다. 만성 불안이 또다시 나를 옥죈다.
스타트업이 이렇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성장지향적인 사고방식, 유연한 태도, 화려한 커리어로 무장한 팀원들까지. 겉으로 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성공할 일만 남은 것 같지만, 현실은 지독하게 차가운 얼음 동굴이다. 그 안에서 3년 이상 버텨온 대표들이 고생길이 훤한 신입 대표에게 입을 모아 한 마디 내뱉는다. 버티라고. 버티면서 겉으로 행복한 척은 다 하라고.
이제 막 마라톤을 시작한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사방에서 다리를 걸어온다. 나의 사업을 순살로 만들어 버리는 VC의 촌철살인과 조금의 미동조차 없는 시장 반응부터 예상치 못한 규제, 팀 내 갈등, 개발 이슈 등 무릎이 까지도록 넘어진다. 경험상 많은 공격 중 가장 나를 아프게 했던 것은 나 조차도 만족하지 못한 나의 Product였다. 욕심을 내려놓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내공이 필요했다.
과한 열정과 완벽주의 기질을 타고난 대표들은 몸과 마음, 정신을 사업에 갈아 넣는다. 정말 목숨을 걸고 일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대표들 중 몸과 마음, 정신 어느 것 하나 성한 사람을 본 적이 없을 정도다. 오후 6시에 퇴근을 하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몇 번의 번아웃을 겪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또 악착같이 버텨낸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이런 질문을 받는다. 누군가는 동정의 눈빛으로, 또 누군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본다. 내가 존경하는 한 대표는 이러한 질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으면 시작도 안 했단다. 맞는 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다. 일이 즐거워서라기 보다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이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온갖 고생을 하며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태생적으로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행복해 보인다.
사실 잘 모르겠다. 수많은 콘텐츠 채널에서 스타트업을 달콤한 미래와 선진적인 기업 문화, 정체모를 특별한(?) 가치를 좇는 팀원으로 예쁘게 잘 그려 놨다. 정작 그 스타트업을 책임하고 있는 대표의 속마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범람하는 예쁜 글에 나의 검은 점 하나쯤은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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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타트업을 마냥 재미있게 시청하지 못하는 이 세상 모든 스타트업 대표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