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라플랜 한종완 Dec 21. 2020

애플 vs 페이스북, 일단 의도는 알겠으니 진정해!

터질 것이 터졌다


우리는 모든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 싸우겠다


지난 16일, 페이스북이 미국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저격하는 전면 광고를 내걸었다. 애플이 최근 발표한 규정이 중소기업들에게 막대한 타격을 준다는 내용이다. 페이스북은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모으는 별도의 홈페이지까지 개설하며 애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애플의 정책이 뭐길래?

애플은 지난 6월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이라는 새로운 개인정보 규정을 발표했다. 앱 제작자가 애플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원래 올해 도입을 목표로 했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 초 시행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백그라운드에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축적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알고도 눈 감아준 것뿐). 기업들은 사용자의 성별, 위치, 나이 등 주요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왔다. 새 이어폰을 구매하려고 검색하거나, 지인들과 이어폰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포털 광고창에 이어폰이 등장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애플의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앱 제작사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해도 되는지 알림을 띄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또한 앱스토어에 어떤 앱이 어떤 정보를 수집하는지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애플은 규정을 어기는 기업을 앱스토어에서 추방하겠다고 엄포했다. 당연히 이용자 대부분은 이 께름칙한 정보 수집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사용자에게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려주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제공할 뿐 일방적인 맞춤형 광고를 금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뿔났어?

위의 설명만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기업들이 알음알음 빼가던 개인정보를 애플이 나서서 보호하겠다는데, 이를 반대하는 페이스북이 악당으로 보일 정도다. 여기에 소상공인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은 되려 파렴치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리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페이스북의 분도도 이해가 간다. 정작 IOS에서 개인정보를 추적하는 IDFA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애플이고 이번 보안정책을 애플 자신들의 맞춤형 광고에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수집한 정보는 분명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 활용해 왔지만, 이 정보를 실제 사용자와 매칭해 프라이버스를 침해하는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집한 모든 정보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암호화하고 재가공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 등장 후 이러한 대책 없이 십여년간 맞춤형 광고가 규제의 철퇴를 맞지 않았을 리 없다.


우리는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고 있습니다!


합법적인 절차 내에서 시행한 맞춤 광고가 사라진다면 소상공인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페이스북의 주장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매달 1000만개가 넘는 기업이 고객 유치와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한다. 이러한 맞춤형 광고가 사라지면 중소기업의 광고 효율이 60%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이러니는 애플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기업 역시 페이스북이고, 페이스북은 현재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소송에 걸려있다.



대결의 행방은 어디로?

애플과 페이스북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데이터 분석 기업이 페이스북 계정을 도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애플의  CEO 팀쿡은 '나라면 이런 상황을 안 만든다'며 페이스북을 저격했다. 이에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소비자가 돈을 많이 쓰게 만드는 회사가 소비자를 위하는 기업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며 애플의 고가 정책을 비꼬았다. 이후에도 페이스북이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를 비판하는 등 자질한 공방이 계속됐다.


팀쿡의 도발 (역시 미국의 트윗은...)


해프닝으로 끝났던 과거와 달리, 양측 모두 이번에야말로 결단을 보겠다는 태세다. 페이스북은 애플과의 결제 수수료 갈등으로 앱스토어에서 추방당한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파이어폭스의 개발사 모질라는 애플의 정책을 공개 지지하며 애플 연합군으로 합류했다.



원만한 합의는 어려울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유명 애플 리뷰 커뮤니티 9TO5 MAC에 올라온 기사에 그럴듯한 합의 전략이 있어 소개한다.


9TO5 MAC


애플의 모든 데이터 제공 동의 문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두 회사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개인정보 추적을 허용하시겠습니까?'처럼 이용자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문구가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을 허용하시겠습니까? 광고주는 사용 데이터에 기반한 광고를 제공하지만, 귀하가 누구인지 추적할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가발자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와 같이 현실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다. IDFA시스템을 간략히 설명함으로써 정보제공 동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사회, 돈을 좇는 기업이 무슨 짓이든 못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에서 무덤까지, 소파이(SoFi)의 금융혁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