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톨렌처럼 천천히 익어가는
2020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코로나로 물들었던 한해지만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도 다가왔네요.
연말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밖에서 가족들이 외식을 즐겼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니 집에서 홈파티를 즐기게 되었답니다.
작은딸은 케이크를 사 오고 큰딸은 크리스마스에만 먹는다는 슈톨렌 빵을 준비했습니다.
슈톨렌(독일어: Stollen)은 독일 케이크로, 건과나 마지팬 등이 속에 박혀 있고
마치 흰 눈처럼 설탕 가루를 덮어 놓았는데요 럼에 절인 건조과일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
향이 빵 봉지를 열자마자 코끝을 자극합니다.
슈톨렌은 독일의 전통적인 음식으로, 대개 크리스마스 때 먹기 위해 보통
한 달 정도 숙성해서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 깊었어요.
기다리는 시간 동안 크리스마스를 생각하고 가족들을 생각하게 되는 독특한 독일 전통 빵이네요
한 달 정도 크리스마스와 함께 기다리는 그 마음이 참 기대되고 설레는 것 같아요.
사실 현대처럼 기다림이 쉽지 않은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르게
변화해 가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있다가도 다른 것이 급한 것 같아서 바로 집중을 못하기도 하고
음악이나 영화를 보다가도 뭔가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뭔가 진득하게 기다리고 여유를 느끼기가 참 어렵습니다.
저만 이런 마음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기다림은 때론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는 시간일 수도 있고.
더 숙성되고 익어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데 요즘은 뭔가 그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환경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치 슈톨렌을 먹기 위해 한 달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죠.
빵 하나를 먹기 위해 한 달을 기다리는 동안 가슴속에 품을 설렘과 기대감
그리고 그런 것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한해에 대한 추억 등
많은 것들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시간이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큰딸이 한 달 동안 숙성시키고 꺼내온 슈톨렌!
드디어 오늘 짜~잔 개봉을 했네요
맛도 달콤하고 풍미도 있고 처음 맛보는 맛이었습니다.
남편이 준비한 스테이크도 맛이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즐기게 된 크리스마스 홈파티였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