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때문에 허름한 판자촌에 팔려와 마약중독자의 시중을 드는 여자가 있다. 강남의 텐프로 중에서도 제일 잘나갔던 여자, 어느 회장의 눈에 들어 화려하게 살던 사모님, 그러나 사랑을 잘못 만나 나락으로 떨어진 여자는 이제 빛도 들지 않은 단칸방에서 죽지 못해 살고 있다. 여전히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신을 죽여가며...
그런 지옥 같은 삶에 한 줄기 빛이 비친 듯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형사는 마약 중독자를 검거하고, 그녀가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궁창에서 벗어나 한번 더 인간답게 살아볼 마지막기회....그러나 그녀는 칼로 형사를 찌른다. 형사는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이기 때문이다.
# 전도연? 아니, 김남길의 영화 '무뢰한'
영화 '무뢰한'은 전도연이 사실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배우인지 알게 하는 작품이다. 그녀가 연기한 김혜경은 입가의 또렷한 주름, 푹 꺼진 눈매, 연한 화장으로도 섹시하고 매혹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녀가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알아본 한남자의 시선때문이다. 정재곤의 시선을 대신해 김혜경을 비추는 카메라는 그녀의 매력을 한껏 담아낸다. 결국 그녀를 한물간 호스테스가 아닌 아름다운 여인으로 만들어준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마음때문이었고, 여자로서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준것도 그의 사랑이었다.
여기서 김남길은 상당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김혜경에게 마음을 빼앗긴 남자, 정재곤. 입으로는 온갖 거짓말만 늘어놓지만 흔들리는 눈빛 만큼은 감출 수 없었던 이 남자를 배우 김남길은 섬세한 눈빛 연기로 표현했다. 전도연이 아닌, 김남길의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그 눈빛을 김혜경이 읽어내면서 이 영화는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격정 멜로로 완성된다.
그래서 김혜경은 정재곤을 칼로 찌른다. 삶의 나락보다 더 쓰고 독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 그 배신의 감정은 지독한 자신의 인생보다도 더 환멸스러우니까...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