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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바토레 Dec 09. 2021

▣ 끼리끼리 논다


어떤 사람을 알고 싶을 땐 그 사람의 주변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나 수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수준에는 사람의 학벌, 재산, 직업 등 표면적인 것과 인격, 성정, 취미 등 내면적인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그걸 우리는 '끼리끼리 만난다'라고 하고 속된 말로는 '끼리끼리 논다'라는 표현을 쓴다.


순우리말로는 도긴개긴이라고도 하고, 좀 고상한 표현으론 '초록이 동색'이나 사자성어인 '유유상종' 또는 '물이유치(物以類聚)' 등이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은 흔히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수준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뜻이다. 요즘 돌아가는 대선판을 보면 이 '끼리끼리 논다'란 말이 이처럼 딱 들어맞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 6일 진통 끝에 공식 출범한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의 지휘부에 얼마 전 윤석열과 주도권 싸움을 하다 뒤늦게 합류한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이준석 당 대표와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 그리고 새 시대 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한길까지, 모두 그럴듯한 명함에 한 자리씩 꿰차고 앉아 덩치만 커진 선대위를 두고 출범부터 코끼리 선대위니 머리만 커진 비대(肥大)위니 하며 말들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표면적으론 김종인을 원톱으로 내세우지만 아직 손님도 안 탄 배에 이미 뱃사공만 여러 명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게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공 많은 배가 과연 산으로 갈지 아니면 거친 풍랑에도 끄떡없이 질주하는 쾌속선이 될지는 두고 보면 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선대위의 실무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들의 면면에 있다. 판사 출신의 조직총괄위원장인 주호영만 빼면, 권영세 총괄 특보단장(15기), 권성동 당무지원본부장(17기), 김용남 공보특보(24기), 정점식 네거티브 단장(20기), 유상범 법률지원단장(21기), 김경진 상임 공보특보단장(21기),  박형수 네거티브 부단장(22기),  원희룡 정책 총괄본부장(24기), 김도읍 정책위의장(25기), 김진태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단장(14기), 박민식 기획실장(25기), 김재원 클린선거전략본부장(26기) 등 하나같이 온통 검사 출신 일색이다. 아무리 윤석열 후보가 검찰 조직의 전직 수장이었다는 걸 감안해도 이건 선대위가 아니라 무슨 전직 검사 향우회나 동창회 모임인 줄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간부급 실무진들이 거의 다 검사 출신이니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을 경우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ㆍ노태우 군사 정부의 최측근인 정무 보좌 라인과 참모들이 거의 대부분 군 출신으로 군사독재정권의 쿠데타의 주역으로 정권의 전위대 역할을 한 전례를 봐도 검사들로 이루어진 검찰 독재정권이 탄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검찰 조직이 그들의 기득권과 조직을 위해 과거 정권들과 결탁해 그 하수인으로 어떤 짓을 서슴지 않았는지, 굳이 과거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동백림 사건(1967년)이나 부림사건(1981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2013년) 등을 끄집어내지 않더라도 이를 아는 국민들이라면 이런 우려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이처럼 권력의 하수인으로 있을 때도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으로 힘없는 국민들을 상대로 사건을 조작하고 무소불위의 전횡을 일삼던 그들이 만약 정권이라도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뿐 아니다. 윤석열 선거캠프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지지연설로 화제를 모은 노재승 대표를 선대위 공동위원장에 선임했다. 2030을 대변하는 청년대표 자리다. 근데 그가 이전에 한 발언들을 보면 어떻게 이런 사람을 선대위원장으로 발탁했는지 사전 검증도 거치지 않았는지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이승만과 박정희는 그 자체로 신이 대한민국에 보낸 구원자",

'518은 폭동'이라는 영상을 공유하여 "대한민국 성역화 1 대장.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도대체 뭘 감추고 싶길래 그런 걸까",

"난 정규직 폐지론자" 라며 대통령이 '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

"개밥(재난지원금) 주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건가"

모두 노재승 대표가 한 발언들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들지 않는가? 마치 리틀 윤석열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이를 발탁한 윤석열 후보가 청년들에게 말하는 안정된 일자리와 양질의 일자리는 정규직이 아니라 언제든 쉽게 해고당할 수 있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일컫는 것인가? 아니면 혹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있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도대체 이런 발언을 한 인물을 선대위원장에 선임을 한 저의가 무엇일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윤석열이 이전에 한 유세 발언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임금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큰 의미가 없다",

"주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쉴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최저 시급제, 주 52 시간제라는 게... 대단히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지장이 많다"며 “비현실적인 제도들은 다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


그의 이 발언들은 정규직은 줄이거나 없애고 해고가 쉬운 비정규직을 오히려 늘리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는 앞서 언급한 노재승 씨의 '정규직 폐지'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또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지도자로서, 어려운 결단을 잘 내린 것도 많다."라는 발언은 노 씨의 '.. 신이 보낸 구원자 발언'과 비슷한 독재정권을 옹호하는 맥락의 발언이다.


게다가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며, 반민특위를 강제 해산시키고 일제에 부역했던 친일 매국노들을 중용해 내각을 구성해 서북청년회 등과 손잡고 4.3 사건으로 수많은 제주도민을 학살한 이승만을 국부로 존경하고 김구 선생을 테러범으로 낙인찍기 위한 일본 측 기록과 주장을 '공존하는 사료' 따위내세우는 뉴라이트 역사관을 신봉하는 이런 인물을 등용하는 국힘당의 역사관도 의심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이러니 토착 왜구란 꼬리표가 없어지지를 않는 거다. 자승자박인 셈이다.


어쩌면 이렇게 사상과 철학이 딱 맞는지, 유유상종인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사정이 이런데도 윤석열에 대한 2030 젊은 층의 지지율이 높다는 것이 납득이 가는 일인가? 그러니 반대 진영에서 지지율 조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아니면 여론을 조사하는 기관들이 조사를 의뢰하는 기관의 입맛에 맞게 설문 내용 설계를 의도적으로 결과에 끼워 맞춰 유도하거나 아니면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설문 문항 설계, 표본 추출 집단의 구성 방법, 조사 기간과 시기, ARS와 전화면접 방식 등에 따라 다른 조사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또한 ARS 방식의 조사보다 전화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상대적으로 여권 후보의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는 것을 보면 여론 조사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도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거건 저 거건 간에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말 '끼리끼리 놀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쉰내가 진동을 하니 똥파리들이 몰려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교우편(交友篇)에 보면 '與善人居如入芝蘭之室(여선인거 여입지란지실)이며, 與不善人居如入鮑魚之肆(여불선인거 여입포어지사)이다' 란 말이 있다. 이는 선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 마치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가 있는 방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아서 향기가 배고, 선하지 않은 사람과 지내면 마치 절인 생선 가게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아서 악취가 밴다란 뜻이다. 즉, 착한 사람과 교우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화되어 자신도 착하게 되고, 나쁜 사람과 교우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아 자신도 나쁜 행동을 하게 된다는 의미로 교우(交友)와 교제(交際)의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이처럼 사람은 본디 가려서 사귀어야 하고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야 한다. 아무나 사귀고 자신의 자리가 아닌데도 권력욕감투에 판단력을 잃어 함부로 눕거나 끼어들게 되면 결코 좋은 결말을 보지 못한다. 그로 인해 돌아오는 건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비난과 질책뿐이다. 윤석열 선대위에 들어가려다가 과거 여성 차별과 독재정권 옹호 발언 등이 문제 되어 낙마한 함익병 씨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노재승 선대위 공동위원장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선거판에 기웃거리거나 이미 한자리 씩 차지하고 무슨 무슨 단장이니 위원장이니 하며 그 판에 모여 끼리끼리 놀고 있는 이들은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이 누운 자리에 좋은 향기가 나는지 아니면 악취가 진동하는지를 먼저 살펴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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