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웃 사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모 Dec 20. 2019

노숙인과 쪽방촌

더 나은 숙소를 만들 수 있을까

날이 매섭게 춥다. 지난여름을 생각해 본다. 올해 7월 한 달 동안 평일을 부산에서 보냈다. 프로젝트 출장이었다. SRT를 탔던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에 내려갔다(나는 서울 사람이다).


서울역. 그곳에는 사시사철 노숙인들이 누워 있다. 11월 말에도 있었고, 12월  지금도 아마 누워있을 것이다. 날이 추운데. 여기는 중남미의 어느 나라처럼 계속 덥지도 않은데.


교회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있다. 기독교 방송인 CGN TV에서 방송된 '거룩한 바보들'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노숙인들과 쪽방촌에 사는 분들을 돌보는 기독교 사역 단체이다. '프레이포유'라고 하는 단체다. 이 단체 사람들은 간식, 옷, 생필품 같은 것을 들고 그것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만나서는 준비해 온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한다.


CGN TV 거룩한 바보들 - 프레이포유


노숙인들과 쪽방촌 사람들, 이 단체의 존재를 알고 난 뒤, 그들이 조금씩 신경 쓰이는 상태로 얼마 간 지났다. 나는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발견했다. '다큐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이라고 하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이다.


EBS 다큐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 #001
EBS 다큐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 #002
EBS 다큐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 #003


이제야 나는 이들에게 관심이 생겼다. 다큐멘터리가 충격적인 것은, 그 삶의 단상이 어떠한지에 대한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1평이 채 안 되는 방을 주고, 월세를 25만 원 받는다. 관리비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다. 기초생활수급비로 50만 원을 받는 사람들한테, 누울 공간조차 나오지 않는 곳을 세를 주면서 그 돈을 받는다. 25만 원이면 한남동의 모 아파트 수준이란다. 서울 평균 월세를 평당가로 내 보면 4만5천 원이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난한 이들이 내고 있는 돈이 한남동 수준이다. 믿기지 않았다.


KBS에서도 같은 주제를 두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였다. 여기서는 PD가 직접 쪽방촌에 들어가서 살아 본다. EBS에서 보여주는 모습보다는 조금 덜 열악한 쪽방촌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덜 자극적이어야 하는 것인지, 시선이 다른 것인지.


KBS 추적 60분 - 2019 쪽방촌 리포트: 빈곤 비즈니스



나의 생각은 이렇다. 25만 원씩 월세를 받으면, 저것보다 좋은 건물을 지어서 그들이 잘 지낼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길에서 자는 사람이 너무 많고, 그들은 우리가 줄곧 출입하는 종로, 서울역, 영등포, 청량리 등 많은 곳에 퍼져 있다. 그냥 주거가 없는 것도 문제고, 인간답게 살 만한 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영국에서는 위의 다큐에서 나오는 쪽방의 주거 형태를 'HMO' 주거의 일부로 정의한다. HMO는 'Houses in Multiple Occupation'의 줄임말로, 세를 줄 때 세입자 여러 세대가 하나의 주거시설을 공유하도록 하는 형태를 말한다. 한 방에 두 명이 살거나 하는 형태에서부터, 부엌이나 화장실만 공유하는 경우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이라면 고시원, 쪽방촌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정부의 임차인을 위한 가이드 (https://www.gov.uk/rent-room-in-your-home/houses-in-multiple-occupation)


영국 정부에서는 HMO의 주거 형태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HMO 임차인이 되려면 여러 가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방과 화장실 같은 공용시설에 대한 세부 조항들에 부합하는지를 점검받는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다. 나는 적어도 선진국이라고 하는 저 영국의 기준이 다 충족되는 선에서 노숙인들, 갈 곳 없는 분들이 더 저렴한 금액을 내면서 머물 수 있는 훌륭한 숙소를 만들고 싶다. 간단히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그분들이 내고 있는 평당 25만 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평당가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빛의 지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