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샤넬의 '예고된' 가격 인상에 앞서 미리 수백만 원짜리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개장과 동시에 매장을 향해 질주하는 이른바 '오픈 런'이 벌어졌다. 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해서 힘들게 번 돈을 몽땅 명품 신발, 옷을 사는 데 사용한다.
젊은 세대는 통제감과 자기효능감이 강하지 못하다. 주변의 유혹에 약하고 과시성 소비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왜 한국의 20대들은 유니클로는 불매운동하면서도 샤테크에 열중하는 가?
도대체 명품이 무엇인가?
명품의 정의와 시장규모를 알아보고,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명품이 없는 이유를 찾아본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선 ‘명품’을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디에도‘비싼’ ‘해외’라는 수식은 없다. 더욱이 럭셔리(luxury)는 아니다.
통상적으로 명품이란 루이비통, 구찌, 샤넬같이 고가의 해외 패션 브랜드 제품을 가리킨다. ‘명품=럭셔리 해외 브랜드’라는 공식이 생겼다.
‘명품’이 ‘고가 제품’이란 인식이 생기면서 마케팅 차원에서 아파트, 신도시, 과일, 심지어 외모까지 붙이는 수식어가 돼 버렸다. 명품이란 럭셔리한 제품으로 당연시해왔다.
영어 단어 ‘럭셔리’의 사전적 정의는 ‘호사스러운, 쾌락과 만족을 주는 생활. 그리고 필수품보다는 사치(indulgence)를 위한 것’으로 돼 있다. 1980년부터 수입개방에 따라 명품 브랜드가 들어왔다.
일본에선 럭셔리를 ‘브란도(ブランド·브랜드)’라고 부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럭셔리코리아’에서 “사치품이라는 말이 주는 거부감을 줄이고 소비자들의 선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명품이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조찬 모임, 동창회, 계모임 같은 사적인 모임에서도 남의 눈치를 신경 쓰는 분위기라 명품을 필요 이상 선호한다.
누가 내 지갑을 훔치는가?
미국의 브랜딩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저서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에서 “고가 제품을 사는 데 빠져드는 건 자존감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며, 불안감의 표시”라고 꼬집었다. 자신보다는 물건을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려 하기 때문이다. 즉 남과 비교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풍토가 고가 제품 소비를 조장한다.
명품은 주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 납품하는 명품도 있지만 한국 고유 브랜드로 명품은 없다.
세계적인 고유브랜드가 없는 이유는
첫째, 명품 환경이 늦게 조성되었다.
우리나라는 50~60년 전만 해도 농경사회였고, 디자인이나 패션의 역사가 짧다. 또 명품이 되려면 제품의 소재와 디자인 외에 그 나라의 국가 이미지가 연상되어야 한다. 누구나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하면 문화와 예술이 있는 매력 있는 나라로 보기 때문이다.
둘째, 디자이너의 패턴 지식 부재와 창조와 문화에 대한 투자가 미비하다.
명품은 부가가치가 커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장인정신과 예술이 담겨있다.
셋째, 한국이 자동차와 핸드폰의 명품은 되지만 외국 사람들이 꼭 갖고 싶어 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문양을 담고 있는 예술적 홍보가 부족했다.
명품의 핵심은 헤리티지(유산)며, 그 명품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다른 브랜드가 대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야 한다. 개별 명품마다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가 사실상 없다고 본다.
미국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치러진 연방 하원 취임‧개원식에 한복이 등장했다. 한국 이름 ‘순자’로 알려진 한국계 여성 연방 하원의원(스트릭랜드)이 붉은색 저고리에 푸른색 치마 차림의 한복을 입고 선서하여 현지에 화제가 됐다. 한국계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낸 것이다. 화려하고 수려한 아름다운 한복에 현대식 감각을 덧붙인다면 우리의 명품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명품의 가치 이동
최근 라이프 스타일의 가치가 이동하고 있다.‘물질적인 소비’에서 여행, 문화생활 등 ‘경험’으로 이동하고, 명품의 개념이 ‘소유’에서 ‘누림’으로 바뀌고 있다. 유행을 좇기보다는 남과 다른 개성을 중시할 것이다.
명품 브랜드 성장률이 예년 같지 않고, 명품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명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란 제목의 설문 조사 결과 명품을 사는 빈도와 관심이 과거보다 확실히 준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명품을 하나도 안 산 사람이 50.6%이다. 과거 ‘명품계’까지 들어가며 명품 소비에 열을 올리는 소비자 행태가 바뀌고 있다. 심지어는 ‘거리에서 명품백을 든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답변에는 ‘관심 없다’가 39.5%나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명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서 와, 명품이여
루이 비통, 에르메스와 함께 세계 3대 명품 패션 브랜드 중 하나인 샤넬은 많은 여성들에게 특별한 의미와 이미지가 강하다. 전설의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브랜드다. 브랜드 엠블럼은 서로 반대를 바라보며 겹쳐진 두개의 C다. 이는 Coco Chanel 에서 비롯되었다.
에르메스나 루이비통이 왕족이나 귀족 등 특권층의 과시소비를 위해 탄생했다면, 샤넬은 가난하게 태어난 코코 샤넬이 빈손으로 일군 브랜드라는 차이점이 있다. 샤넬이 발표한 2018년 매출은 111억 달러(한화 11조), 영업이익은 29억9800만 달러이다. 이전에 샤넬을 사기위해 프랑스 여행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를 감안할 때 부가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명품의 실제 원가는 면세점 가격의 대략 3분의 1 수준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 그런 명품을 진품이 아닌 짝퉁이라도 들고 다녀야 속이 편한 사람들이 많다.
이웃 중국과 일본에 명품 시장이 있다. 전 세계 명품 소비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한다. 지난해 중국인이 명품 구매에 쓴 돈은 약 132조 원이고, 2025년에는 약 211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켄지가 예상했다.
“가치와 인격 그리고 독창성이 톡 튀는 진정한 명품”
“역사와 전통이 숨 쉬고 현재와 공감할 수 있는 것”
“각자의 눈에 아름다운 제품과 기업 윤리가 바른 것”
한국에도 개성으로 무장한 크리에이터들의 독립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명품이 많아졌으면 한다.
동시에 마케팅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에 대한 좀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미는 소비자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