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영화관을 못 가서 그런지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특히 최근엔 매일 업데이트되는 넷플릭스 시리즈나 드라마를 손쉽게 접할 수 있어서 더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기도. 그래서 이번에도 영화관이 아닌, 티빙을 이용해서 선공개된 영화 <서복>을 봤다.
영화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영화 볼 예정인 분들은 뒤로 가기를..
사실 박보검, 공유라는 훈훈한 조합 때문에 작년부터 궁금했던 영화다. 개인적으로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 그 기분 좋은 조합 속에서도 중간중간 나오는 하품과 루즈함, 다소 연결성 부족한 스토리라인 등의 이유에서.
그럼에도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임팩트있게 다가왔다. 인간의 죽음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늙어가고 결국 죽게 되는 유한한 존재라는 다소 당연한 사실에 대해, 무한한 삶을 살아가는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통해 반대로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데?를 짧게나마 상상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이라는 끝맺음이 있기에, 유한한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려 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규약이 생겨나고 이를 지키며 절제하게 된다. 하지만 무한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순간순간의 욕구와 본능에 눈이 멀어 결국 피폐해진 삶을 살게 될 것이라 말한다.
영화에서 죽는다는 것을 오랜 잠을 자는 것과 같다고 표현하는데, '그럼 인간은 왜 죽는 것과 같은 잠을 매일 자나요?'라는 서복(박보검)의 질문에, '다음날 다시 깨어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라고 민기헌(공유)이 답한다.
생각해보니 인간은 늘 유한한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5년의 임기, 정년퇴직.. 물론 사회적으로 정의된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나의 시간을 정의하고 살아가기도 하지만, 어쨌든 본질적으로는 유한한 시간에 의미를 두는 듯하다.
한편으로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시간'이 아닌, 또 다른 유한한 것들을 기준으로 가치관이 바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점차 고갈되는 한정된 '자원'이라던가?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은 유한하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게 분명하다..ㅋㅋ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유한한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한 원초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생각을 해볼 수 있었고, 그렇다면 그 근본적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무한한 삶을 영위하는 게 옳은가? 그것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는다.
또한 영화를 보면서,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에 한 번쯤 질문을 던질 필요도 있겠구나 생각들기도 했는데. 당장 내 상황에 대입해보면 올해 결혼을 앞두고 집을 미리 구하게 되면서 이른 신혼생활 중인데, 결혼식을 왜 해야 하는 거지 하는 그런 생각..ㅋㅋ
지금껏 내가 봐온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두 사람의 결혼 사실에 대해 혼인신고와는 또 다른 형태로 공표함으로써 '우리 예쁘게 잘 살 테니 지켜봐 주세요' 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예부터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냐가 꽤 중요하게 작용했기에 생겨난 의식 같기도 한데. 뭐 SNS를 즐기는 1인으로서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각보다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라. 앞으로의 결혼식은 다소 허례허식이 섞인 지금의 형태가 아닌, 두 사람이 가정을 이뤄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형태로 점차 바뀌지 않을까?
(물론 지금 나는 그런 의아함을 가지면서도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예식장, 스냅 촬영 하나하나 예약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