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브런치를 찾는다. 내년엔 좀 더 부지런히 글 쓰길 다짐하며, 지난 한 해 마무리하는 다소 일기스러운 회고 글을 남겨본다. 적고 보니 일 얘기가 90%인 나란 사람..
현재 회사에서 PM(Product Manager)로 일한 지 1년 3개월이 지났다. 내가 속한 팀은 채팅 플랫폼을 제공하는데, 각 서비스팀들이 채팅을 이용하여 임팩트를 만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PMF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비스 PM과는 고민의 결이나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달랐고, 지난 한 해 동안 방황하고 깨달으며 내 역할을 정립해 갔던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함께, 올해는 플랫폼 PM으로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자주 남길 듯하다.
PM도 결국 매니저이고, 매니저의 성과는 내가 아니라 "우리 팀"이 어떤 성과를 냈는가로 증명된다. 나에게 주어진 일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모두 함께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 1)팀원 모두가 같은 목표를 보고 달려갈 수 있게 얼라인해야 하고 2)팀원 개인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사용되도록 가이드하여 효율적인 아웃풋을 내야 한다. 지금껏 1)에만 신경 써왔다면, 내년에는 개발자 출신 리더와 함께 2)도 신경 써서 목표를 함께 달성하는 팀을 만들고 싶다. 방법은 찾아가는 중이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문제를 인식했고, 2) 역시 중요한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된 점이 의미 있었다.
개인 직무 역량과는 또 다른, 팀 핏(Fit)의 영역을 몸소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팀 핏은, 팀원들의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인데, 이 지점은 개인의 직무 역량과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이 부분이 맞지 않았을 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힘든 상황으로 치닫는 경험을 하며, 직무 역량 못지않게 정말 중요하고 신경 써야 하는 영역임을 알게 되었다.
경험으로 쌓아온 나의 생각과 새롭게 습득한 외부 자극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는 것이 참 중요하고 어렵구나 느꼈다. 내 생각이 무조건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방이 무조건 맞는 것도 아니다. 적당히 수용하고 적당히 내 생각을 지키며, 중심을 찾아가는 연습을 의식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수용적인 편인 나는, 자기 확신을 좀 더 가져보는 습관을 가져보려 한다.
나는 기분 나쁠 때 자책하는 버릇이 있다. 내가 이기적이라서 그래, 이건 나쁜 감정이야 스스로 부정하며, 기분 나빠도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이런 습관은 어느샌가 너무 많은 눈치를 보게 했고, 사소한 일에도 스스로 몰아붙이며 스트레스받게 했다. 작년 심리 상담을 처음 경험했는데, 덕분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자연스럽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훨씬 건강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도 내 감정을 잘 받아들이고 더욱 솔직한 사람이 되려 한다.
지난 나는 주어진 환경을 바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느샌가 너무 힘들고 지쳤던 순간에 잠시 멈춰 객관적으로 나를 돌아봤는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했다. 이때, 환경을 조금만 바꾸면 생각보다 많은 힘듦이 덜어질 수 있었다. 올해 예정인 간단한 실천으로는 필라테스 수업을 2시간 뒤로 미룬 것인데, 덕분에 오후 정기미팅에 집중하지 못하고 조급하게 마무리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덜 수 있게 되었다.
끝으로, 소중한 나의 가족을 더 잘 챙기려 한다. 워커홀릭이라 모든 에너지를 일에 쏟다 보니 집안일에는 도통 관심이 안 가고 뒷전이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무한 사랑 쏟아주며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남편, 가족이 지탱해주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들을 더 챙기고 나의 고질적 문제(?)인 집안일에도 좀 더 관심 갖고 챙겨보려 한다. 주말만이라도 꼭 설거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