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제정신이 아닌거야? 내가?…
아들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내 마음이 '쿵'하고 떨어졌다.
애한테 집착하는 미친 여자인가? 자문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였으니...
전화를 기다리고
전화를 기다려도
며칠 전에 통화하던 아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화를 해도 그 아이의 마음은 온통 다른 곳? 에 가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얘기해도 이렇게 대화하지 않을 것 같다는 냉담함 마저 느껴졌다.
불일듯히 화가 나기도 하고 내가 여태껏 뭐 하러 그렇게 희생하고 사랑하며 내 것을 태워가며 키웠나?
(드라마에서 찌질하게 울고 청승맞아 보이게 행동하는 그 모습 그대로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서 내 인생 전체를 비관적으로까지 해석하게 되는 망상지옥에 빠져버렸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속상한 마음에 공원을 배회하기도 하고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며 나 자신을 괴롭혔다. 그렇게 2달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영상 하나를 본 뒤 내가 겪고 있는 과정이 지극히 정상임을 깨달았다.
내 친구 한 명은 아들이 대학교를 가서 연애를 하더니 일 년 중 집에 2번 온다고 한다. 심지어 집과 학교가 4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친구가 이젠 용돈 집에서 줄 테니 받아가라고 하니 진짜 용돈만 받고 5분 만에 갔단다. '나쁜 넘의 새끼' 마음 깊은 곳에서 욕이 튀어나온다.
아들 둘 가진 엄마인 나는 인생 숙제 하나를 받았다.
더 씩씩해지기
더 현명해지기
더 큰 마음 가지기
성장을 이루지 않고서는 있는 아들을 잃어버릴 것이고 확대되는 가족들을 품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음속에 적대감이나 투쟁심만 생길 것이 뻔하다. 결국 엄마 자신도 불행해질 것이고.
모든 것을 지려고 움켜쥐다 보니 다 새어 나가 버리고 빈손으로 절규하는 여자의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연애시절 나를 사랑한 남편이 내게 올인했듯,
우리 아들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올인하는 거다.
거기에 엄마가 있을 자리는 없다.
"엄마 눈에 별이 보여요.
나는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할 거예요."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로 받았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