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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면사리 Feb 18. 2021

그럴 수밖에 없었던 비자발적 헷지

갤럭시와 아이패드의 만남도 괜찮을까

바야흐로 2017년 4월 5일, 나의 두 번째 애플 기기를 구매한 날이었다. 


아이패드5는 보급형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도대체 어디에 쓸 것인지도 모른 채로 꼭 사야만 할 것 같아 굳이 여행 중에 사서 들고 들어왔다. 아마 그 이후로 4년 간 실 사용시간이 100시간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애물단지 같던 녀석도 꽤 유용했던 적이 있었다.


아카이아

커피를 한창 내릴 때였다. 스마트 저울인 아카이아를 사용 중이었는데, 어플을 통한 업데이트와 데이터 기록이 가능한 신박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안드로이드와 호환이 잘 되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하다가, 번뜩 떠오른 아이패드로 멋지게 업데이트를 성공시켰다. (커피 저울계의 아이폰인 아카이아가 외관적으로는 흰색의 심플한 게 닮긴 했지만)


잡지구독

예전에 구독해서 보던 잡지가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잡지 같은 경우에 사진과 글이 어우러져 있다 보니 .pdf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e-book로 보기에는 사진 때문에 애매하고,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서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책을 띄어보니 실제로 잡지를 보는 듯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아이패드의 새발견이다.


클럽하우스

여자 친구가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보내줬는데, 아니 안드로이드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아이폰 이란 게 선구자적인 아이템인 것은 맞지만, 초대장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서러운데 안드로이드라고 사용도 못하는 것은 너무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찰나에 한 달째 100% 충전 중인 아이패드가 떠올랐다. 금방 '멋지게'가입하고 원하던 아이디를 선점(?) 했다.


어찌 보면 위기(?) 때마다 큰 도움을 주었기에 역시 사기를 잘했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시켜보는데, 의도하지 않게 'hedge' 된 측면이 있어 재미있는 상황이 되었다. 애플만 사용했다면 네트워킹 서비스나, 삼성 페이, 통화 녹음과 같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을 테니까. 반대로 안드로이드만 사용했다면 위에 나열한 여러 상황들을 쉽게 해결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잡지 구독은 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긴 했을 테지만 탭이었다면 애초에 사질 않았을 것)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는 넘치지만(초기 아이폰 3gs 유저였음) 또 그렇다고 해서 리스크가 큰 도전은 선호하지 않는다. 대박과 쪽박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우보다는, 소소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는 것이 더 좋다. 이런 성향이 갤럭시와 아이패드를 이질적으로 사용하게 된 것에 영항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아이폰과 갤럭시 탭도 충분히 비슷한 효과를 누리겠지만, 아무래도 활용도 측면에서 메인인 폰이 안드로이드가 되는 게 좀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애플카를 위해서 아이폰을 사야만 하는, 그런 애플의 힘을 절대 간과할 수가 없다. 아이폰을 사게 되면 그 이하 애플 워치 - 에어 팟 - 아이 패드 - 맥 을 사게 되는 건 줄줄이 소시지가 될 것이 명확하다. 

그래서 지금 당장 APPL을 사러 간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성향으로) 애플카를 사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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