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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Mar 02. 2022

올바른 국어 말하기의 중요성

220228 국방일보 조명탄 기고

많은 사람이 외국어 발음에 신경 쓴다. 특히 영어 발음은 국민적인 콤플렉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유튜브에 연예인들의 영어 발음을 평가하는 영상이 넘쳐날까. 촌극이 따로 없다. 물론 정확한 의미 전달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발음에 신경 쓸 필요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으로서는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영어권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음과 억양은 저마다 다양하다. 하물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 발음을 좀 틀린다고 한들 어떠한가.


정작 간과하기 쉬운 건 우리의 국어다. 영어 발음은 그리 엄격하게 따지면서도 평소 그만큼 한국어 발음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는 드물다. 어쩌면 자국어이기에 당연히 제대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한국어에도 엄연히 표준발음법이 있다. 의외로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이에 어긋나는 발음을 자주 듣는다. 다만 대수롭지 않게 넘길 뿐이다. 주변에서 가끔 발음에 맞지 않게 말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지면을 빌어 알아두면 좋을, 흔히 틀리는 발음 법칙 두 가지를 소개한다.


일상에서 쉽게 틀리는 발음 중 하나가 빛이다. 앞선 문장에서 ‘빛이다’를 어떻게 읽었나. 대부분은 [비치다]라고 맞게 읽었겠지만, 무심코 [비시다]라고 했다면 표준발음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설마 [비지다]라고 읽은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한국어에는 ‘연음 법칙’이란 게 존재한다. 이름을 몰랐더라도 누구나 아는 쉬운 내용이다. 앞 음절의 받침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조사, 어미, 접미사 등이 붙으면 앞의 받침을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하라는 음운 법칙이다. 쉽게 말해 ‘빛이’는 [비치]로, ‘빚이’는 [비지]로, ‘빗이’는 [비시]로 구분해서 발음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어에는 장음과 단음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보자. “오랫동안 컴퓨터를 보고 있으니 눈이 뻑뻑하다.” 이 문장에서 ‘눈’을 어떻게 발음했나. 아마도 별생각 없이 읽은 사람이 많겠지만, 만약 의식적으로 짧게 발음했다면 한국어 발음에 좋은 습관을 들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신체 기관 ‘눈’은 짧게 [눈]이라고 발음하는 게 맞다. 반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뒤를 길게 끌며 ‘누운’이라고 발음해야 한다. 발음 기호로 보면 [눈ː]이다. 이제 두 가지를 구분해서 “눈에 눈이 들어갔다”를 발음해보라. 분명한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이쯤 되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다. 뭐 그리 빡빡하게 하느냐고, 우리말인데 대충 말해도 다 알아듣지 않느냐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발음을 틀려도 우리는 문맥을 통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어디 가서 ‘깻잎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 ‘[깬니블] 좋아한다’고 해도 뜻은 통할 것이다. 단지 국어 발음을 제대로 못 하는 한국인이 될 뿐이다. 일상에서라면 이 정도 문제로 끝나겠지만,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공적인 자리에 선다거나 방송 출연이라도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중 앞에 서는 이라면 최소한 ‘6월’을 [유월] 아닌 [유궐]로는 발음하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말이 유창하면서도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면 듣는 이에게 신뢰감을 준다. 대다수의 아나운서와 기자가 표준발음법을 철저히 지키는 이유다. 나 역시 이를 익히기 전까진 입에 익은 대로 편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대학교에서 언론을 전공한 나는 방송 화법을 배우는 수업에서 표준발음법을 배웠다. 수많은 항목과 예외를 외우느라 쉽지 않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방송 활동을 하긴 어려웠을 것 같다. 앞서 소개한 연음과 장단음 외에도 표준발음법에는 방대한 내용이 있지만, 이 정도만 신경 써도 화법이 달라질 것이다. 표준발음법이 더 궁금한 이라면 인터넷을 켜고 검색해보라. 국립국어원에서 표준발음법에 대한 내용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내용을 알아도 무심결에 틀리기 쉽지만, 모르고 계속 틀리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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