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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May 11. 2021

Enjoy Your Day!

월요일 아침 Dr.B 와 함께 하루의 스케줄을 체크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내 스케줄은 Column 두 개가 꽉 차 있었고, 또 언제나처럼 Dr.B의 스케줄은 한 Column 이 빼곡 차 있었다.  오늘도 바쁜 하루가 되겠구나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Dr.B가 내 스케줄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You have no production today. It will be a long day for you.”  날 위로하며 한마디 한 것이다.  번역하면 이런 것이다. “오늘은 돈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수고 많이 하세요 ㅠㅠ “  Dr.B의 스케줄을 보니 하루 종일 크라운 치료가 줄을 섰다.  그것도 multiple crown and bridge works on single patients로.  그야말로 난 쪽박이었고, Dr.B 는 대박 스케줄이었다.


내 스케줄은 Limited Evaluation, Follow Up Visit, Denture Adjustment, One Surface Bonding, Root Tip Extraction, Emergency Exam 이 반복되고 있었고, Molar Root Canal Therapy 가 하나 있었는데, 이 환자분은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난 하루 종일 짧게 짧게 많은 환자분들을 봐야만 했다.  아침에 같이 하루의 스케줄을 체크할 때 이미 그런 하루가 되리라고 알고 있었고, 난 별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오늘은 손을 쓰는 일보다 말을 많이 하는 날이 되고, 오랜만에 환자분들이랑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날이라 나름 은근 기대가 되기도 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Dr.B의 우려대로 이런 식의 스케줄이라면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그런 날이 되는 것도 분명했다.  사실 이런 스케줄이 반복이 되면 Practice Owner 입장에서는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예전엔 매니저를 불러 production 이 없는 스케줄을 닦달을 하고 심각히 고민을 하기도 했다. 우리가 치과에서 늘 접하는 메거진이나 학회지들을 보다 보면 치료 중심의 기술적인 article 보다는 어떡하면 오피스에서 Production을 더 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비즈니스 기사, 자료가 더 많을 때가 있다.  세미나를 추최 하는 곳에서도 Business Management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그런 세미나나 articles을 거의 20년 넘게 나름 따라가다 보면 결론은 언제나 이것으로 요약된다. 어떡하면 좀 더 큰 Treatment Plan을, 좀 더 설득력 있게, 좀 더 근사한 Presentation을 해서, 좀 더 빨리 환자분들에게서 Yes라는 답이 떨어지게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교육을 하는 곳에서는 나름 체계적인 전략을 소개하고, 환자들에게 도저히 예스라는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가르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거기엔 너무도 중요한 몇 가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치과는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치료체계가 보통인데 개인 한두 명이 모든 치료를 다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그런 경험은 수많은 Trial and Error 가 뒷받침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과연 이런 비즈니스 전략이 치과라는 특수한 직업형태와 fit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훌륭한 Treatment Plan 이 있다고 하더라고 환자들은 Lego가 아닌데 예상한 것처럼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매달 디테일한 Production의 계획이 세워졌으면 결국은 사람보다는 그 숫자 놀음에 우린 끌려다닐 수 밖엔 없지 않을까? 


완벽해 보이는 Treatment Plan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의사들의 숙제인 것은 분명하다. 꼭 그렇게 되기 위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학술지나 메거진에 나오는 Overwhelming 한 케이스를 계속 공부해 나도 그런 훌륭한 치료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내가 늘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하는 말처럼, 그런 기술적인 것인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가능한 것이다.  환자들의 편의를 최대한으로 맞추는 가운데 가장 좋은 플랜을 소개하고 환자분들과 같이 소통하며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내가 mentor를 삼는 선배형이 언제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Patient care and business don’t go together.”  눈앞의 당장의 이익창출을 최대의 목표로 삼는 것은 몇십 년 환자 치료를 해야 하는 우리 의사들에게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Dr.B는 몇 주동안 Bonding Restoration을 지겹도록 많이 했다.  목과 손이 아파 진통제까지 먹으며 입으로는 ‘sicking tired of doing this same shxx’고 푸념했지만 묵묵히 환자분들을 보아왔다.  그러다 오늘 같은 스케줄을 접한 것이다. 첫 환자를 위해 분주히 준비하는 Dr.B 에게 한마디 건넨다, “Enjoy your day.  It ain’t happen every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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