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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Jan 18. 2022

Dental Anatomy

이제 치과 공부를 시작한 아들놈이 만만하게 자신 있어 하다가, 처음으로 쩔쩔메게 만든 과목을 접했다.  이름하야

"Dental Anatomy"


시신을 사용하는 해부학도 만만치 않게 힘드나 이 과목은 이학기때 시작한다   치대가 치대인만큼 Dental Anotomy 는 첫학기때 시작한다.  이빨이 이빨이지 뭐 별거 있을까 하면서 시작은 하지만..  이빨 하나 하나가 다 모양이 다르고 그 이빨마다 어마어마하게 내재해 있는 anatomy 를 하나씩 외울려고 하면 ..  어떤 천재라도 금방 과부하가 오고 만다.  어떻게든 이빨에 보이는 anatomy 의 이름들을 다 외우고 나면, 다른 이빨들하고의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학생들 거의 대부분 기절하고 만다... ㅎㅎㅎ   나도 생각해보면 정말 함들었던 기억뿐이다  슬라이드로 5초를 보여주고 이빨 이름을 써 내려간 시험에 대한 기억은 거의 악몽이었다  지금 같아선 졸면서도 만점 받을 것 같은데…  


기말시험을 앞둔 아들이 집으로 왔다.  내일이 Dental Anatomy 기말 시험이라고.  니가 제일 어려운 부분이 뭐냐고 물어보니..  심각한 얼굴을 하고 나에게 문제를 내어보는데..  아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내가 답을 너무 쉽게 맞춘다.  우 씨.. 이런..   자기는 죽어라 외워도 헷갈리고 정신 없는데 나는 일말의 기다림도 없이 답을 척척 맞춰버리니 ..


위로를 해주었다.  니가 어려운 것은 아직 이빨치료를 시작하지 않았고 그 anatomy 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외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너만 그런 것 아니고 다 똑같으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시험쳐라...  나중에 맨날 이빨만 쳐다보고 있으면 니가 거부해도 다 외워질 수 밖에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디테일한 dental anatomy를 보고 있으면 정말 왜 이렇게 생겼지?  아무리봐도 정말 디테일한 anatomy들이 다 그 역활을 할 것 같진 않다.  세월이 많이 지나는 동안 무뎌지고 달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틴에이저 아이들의 치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책에서나 보던 그 디테일한 anatomy 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신기할 정도로   몇천년전의 사람의 흔적에서 발견되는 치아의 anatomy 가 여전히 동양사람, 사양사람 상관없이 그대로 똑 같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나마 굵고 깊이가 있는 선들은 그 significancy 를 알 수 있느나 작은 선들은 왜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질떄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때운다고 표현하는 fillings, direct restoration 을 할 때에는 고유의 anatomy 를 생략하고 밋밋한 표면으로 끝낸다.  


신기한 dental anatomy 하나의 예를 들쟈면..  이빨이 옆의 이빨이랑 가지런히 있지만 contact point가 다 다르다.  이빨의 윗부분, coronal third에 그 proximal contact 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이빨들은 Middle Third에 contact 이 있다.  그렇게 부딯히는 부분은 height of contour 이라고 하는데 그 정확한 부분에 contact 이 맞아야 이빨사이에 음식이 끼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때마다 뭐가 자꾸 끼는 괴로움을 당한다.  그 contact 이 아예 없으면 음식 먹는 것이 괴로울 정도로 짜증이 난다.  이렇게 디테일한 것 까지 신경을 써서 맞출려고 하는 치과의사는 거의 없다고 보지만, 알고는 있어야 한다.  최소한 Middle third에 맞주는 것 정도는 해주어야 한다.  이런 자그마한 디테일..  우리로서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는 장치이다. 


치아가 왜 이렇게 디테일한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하지만 언제나 드는 생각이 있다.  이건 분명 신의 섭리일 것이다.  몇 십년동안 관심있게 바라보았지만 도무지 필요이상으로 많은 디테일을 간직하고 있는 이빨의 anatomy 들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건재한 것을 보면 이건 분명 신의 섭리가 사려있는 현장이란 결론 밖에는 답이 없다.  


AI 시대가 다가오고 수많은 정보가 새로이 발견되지만 우리가 매일 한순간도 쉬지 않고 사용하는 그 작은 이빨 하나 하나에 새겨져 있는 anatomy 들은 여전히 의문이고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처럼 우리에게 남아있다.  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운명처럼. 그런 운명을 설명하는 힌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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