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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Oct 19. 2023

Rita & 소세지

Dimentia & RPD


거의 20년을 봐 온 환자 한 분 때문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화가 난 채로 그냥 나가버린 신 환자분 때문에 Front desk 스태프들은 어리둥절한 상태였고, 같이 따라오신 남편분은 어쩌지 못해 당황한 표정만 지은채 서 계셨다. 치과를 운영해 오며 전혀 없던 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환자분과 이런 일이 있다 보니 당황스러운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환자분의 치료를 직접 진행한 나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인해 환자분이 화가 많이 나기도 했고, 나 역시 억울한 부분이 많아 화가 삭아지지 않은 채 하루 진료를 끝내야 한 우울한 하루였다. 


그분의 이름은 Rita이고 남편분은 Heins W.이다.  이 분들은 독일에서 오신 1세 이민자들이다. 그 남편분의 영어에서는 약간의 독일 엑센트가 들리긴 해도 Rita 에게선 독일태생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없는 완벽한 미국 중산층 영어를 쓰시는 분이다. 이제 80세를 훨씬  넘기셨지만 아주 총명하신 분이시다.  내가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2년 배웠다고 하니 자기한테 독일어로 이야기 한번 해보라고 우기시기도 했다. “ öffne deinen Mund ansonsten auf Wiedersehen” ( 입 벌리시지 않으면 집에 가세요 ~ )  이렇게 한마디 하니 말이 이상하지만 알아듣기는 하겠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Your German also has Korean Accent !”  내가 하는 영어에도 한국 악센트가 있는데 독일어에도 있다고 낄낄거리신다. 


아주 초창기 이민사에 독일에서 오신 분들은 Butcher Shop을 많이 하셨다.  방목해서 키운 소나 돼지를 잡아 고기도 팔고 독일 소세지를 만드는 가게들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그런 가게들은 주로 단골손님들이 형성되어 꾸준히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민 일세들의 세대가 지나가면서 그 일을 이어받아 나가는 이세들은 없어지고 그런 가게들은 거의 자취를 감춘다.  이분들이 하는 가게는 Glenside, Pa라는 동네에 있었는데 얼마 전 그 가게문을 닫았다고 한다.  지금은 폴란드에서 이민오신 분들이 모여사는 동네에 가면 아직 그렇게 수제로 소세지를 만드는 가게들이 남아 있다. 


Rita는 밑의 안쪽 치아가 세 개가 나란히 없어 음식 먹는 것이 영 불편했다. Unilaterally Edentulous Condition이라 (missing #18, 19, 20 )  Bridge를 할 수 있는 조건도 안 되고, 임플랜트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도 되지 않았다. Mandible의 Bone Condition 도 적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제일 자신 있어하는 치료 중의 하나인 RPD (Removable Partial Denture)로 가기로 했다.  조금 Unusual 한 Design 이긴 하지만 Stone Cast에 직접 그리고 기공소에서는 그대로 만들어 왔다.  


환자분이 와서 Delivery를 하는데 Fit 이 너무 좋았다.  Initial Stability 도 너무 좋았고, Occlusion까지 거의 완벽했다.  별로 손 볼 것이 없었는데…  그런데 자꾸 아프다고 한다.  Sore Spot을 체크하고 손을 보고 그 과정을 4번 정도 했나?  Rita 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면서 한마디 한다, “I give up ! “  give up?  치료는 내가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지?  순간 너무 황당했다.  Rita의 얼굴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방금 전까지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아직 내가 치료가 끝이 났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구 화를 내며 오피스를 나가버렸다.  


따라왔던 Heins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뒤를 따라나가는 것이 아닌가?  따라가며 미안하다는 말도 했고,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한번 더 해보자고 말고 했지만 난 그녀의 뒤통수만 바라볼 뿐이었다. 

다음날 수간호사가 내 방에 들어왔다.  방금 그 남편인 Heins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사실 Rita는 Dementia (알츠하이머병)를 앓기 시작했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집에 와서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컨디션이 좋아지면 한 번만 더 시도해 볼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  아이고.. 이런.. 이런..  


다시 힘이 불끈뿔근 솟는다.  그렇다면 이건 내가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뿜뿜이었다.  언제든 다시 오라고 전화해 줬다.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이 준비하고 Rita를 다시 맞이하기로 했다. 몹쓸 병이지만 우리는 Rita만 바라보기로 했다.  우리의 인내와 정성으로 Rita가 소세지를 맘껏 먹을 때까지 끝까지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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