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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May 30. 2024

엑상 Aix과 세잔 4

현대미술의 열쇠

세잔은 이젤을 이고 지고 산이 더 잘 보이는 곳으로 나가 생 빅투아르 산을 죽어라 그렸다. 그가 자주 다녔던 엑상의 외각 도로를 지금은 Route Cezanne이라 부른다. 직접 가보니 지금은 차로 10분이면 살 수 있는 거리지만 그 당시에 여기까지 어떻게 갔을까 궁금했었다. 그 궁금증에 대한 기록은 없었으나 액상 골목의 어느 작은 책방의 오래된 책에서 찾았다. Le Tholonet이라는 빅투아르 산이 잘 보이는 동네로 가는 세잔과 그가 타고 있던 마차사진이었다. 역시.. 조금만 책방 안에서 한참을 머무는 것을 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날더러 “Are you an artist?”라고 물어본다. 흠.. 어떻게 대답하지 좀 고민을 하다가 “Yes, I am an artist and a Cezanne Lover”라고 말해버렸다. 희망사항인거지… 


그의 세계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일관성 있게 정리되고 있었다. 실내 정물화에서는 기존의 교과서 였던  중앙의 소실점, Vanishing Point을 뛰어넘는 multi perspective 가 그의 그림에 나타나고 있었고, 밖에서 그린 풍경화에서는 무수한 과일 그림에서 출발한 색채에 대한 그의 연구가 완성을 향해 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원근법을 이용한 공간의 눈 속임수를 허용하지 않고, 좀 더 본질적인 미술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미술 세계의 가장 기본 도구인 색채, 빛의 본질을 사용하여 인상파들이 철저히 부숴버렸던 그러나 세잔에게는 아쉬웠던 고전주의의 복고를 함께 꿰했다. 그럼으로써 인상주의의 특징을 살려낸 한걸음 더 완성의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미 그의 눈에 들어오는 피사체는 단순 appearance와 순간 아티스트의 감정을 넘어 미술의 근본인 색채만으로 표현되고 있었고, 그 색채는 세잔에게 눈에 보이는 피사체 그 자체였다. 그림의 인지에 대한 그의 이론이 캔버스 안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눈은 받아들이고, 뇌는 형태를 결정한다”라는 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넘지 못하는 미술세계에서 다 다다를 수 있는 정점에 있었다. 마치 바흐가 음악에서 교과서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그 끝을 완성한 것처럼, 세잔은 미술에서의 그 정점을 찍어 버렸다. 단순한 사과 몇 알에서 마치 물리학에서 설명하듯 Newtonian world에서 Quantum Physics로 전환하면서, 이제야 좀 더 실제에 좀 더 다가가는 자연학문의 장을 열었던 것같이 세잔의 그림도 그러했다. 


끊임없는 연습과, 그의 고집으로 태고적부터 이어진 미술사에서 전해 내려 온 그리고 새로운 르네상스였던 인상파들을 수용하며, 미술 그 자체로 관심을 돌리며 그에게는 강력한 무기였던 색채로 미술이라는 예술을 정리해 버렸다. 미술사를 단순히 정리하자면 단순 복사에서 시작한 미술세계는 고대에서 정밀함을 다투며 경쟁을 벌였고, 중세시대에 크리스천의 영향으로 그림 속 의미가 주가 되어버린 시대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 좀 더 현실적인 표현을 위해 소실점이나 원근법을 개발함으로 평면에서 입체적인 표현에 열광하다가, 시선을 돌려 순간들로 이어진 느낌을 모아 사물의 실체를 찾아보았다.  이미 중구난방 Wild-West으로 난리가 난 미술세계를 다시 화폭 안으로 모두 다 몰고 와서 숨길 수 없는 미술의 이차원의 세계인 화폭 안에서 또 가장 기본적인 색채와 구도로 다시 정립했다. 동시에 미술은 자연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평행을 이루는 조화 또는 두 개의 체계”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게 된다. 그래서 자연이나 사물에 종속되어 있는 미술의 세계는 비로소 독립을 하게 되고, 미술 그 자체의 것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시작이고, 이 중심에 바로 세잔이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미술 세계관을 이해하기 시작한 당시 인상파 기득권 모네, 르느와르, 드가, 피사로 등은 세잔의 그림을 수집하기 위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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