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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자의 썰 Jul 27. 2024

Rookie시절


며칠 전 어느 오후에 지금 치대학원에 있는 아들에게서 급박한 문자가 왔다, “First implant crown … stripped screw”  몇 글자 되지 않는 문자였지만 지금 얼마나 마음이 급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힘들어하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학교에서 이제 겨우 환자 한 두 명 만나며 Clinic에서 실습 경험을 시작한 아들놈이 어떡하다 임플란트 크라운 마감을 하게 되었고, 곧바로 무시무시한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다. 리플을 해주면서 한동안 많은 문자가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집으로 온 아들은 오후에 일어났던 일들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평생 제일 힘든 날이었고 여태 받은 스트레스 다 합쳐도 오늘 것에 비하지 못한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당연히 모두들 겪는 과정이고, 넌 조금 일찍 경험한 것뿐이라고 해도 위로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교수 3분이 달려와서 매달렸지만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환자분에게 직접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는 주치의의 위치라 없는 경험에 어쩌지 못해 너무 힘들었던 오후였다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반복하는 아들놈이다. 바라보고 있으려니 안타깝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넌 얼마나 행복하냐, 이렇게 아빠 찬스 도 쓸 수 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꼬치꼬치 물어볼 수 도 있고. 이해 안 된다고 짜증도 낼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 도 있고..   


사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2년 뒤 바로 개원을 한지라 충분한 경험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배우고 익히는 경우가 많았다. 짬짬이 콘퍼런스를 다니며 배운 기술들을 충분한 연습이나 수련 없이 바로 환자들에게 시술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그때는 임플란트가 치료현장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문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곳보다, 임플란트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교육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첫 10년 동안 내가 거쳐간 임플란트 종류와 회사가 4개나 되었다. 덕분에 자연스레 생각보다 빨리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오피스에  정착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혼자 운영하는 오피스이기도 하고, 나를 슈퍼바이저 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환경도 되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기술을 익히는 것은 한계가 있고, 내 손끝이 감각을 익히기에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이었다.  수많았던 시행착오 속에서 내 환자들은 나의 위해 알게 모르게 희생당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충분한 수련을 거치고 완벽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개원을 하고, 환자분들을 대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내 부족한 경험이나 미숙함에 희생양이 되었던 많은 환자분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그래도 굳이 따지고 본다면 나로 인해 희생을 껴 앉아야 했던 분들보다, 그로 인해 익숙해진 손 끝으로 혜택을 받은 분들의 숫자가 더 많아 이렇게 위로를 해야 하나 웃픈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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