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
요즘 치과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은퇴’ 계획이다. 만날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만 똑 부러진 답이 나오지 않는데, 그래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다급하고, 가장 관심사는 분명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이제 50대 중반을 넘어가는 나와 내 치과 친구들은 그럴 때가 된 것 같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제 각기 다른 길로 열심히 달려왔다. 레지던트, 새 직장, 결혼,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이제 성인에 되어갈 무렵, 이제 겨우 여유가 생겨 고개를 들어보니 몸은 힘들고, 은퇴를 계획해야 하는 때가 되어버린 것이다. 비단 미국에 있는 우리뿐 아니라 어디에서든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10여 년 전까지도 미국에서 치과의사들이 은퇴를 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공식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짐에 많은 것들이 변하듯 치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이랬다; 학교를 졸업한 의사는 이미 정착된 오피스에 Associate Doctor (한국에서는 이 포지션을 pay doc이라고 부르는 것을 배웠다. 아이러니하게 이 말은 영어 같은데 정작 미국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eye shopping을 window shopping이라 부르는 것처럼)로 들어가 열심히 일하고, 몇 년뒤 인정받으면 그 오피스에 파트너가 되면서 오피스의 절반을 사게 된다. 대부분 은행 융자나 몇 년 기간을 두고 갚으면서 절반의 오너가 된다. 그러다 기존의 의사가 은퇴를 하게 되면, 다시 젊은 의사를 채용하면서 은퇴를 하는 의사는 새로 들어오는 젊은 의사가 감당하는 비용을 받고 은퇴를 하게 된다. 같이 일을 하면서 오피스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오기에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는 방식이다. 오피스의 사이즈에 따라서 약간의 기술적인 부분이 다르게 작용하지만, 대부분 이런 방식에 기본을 두고 세대가 바뀌게 된다.
우리들도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왔지만 이런 패턴은 이제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다. 은퇴를 해야 하는 세대는 바뀐 것이 없지만, 새로이 오피스를 맡아서 운영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가 완전히 달라졌다. MZ 세대의 등장이다. (이제 앞으로 내가 하는 말은 좀 꼰대스러운 말이 되지 않을까 불안하지만 최대한 팩트만 모아서 정리해 본다.) 구글에 MZ들의 특징을 물으면 이렇게 나온다 (이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같은 것 같다)... 개인의 취향과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평적 문화를 선호한다. 편리함과 간편함을 선호한다. 정확한 계산을 원한다… 이 MZ 세대들의 특징이 치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은 오피스의 오너가 되어서 동반되는 지위나 금전적인 보상보다, 책임의 무게를 원치 않는다. 흔히 치과는 ‘구멍가게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원장의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작고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어느 하나 벗어나는 부분이 없어, 젊은 세대는 차라리 Associate Doctor로 스트레스 없이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것들이 현실이 되어 지금 미국치과 컴뮤너티에서는 은퇴할 의사들은 줄을 서 있는데 새로이 들어오는 의사들이 없어 예전의 공식이 깨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치과뉴스에서 가장 핫하고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DSO (Dental Service Organization)라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이런 기존 치과 커뮤니티 구조에 새로운 MZ 세대가 등장함에 기존 질서에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책으로 보였다. 그렇게 처음에는 틈새시장을 메꾸는 것 같았으나, 이젠 치과 전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완성되고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치과가 아닌 투자자가 모인 회사가 치과들을 사들여 모든 운영을 맡고, 의사는 환자만 신경 쓰는 구조이다. 은퇴를 계획하는 의사는 DSO에 치과 소유권을 넘기고, 4-5년 더 머무는 조건으로 좋은 보상을 받게 된다. 서류에 사인을 하는 순간 환자만을 생각하는 것 외에 모든 책임감에서 벗어난다. 이런 DSO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고 보면 DSO를 이용하면 아주 이상적인 은퇴나 Transition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많은 잡음이 나기도 한다. 최근 아주 친한 치과친구 한 명이 이 DSO 한 곳을 통해서 오피스를 정리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 Pro and Cons를 명확히 이야기하며 추천을 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이야기도 같이 한다. 이렇듯 은퇴 계획을 생각하는 옵션이 하나 생겼으나 고민은 더 많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