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루나 사태 겪고 나서 달라진 점
5월 14일, '달의 몰락'을 쓰고 나서 한 달하고 보름이 지났습니다.
2022년 5월 7일, 아직도 여러 가지 뉴스들로 떠들썩하고 최근 셀시우스의 뱅크런 및 3AC 청산 가능성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되는 테라 (UST) Depeg와 앵커 프로토콜 사태. 이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지난 한 달간 제가 어떤 생각의 변화를 겪었는지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시체를 해부(포스트모템)하고 들여다보다.
아직 UST Depeg 사태의 공식적이고 정확한 인과 관계는 모릅니다. 지갑 주소에 대한 여러 가지 설과 뉴스들이 뒤엉켜있습니다. 또한, 최초 Depeg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씨타델과 블랙락 소식보다는 최근에는 ‘Unbank yourself'를 호기롭게 외치던 큰손 셀시우스까지 UST의 Depeg사태로 손실을 보고 고객의 예치금으로 이자를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암호화폐 시장은 지금 이 이상 얼어붙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엉망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업무적으로도 UST 사태의 시체를 해부해야 했습니다. 뭐 제정신으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막심한 피해였지만, 반면 깨달은 바도 큽니다.
5월 4주 차 들어서며 내부 전체 정례에서 크립토 씬에 대한 현황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때 다시는 마주 보기 싫은 UST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글을 저장하기 전 쓰기 시작한 한국시간 6월 19일 15시 57분 (KST), BTC는 18K가 깨졌다가 잠시 반등하는 중이고, ETH는 3 digit (1K 깨짐)이고 대부분의 Alt들은 ATH대비 80% 이상 하락한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GAME OVER' 같다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게 된 데에는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상황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최근 2년간 가상화폐 신을 휩쓴 키워드 디파이(DeFi)의 일부 Lending Protocol을 활용한 '풍차 돌리기'가 가진 위험성이 큰 인센티브 모델 또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풍차 돌리기'는 다소 생경한 단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의 낮은 이율 (Passive Income)에 질려있던 Geek들에게 마치 이자 생산 게임 같은 개념의 낯익은 키워드입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DeFi 속 유동성 공급(LP)의 흐름을 활용해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기꺼이 안으면서 (Bear) 능동적 수익 (Active Income)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워 보이는 퍼즐게임을 헤쳐나가는 성취감(Achievements)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 이기도 했습니다.
DeFi의 유동성 공급 (liquidity provider)과 레버리지 상품의 결합은 빅쇼트에서 등장하는 CDO(부채담보부증권)의 이익 모델처럼 보험사가 취득해야 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중개자 없는 탈중앙화 금융을 통해 개인도 취득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초고위험 리스크를 통해 개인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DeFi Geek들과 고래 투자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작년 5월 UST 앵커 프로토콜이 릴리스 된 이후, 메이저 AMM들과 Celcius와 Lido 등의 Lending Protocol들과 함께 엮이며 본격적인 '풍차 돌리기'모델이 발굴되고 DeFi Geek들과 고래들이 참가했습니다.
이런 위험도가 높고 지속성이 깨지기 쉬운 이자 놀이(또는 대중에게 이면을 밝히는데 일조)였던 ETH-stETH의 레버리지 모델을 살펴보겠습니다. Fiat 결제 > Crypto 구매 > Crypto 예금 > 거치 이자를 버는 동안 예금만큼의 채권 발행 > 채권을 담보로 다시 Crypto 대출 (LTV는 보통 50-70% 수준까지 인정) > 다시 Crypto예금 > 거치이자를 버는 동안... 다시 무한 반복
끊임없이 거래량이 증가하는 시장 현황(Bull Market)에서는 위험성이 노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시장이 냉랭해지면 (Bear Market) 대규모 매도로 인한 유동성 부족과 FUD 범람에 이어 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뱅크런에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이와 함께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는 Lending Protocol이 어떻게 버는지 구조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DeFi Protocol에 토큰을 공급하는 고객들의 기대수익(APR)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우선 이자 재원을 만들기 위한 프로토콜의 기대 수익은 무엇이 있을까요? 대부분 다음 네 가지 항목을 통해 수익을 법니다.
LP(Liquidity Provider)들에 대한 거래수수료
Tx Fee
옵션 / 보험 프리미엄
대출자가 내는 이자
이 중 프로토콜은 토큰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일반 고객들은 물론, 프로토콜에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이자를 주기 위해서 보통 다음 두 가지 항목을 활용합니다.
Token Inflation (토큰 추가 발행)
Tx Fee의 일부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이자로 제공하는 토큰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며, 실제 사용처 없이 멋들어진 내러티브(Story Driven)만을 통해 가격이 올라갈 것이란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준 상태로 계속해서 추가로 토큰을 발행하며 고객에게 이자를 준다는 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이런 경우 Pump & Dump 끝에 돈을 맡긴 고객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백서 상의 토큰 공급량에 대한 로직과 프로젝트 로드맵, 발행 및 유통량에 대한 기준들이 모두 지켜지리라고 보장하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작년 DeFi의 트렌드를 이끌었고 지금도 건재한 Uniswap와 유니 스왑을 하드 포크 해서 탄생한 Sushi Swap과 같은 AMM(Auto Market Maker)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화수분 역할을 하던 Tokemak. Tokemak은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용광로 모델을 도입하는 한편, 시장에서 회수하는 거래수수료(Trading Fee)를 유동성 고갈이나 이자수익 지급금 부족 등의 비상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PCV로 만들어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자 변동 모델을 도입하여 Tokemak에 유동성공급자의 쌍 (LP & LD)에게 끊임없는 Asset Staking을 독려합니다.
아직 DeFi는 이렇게 유동성 공급순환과 이자 수익에 대한 안정성을 만들기 위해 진화되고 있는 시장이라는 반증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UST, USDC, USDT, DAI 등의 스테이블 코인이 DeFi에서 활약했던 배경에는 변동폭이 큰 가상화폐에서 이자 수익에 대한 유동성을 담보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유동성'은 '슬리피지'(체결 가격의 격차)를 최소화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금융공학적으로 보면, 파생상품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 이런 개념들이 코드로 짜여 사회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보험사가 떠안고 받는 막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개인이 참여하여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탈중앙화 금융 (DeFi)만 할 수 있는 사용자 주권적 금융의 한 사례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적었듯이 폰지 스키마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와 일부 무한 '풍차 돌리기'와 같은 탐욕이 만들 결말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저는 믿었습니다. UST와 LUNA가 '콘텐츠'와 합쳐져 'GameFi'로 진화할 것이라고 올해 하반기 나올 다수의 테라 생태계 프로젝트들을 보며 저 스스로를 설득하며 넘어간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글로벌 게이머 30억 명, DeFi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본 적 있는 전 세계 사람들 300만 명 중에서 GameFi는 각각의 1% 취한다고 하더라도 산술적으로 3백3만 명의 사용자를 획득할 수 있다고 GameFi 타깃을 정리할 때도 DeFi유저와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게임 경제에 대한 사용자의 자기 주권을 위한 장치였습니다. UST진영 생태계에서도 이미 수많은 GameFi Dapp들이 이런 GameFi 생태계를 구축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UST 또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이자지급 모델이 아닌 실용적인 내러티브의 Tokenomics가 돌아갈 것이란 기대를 했었습니다.
(아직도 GameFi가 기존의 소각과 활용이 확실한 게임 이코노미와 유기적 결합할 여지는 많이 남아있고, 리처드 개리엇 옹이 블록체인 MMO를 만들면서 언론에 얘기한 대로 게임 마켓에 늘 존재하던 블랙마켓을 유저 주권적으로 찾아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UST 앵커 프로토콜 지나치게 높은 이자 모델에 대한 해소되지 않는 불안감이 추후 게임 토큰으로 발전하여 해소해주리란 확증편향의 결과는 5월의 대참사로 이어졌지만 말입니다.
포스트모템을 하며 다시 한번 절감한 것은 결국 DeFi가 지난 2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20% 이자를 보장하던 UST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인센티브 모델 외에도 전통 금융의 파생상품의 Risk를 보험사가 기꺼이 떠안으면서 받는 수익을 개인에게 전가한 일부 초위험 리스크 모델 또한 있었다는 점.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프로토콜 이코노미의 실험과 진화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MiCA, SEC와 같은 글로벌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과 법이 가이드를 만들면서 중앙화 금융이 사건 사고를 반복하면서 진화해 온 역사처럼 점진적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합니다.
폭풍우가 몰아치고 난 후 정신을 차리면 남은 것들
고통은 우리의 생존력을 높이는 가장 근본적인 적응 현상 중의 하나이다
- 매튜 D. 리버먼 from '사회적 뇌'-
UST Depeg 사태 이후, 12년 치의 생활비를 한꺼번에 잃었던 5월 14일 최종 손실 확정 후 저는 확실히 변했습니다. 공중파 뉴스 기자에게서 피해자 인터뷰 요청이 연이어 왔고(물론, 요청마다 대응할 정도로 정신적 여력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SNS에 적은 심정 '달의 몰락'이 제가 지금까지 링크드인에 적었던 글 중에서 최다 노출을 기록하며 금융관계자에게 노출되면서 연이은 친구 신청과 더불어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또한, 평소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친우들과 옛 동료들로부터 인류애 넘치는 밥 한 끼, 차 한잔, 기프티콘을 받았습니다.
참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무형의 프로토콜 경제의 가치를 신뢰하고 투자했던 제 Crypto Trading 역사 속에서 유형의 가치를 느끼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되면 후속 글을 꼭 쓰면서 감사의 마음을 한번 더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네 가지 변화점에 대해서 적으면서 글을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1. 이제는 정말 마음 편하게 DeFi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LUNA2가 나온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고, LFG와 TFL에 대해 큰 실망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의 자기 주권적 탈중앙화 금융의 취지는 변함없이 지지합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Snapshot 기준 Depeg 이전부터의 Holder 대상 에어드롭으로 보상받은 LUNA2를 활용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는 LFG를 비롯 프로젝트와 관련된 특정 인물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대신 테라 생태계에서 LUNA2를 재건하려는 Protocol 생태계를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예전처럼 리스크를 기꺼이 택하고 제 투자 원칙을 무시하고 한 곳에 모두 넣지 않습니다. 베스팅 받은 LUNA2 보상을 활용해 LP도 돌리고 일부는 처분하여 구입한 ETH기반(ERC-20) 토큰으로 몇 가지 믿을만한 프로젝트를 살펴보고 DeFi도 소액으로 운영합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한꺼번에 사라져도 부담이 없고, DeFi의 생태계가 낯설지 않고 진화해나가는 시장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겪으며 Risk가 무엇인지 센티멘털은 어디에서 오는지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2. 전통적인 '풍차 돌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전통 금융에서의 '풍차 돌리기'는 예적금을 시간차를 두고 가입하여 언제 해지를 해도 이자를 얻을 수 있는 개념이었습니다. DeFi에 대부분의 자산을 운용하느라 외면했던 전통 금융의 '풍차 돌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다시 돈을 모으고 체력을 쌓는데 중요한 것은 지루한 예금의 긴 기다림 (Passive Income)에 저만의 재미를 더하는 길이었습니다. 테라 사태 이후 두 번의 급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두 번의 급여를 활용해서 풍차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겪고 나서 마음속에 바람이 일지 않아 풍력이 사라지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이 사라진 것이 참 좋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시작한다면 시간은 저의 편입니다.
3. 저만의 DCA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변동성이 크고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투자에서 좋은 전략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작게 꾸준히'와 '시간'의 개념을 섞은 DCA(Dollar Cost Averaging) 전략을 시작했습니다. 피해 보상으로 베스팅 받은 LUNA2를 Staking 하고 이자를 짧은 텀으로 인출해서 BTC를 구입하고 있기에 경제적 부담도 없습니다.
지금의 Crypto Winter에 심적으로도 시작하기 부담 없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4. 시장에서 배운 것은 냉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저의 마음이 향하는 곳에 대한 재확인이었습니다.
근무 중인 회사의 블록체인 랩과 함께 일하기 시작한 2018년보다 1년 일렀던 2017년의 오늘. 페이스북이 가르쳐주는 5년 전 과거 글이 알람으로 떴습니다. 그 당시 저는 옆팀 덕분에 포츈지를 쉬는 시간 마음껏 읽어보고 인상이 깊은 내용을 정리하여 담벼락에 남겼더군요.
2008년 리먼 브라더스발 세계 금융위기에는 하우스 푸어 천지였던 미국에서 2016년 연말은 학자금 푸어로 인해 당시만큼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포그래픽과 기사였습니다. 빚이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인상 깊어서 인포그래픽과 기사를 몇 번이나 읽어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들어온 것이 직업의 변화에 대한 설문내용이었습니다. 2020년까지 4년간 가장 많이 바뀔 업무 분야가 바로 Finance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왜 갑자기 학자금 푸어 키워드와 블록체인과 AI가 Finance 직무 자체를 재정의할 것이라고 얘기한 2017년 포춘지 기사와 제 생각을 끌어왔을까요.
사실 12년 치의 생활자금을 테라 사태로 인해 한꺼번에 잃고 나서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바로 그 돈이 제 미래의 학자금과 공부하는 동안 쓸 생활비로 모아둔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다락방 서재에 잔뜩 쌓여있는 수능 수학을 보면서 놀랍니다. 제가 중년의 이 나이에 '수학'과외를 부업으로 할 실력이나 그런 게 용납될리는 없고 수능 볼 거라고 둘러대긴 합니다.
매년 수능을 준비하면서 공부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다시 공부하고 싶었고 해외나 한국 어느 나라이건 수학을 토대로 전공하고 싶은 학문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지 20년이 되었음에도 목마름이 있는 곳이 있었습니다. FE (Fullstack Engineer)에 대한 꿈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DeFi를 뜯어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한편으로 흥미가 생겨 파보기 시작한 다른 FE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공학 (Finance Engineering)입니다.
지난 몇 년간 불완전경쟁 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수용의 편향과 더불어 정보의 비대칭에 의한 손익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은 배우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파생상품 구조에 대한 위험중립 가치평가법을 통해 헷지수단을 마련하고 미련하게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2008년 엔화로 급여를 계약하고 넘어간 일본. 한국으로 돌아온 2010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급상승한 엔화 안전 자산의 가치로 인해 본 이익에 대해 당시 제대로 경제공부를 해볼 수 없었기에 빅쇼트 영화가 나오고 나서야 제대로 복기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테라 사태는 직접 몸소 겪으면서는 좀 더 깊숙이 시장과 저를 둘러싼 경제 환경에 대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새로운 기술과 함께 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조금 먼저 체감하고 공부하면서 말입니다.
달은 이지러졌다 다시 만월이 되어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The moon always wanes and falls. Seeing such scene from childhood days always spurred my curiosity. As time goes by everything is not the same as it used to be, just like the moon waning and falling. Thus we have to try our best, owning each moment and never forgetting the curiosity in our hearts. (Ki Woong Han a.k.a Hoppers)
링크드인 인사말에 적어둔 저의 성장 시기를 관통한 호기심과 삶에 대한 자세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금전적 손실로 인하여 저의 본질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오늘도 동네를 걷다가 카페에 앉아 19일 글을 쓰기 시작하고 저장해둔 서랍장 속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한 주를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런 휴일의 시간에 생각을 천천히 복기하며 정리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루틴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려고 하니 문득 머릿속에는 즐거운 이유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관에 등장하는 붉은 달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 최후의 순간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는 클라크 아이작.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 <데드 스페이스>가 리메이크되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개발 스튜디오의 해체 이후 다시는 <데드 스페이스> 신작을 못할 것이란 생각도 했지만 희망을 가지고 오랫동안 기다린 게이머로서 흥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년 초 발매일까지 이번 일을 통해서 배운 네 가지 일들을 꾸준히 실행하면서 기대하려고 합니다. 물론, 다시 아이작이 되어 붉은 달과 싸우기 위한 그 시작점을 반복하겠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다림 끝에 새로운 세대 게임기로 즐기는 <데드 스페이스>라니요.
또한, 몇 년 만에 갑자기 불어닥친 Crypto Winter를 견디는 것도 그렇게 괴롭지 않습니다. Flow와 NBA Topshot 모델이 생겨난 시기도 다른 시기의 가상화폐 침체기 속에서였고, 지난 2년간 급격하게 성장한 DeFi 또한 성장통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진화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GameFi또한 콘텐츠 및 이용자 중심으로 토큰 유틸리티를 만들고, 사용자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겠지요.
쓰면서 정리해보니 마음이 차오릅니다. 진정한 만월의 귀환이랄까요. 이제는 붉은 달도 두렵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책 속에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다시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현상을 연구하고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을 탐구할 것입니다.
달이 언제나처럼 이지러졌다가 다시 차오르고, 저의 마음의 잔고도 다시 채워지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26일
세가오니
P.S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며, 특정 프로젝트 또는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나 공식적인 입장을 전혀 대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담당 업무와도 무관하며 개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한 생각의 일부입니다.
테라 루나 사태로 인하여 저와 같이 심적, 물질적 피해를 보신 모든 분들이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