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직장문화와 한국식 인맥 구조
오늘은 한국 사회의 두 가지 ‘카르텔 차트’를 같이 펼쳐보려고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 ‘카르텔’은 거의 유행어에 가깝습니다.
정치, 재벌, 학벌만이 아니라 이제는 연예계·유튜브·회사 조직까지 다 카르텔로 불립니다.
- 똑같은 얼굴만 나오는 예능을 향해 “유재석 카르텔 너무 지겹다”는 댓글이 달리고, ([82cook][1])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같은 웹툰·드라마가 중년 부장을 집단 캐릭터로 묶어 풍자합니다. ([네이버 웹툰][2])
여기서 말하는 카르텔은 경제학 교과서의 가격 담합이 아니라,
기회와 자원을 비공식 네트워크로 독점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유재석과 김부장이 모양은 비슷한데 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먼저 예능판부터 볼까요.
1) 신뢰와 심리적 안전으로 유지되는 팀
유재석 주변에는 늘 비슷한 얼굴들이 맴돕니다.
오래 같이한 동료, 후배, 작가, PD들.
이 조합을 “유재석 라인”, 더 강하게는 “유재석 카르텔”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부정적 시선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 여러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멤버·비슷한 공식을 반복하면서,
- 새로운 얼굴·실험적 포맷이 들어올 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죠. ([82cook][1])
하지만 반대편에서 보면 이 카르텔은 “고성능 프로젝트 팀”에 가깝습니다.
- 긴 생방·리얼 버라이어티를 버티려면, 말 안 해도 통하는 팀이 필요하고,
- 예능은 실패하면 바로 시청률과 광고로 맞아 떨어지는 고위험 비즈니스입니다.
- 리더(유재석)가 ‘실패 비용’을 가장 크게 떠안는 구조이기도 하죠.
이럴 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 번 검증된 사람들”만 반복해서 쓰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연속 창업할 때 같은 동료를 또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재석 카르텔은
- 심리적 안전과
- 프로젝트 성공률을 극대화하는 방식의 카르텔입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세대교체와 다양성을 늦춘다는 점입니다.
뮤지션 생태계에서 소수의 음원 차트 강자가 신인에게 기회를 안 주는 것과 똑같은 그림이죠.
이제 직장으로 넘어가 봅시다.
웹툰·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주인공 김부장은
- 집에서는 가족을 생각하는 가장이지만,
- 회사에서는 남의 눈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 세대 간 가치관 차이 속에서 ‘꼰대’로 소비됩니다. ([네이버 웹툰][2])
이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부장님들 집단 초상화’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김부장 카르텔”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 연차·직급이 비슷한 부장·차장 라인끼리 뭉쳐서,
- 서로의 평가를 봐주고, 회식 문화·보고 문법·야근 관행을 지키고,
- 윗선에는 “우리는 조직 충성파”로 보이게 만드는 네트워크.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한 리포트에서는,
최근 1년간 ‘직장 상사 스트레스’, ‘무능한 상사’ 같은 검색어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MZ 세대가 상사를 떠올릴 때 붙이는 수식어는 “무능력한, 일 못하는,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에 가까웠고,
이 검색 경로에 ‘퇴사’가 자주 함께 등장했다고 하죠. ([Listening Mind Blog][3])
이게 바로 김부장 카르텔이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 역량은 낮은데 권한은 크고,
- 책임은 부하에게, 공은 윗선과 나눠 갖는 구조.
조직 입장에서 보면 생산성 감소 + 인재 유출 + 내부 정치 비용이 동시에 발생하는,
매우 비싼 카르텔입니다.
1) 예능: 피로감과 이탈
커뮤니티와 SNS를 보면 “유재석 카르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청산해야 한다”는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X (formerly Twitter)][4])
이건 단순 안티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새 얼굴에 대한 갈증’과 ‘다양성 욕구’가 쌓여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 결과
- 지상파·케이블 예능의 체감 영향력은 줄어들고,
- 유튜브·OTT에서 훨씬 다양한 크리에이터, 실험적인 포맷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즉, 유재석 카르텔은
“예능 산업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인 동시에 이제는 일부 시청자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떠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2) 직장: 퇴사 검색과 워라밸 요구
MZ 세대 조사 데이터를 보면,
한국 MZ의 최대 관심사는 ‘생계비’이고,
그 다음이 실업·사회 갈등·기후변화 순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워라밸을 위해 기업에 가장 많이 요구하는 건
주4일제·휴가장려 문화입니다.
하지만 김부장 카르텔이 지키는 조직 문법은 다릅니다.
- 야근과 회식,
- “위에서 시키면 일단 해”,
-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피드백.
그러니 검색창에는 ‘퇴사’, ‘조용한 퇴사’, ‘N잡’, ‘파이어족’, ‘직장 상사 극복법’ 같은 키워드가 늘어납니다. ([Listening Mind Blog][3])
경제적 불안 + 김부장 카르텔이 합쳐져서 한국 젊은 세대의 ‘회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가속시키고 있는 거죠.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1. 농경사회·장유유서의 유산
- 나이가 곧 권위였던 사회에서,
- 연차와 직급이 쌓인 사람들은 자동으로 ‘설명할 권리’를 얻었습니다.
- 이게 회사 안에서 김부장 카르텔의 문화적 뿌리가 됩니다.
2. 한국식 ‘정(情) 문화’의 뒤틀린 버전
- 같은 군대, 같은 학교, 같은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끼리의 정.
- 이게 잘 작동하면 유재석식 신뢰 네트워크가 되고,
- 나쁘게 작동하면 김부장식 폐쇄 네트워크가 됩니다.
3. 불안한 중산층의 방어기제
- 집값, 교육비, 노후불안 앞에서
- 사람들은 “내 자리, 내 팀, 내 예능, 내 조직”을 지키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 김부장도, 유재석도 사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도모하는 중산층의 얼굴이죠. ([천지일보][5])
우리는 지금
“선한 카르텔 vs 악한 카르텔”의 싸움이 아니라,
“닫힌 카르텔 vs 열린 네트워크”의 전환기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1)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
- 성과 기준을 야근 시간에서 ‘가치 창출’로 옮기기
데이터로 KPI를 설계하고,
상사의 주관적 평가 비중을 줄이면,
김부장 카르텔의 힘은 자연스럽게 약해집니다.
- 피드백 권력을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게 두지 말기
동료·후배가 상사를 평가하는 360도 피드백,
匿名 직장문화 설문 등을 꾸준히 공개하면
“위에만 잘 보이면 된다”는 김부장식 생존 전략이 깨집니다.
2) 개인 차원에서의 태도 전환
- 내 안의 작은 김부장적 습관을 먼저 의심해 보기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하는 말,
“원래 다 이렇게 해왔어”라는 문장.
이미 우리도 카르텔의 언어를 쓰고 있을지 모릅니다.
- 동시에, 유재석식 ‘좋은 카르텔’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심리적 안전을 주는 팀,
실수해도 다시 기회를 주는 문화,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는 리더십.
카르텔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우리 편 네트워크’를 만들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목표는 “카르텔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카르텔이 어떤 가치를 위해 작동하느냐”가 되어야 합니다.
- 여러분 회사의 유재석은 누구인가요?
- 여러분 조직의 김부장은 또 누구인가요?
-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나는 어느 쪽에 더 닮아가고 있을까요?
기업과 기술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관계의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고 싶습니다.
댓글에서 여러분이 겪은 유재석 카르텔, 김부장 카르텔의 사례도 들려주세요.
그 데이터가 모이면 우리 다음 글은 더 정교한 ‘한국형 조직 리포트’가 될 겁니다.
[1]: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571270 "유재석은 이제 ::: 82cook.com 자유게시판"
[2]: https://m.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819929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 네이버 웹툰"
[3]: https://kr.listeningmind.com/case-study/are-bad-bosses-increasing/?utm_source=chatgpt.com "검색데이터로 들여다본 MZ 세대의 직장상사 스트레스"
[4]: https://x.com/search?q=%EC%A0%95%ED%98%95%EB%8F%88 "\"정형돈\" - Results on X | Live Posts & Updates"
[5]: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3333116 "[대중문화칼럼] 웃픈 김부장과 한국 중산층의 불안 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