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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뮹뮹 Aug 11. 2017

감정의 홍수

생각하는 것보다 느끼는게 더 어렵다

왜 이렇게 잠도 안 오고 모든게 다 억울한지 모르겠다.


생각하는건 익숙한데 감정이 너무 미숙하다. 큰 감정이 몰아치면 그게 어떤 감정인지도 모른 채 허우적대며 빠져버리는 느낌이다.


저번에 친구들과 성격테스트 같은걸 했는데 나만 완전 다른 성격이 나왔다. 집에 가서 어쩐지 답답한 마음에 엄마한테 한참동안 나만 다른 성격이라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라고 말했더니 엄마가 "너 외롭구나." 라고 말해주었다. 아, 갑자기 답답한 생각의 소용돌이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답답한 파도가 해결이 필요한 "걱정" 이 아니라 외로움이라는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러고나서 돌아보니 나는 외로웠던 적이 참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이 외롭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았다.


그 후부터 무엇인지 잘 모를 커다랗고 답답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당황하면서 그 감정 속에 빠져버리지 않고 내가 정말 무엇을 느끼고 있는건지 진심으로 "느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새로 정리하게 된 몇 가지 감정 중 난 슬픔을  분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슬프면 화가 났다. 슬픔의 이유를 찾고 나를 슬프게 한 어떤 것에 왜 화가 났는지 따박따박 다 써내려가고 그 화를 냄의 이유가 마땅하다는걸 증명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 사실 "슬픔" 이라는 것을 알자 온전히 슬픈 채로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


나 자신한테 그만 생각하고 느끼라고 되새겨본다. 힘들 땐 내가 왜 힘든지, 내가 어떻게 무엇을 해야 덜 힘들지 계획하지 말고 일단 "나 힘들어" 라고 말을 한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힘들다는건 사실 외로움이나 슬픔처럼 해결이 필요하다기보다 곁에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게 부족해서 매번 혼자 낑낑대지는 않았나...


격한 감정이 들면 잘 느껴보려고는 하지만 아직도 너무 미숙해서 느끼려고 가만히 있다보면 어떤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눈물부터 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오늘 밤 나는 내가 "억울하다" 라고 써놓았지만 사실 억울한게 아닐거다. 억울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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