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과 분노 그 사이
어젯밤 너를 만났다. 의자에 앉아서 "아이고 교수님~" 하면서 능글맞게 웃더라. 평범하게 근황 이야기를 하고, 너가 맛있다고 해서 나를 데려가기로 했던 빵집에 가서 빵을 몇 개 사 먹고, 그리고 거리를 걸었다. 꿈에서 깨고 나서 나는 몽롱한 상태로 너가 꿈에 나왔다고 신기하다고 너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메신저에서 "나쁜 놈, 이제 그만 푹 쉬어라." 라고 내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웃기게도 나는 너에게 화가 난 상태다. 난 그 날 이후에 메신저로 너에게 수없이 '나쁜 놈' 이라고 보냈다. 넌 알아야해, 너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반성해야 돼, 넌 좀. 정말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말들이 메신저에 꽉 차 있다. 그리고 정말 세상에서 가장 쓸모 없는 생각을 다시 하기 시작한다. 내가 그 날, 1월 1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너무 잔인하다. 더 이상 "왜" 라는 질문도 하지 않는다. 너는 이미 그 날 죽을 각오를 했던 사람이고 그러면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라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 날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정말 쓸데없이도, 오래도, 많이도 생각한다. 그렇게 너가 남기고 간 여지는 죽을 때까지 계속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나의 죄책감은 너를 정말 후레자식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나의 환상이라는 것을 안다. 너의 삶을 끝내기로 결정한 사람은 너 자신이고 너 스스로 백퍼센트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린 너를 용서하지도 믿지도 못하는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 너를 진짜 나쁜 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너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힘이 내게 조금은 있었을 거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거다. 그리고 아마 나 말고도 모두가 그런 비슷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내가 좀 더 연락을 자주 했더라면, 내가 너의 마음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내가 그 글을 보자 마자 경찰을 불렀더라면 하고. 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모두가 죄책감이라는 형태로 나눠 받아 너를 조금이라도 덜 나쁜 놈으로 만들려고 한다. 억울해. 나는 내가 살기 위해 너가 제일 나쁜 놈이라고 계속 말한다.
이제야 좀 알겠니? 너 혼자 죽어서 끝나는 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너를 용서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