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연 Mar 29. 2024

봄, 진달래 핀 북한산 쪽두리봉에서 문수봉지나 구기계곡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구기동, 한국화, 동양화, 수묵화



 http://cafe.naver.com/hongikgaepo



우리 집 뒷산이라고 모든 코스가 가기 쉬운 건 아니다. 



그만큼 북한산은 크고 봉우리도 많고 만만치 않은 힘든 산이다. 

오늘 날씨도 좋을뿐더러 하늘이 맑아 산에 가지 않으면 죄책감에 시달릴 것만 같은 최적의 하루였다. 

오늘은 북한산 '쪽두리봉'부터 시작하려 불광의 안쪽 '대호 아파트' 뒤편에서 시작한다. 

볕이 좋은 곳에 위치했는지 초입부터 누이의 분홍치마 같은 진달래가 환히 피었다. 

봄기운이 완연했는지 산객들도 많이 나오셨다. 

가볍게 족두리봉만 타려고 나오신 분들도 많고, 완전군장하고 능선 종주하려는 분도 많았다.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서울 풍광이 확 터지며 북한산 막내 봉우리의 매서운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길이 편하지만은 않아서 특히 정상부에서는 살짝 릿지 하는 기분으로 올라탔는데 앞에 펼쳐진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 보현봉의 파노라마가 너무 아름답게 한눈에 들어왔다.  

마침 화첩을 새로 시작해야 해서 시작하는 맘, 봄 같은 맘을 화첩에 그려 넣는다. 

무채색 먹의 색으로 봄을 표현하자니 아쉽긴 하지만 먹색은 호불호가 없는 무채색이라 그런대로 섬세한 스케치가 나왔다.  



















시간을 보니 얼추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을 돌 수 있을 것 같아 서둘러 '향로봉'으로 이동한다. 

쪽두리봉을 다시 돌아 내려와 둘러 둘러서 뺑 돌아간다. 

건너에서 되돌아보는 쪽두리봉의 모습은 마치 쪽진 어린 며늘아가의 모습처럼 애달프고 예쁘다. 

힘을 내서 가는 향로봉은 생각보다 많이 돌아가고 많이 올라가야 한다. 

쪽두리봉을 하나 더 올라간다고 생각해도 좋겠다. 

그렇게 힘들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에둘러간 향로봉은 정말 쪽두리봉에서 느꼈던 파노라마 감동의 딱 두 배였다. 

향로봉에서는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무리들이 마치 신선만이 놀고 있는 공간인 것처럼 왼쪽에 자리 잡고 있고 오른쪽으로 비봉, 사모바위, 승가봉, 문수봉의 파노라마가 더 가까워졌다. 

다음에는 기필코 향로봉에서 스케치를 한 장 하리라. 

그 감동을 계속 느끼고 싶지만 서둘러야 할 것 같아 빨리 비봉으로 달려간다. 

비봉은 여러 번 올라갔어도 갈 때마다 무서운 곳이다. 

그만큼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는 위험한 구간으로 오늘은 시간이 없어 그 앞에서 지나치기로 한다. 

또 열심히 달려 사모바위에 도달한다. 

사모하는 사람을 기다리다 사모바위가 됐다는 엉터리 전설에 피식 웃고 보니 그 뜻은 정화하게 벼슬아치들의 사모관대 중 사모를 뜻하는 모자를  닮았다 하여 사모바위라 이름 지어졌다 한다. 

사모바위를 뒤로하고 열심히 내리락 오르락하며 승가봉에 도달한다. 

바로 밑에 승가사가 홍은동 집에서 보면 반짝이며 보였던 그 빛의 정체였다. 

가봉까지면 얼추 다 왔다 싶다. 

하지만 여기서  문수봉까지 상당히 돌아가기도 올라가기도 하기에 지체할 틈이 없다. 

열심히 가는데 건너편에서 오는 친구들이 단체로 오기도 하고 혼자 오기도 한다. 

문수봉까지의 시간을 물어보면 다들 30여분 혹은 한 시간 대중없이 이야기한다. 

내 감으로는 멀 텐데..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느끼는 게 다르기에 시간차가 있겠지만 물도 다 떨어진 상태의 지친 내 몸으론 한 시간가량 남았을 듯하다.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인데 쉬운 길과 힘든 길로 나눠지지만 힘든 상태에선 쉬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 길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지친 몸을 끌고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니 몸이 탈수 직전이다 

'청수동암문'을 통해 나오니 길이 다시 갈라진다. 

거기서 만난 두 어르신, 아침 10시부터 불암산에서 사패산 도봉을 거쳐 여기 북한산을 지나는 중이시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걸 그냥 느끼게 해 주시는 어르신들이다. 

아랫길로 내려가다 다시 봉우리로 올라가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다. 

문수봉은 항상 내게 평안한 도착점을 주고,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을 내어주며  문수사는 내게 사막에서의 달콤한 오아시스를 준다.  

그 도착점에서 바위 쪽 산책을 하다 되돌아와 대남문 지니 문수사에서 구기동 계곡 쪽으로 평안한 하산을 한다. 

시간은 점점 더 늦어가더라도 마음은 점점 더 집에 가까워 간다.  


'북한산'은 내게 익숙한 도전 같은 시간을 가져 가고 아름다운 풍경과 자산감을 내어 준다.  






































2024, 03, 24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 같은 봄,  음력 1월 2일 인왕산 기차바위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