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Dec 31. 2019

베란다와 마루

베란다에서 신문을 보거나 누워 책을 보는 것은 집안 어디에서 보는 것보다 즐겁다. 우리 집은 다행히 확장 공사를 하지 않아 베란다와 거실이 구분되어 있다. 많고 많은 곳 중에 왜 하필 베란다일까? 베개를 들고 담요를 들고 베란다에 누워 책을 보다 잠이드는 일. 그냥 침대에 눕기만 해도 되는 일을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할까?


어릴 적 우리 집은 방두개에 마루가 있는 집이었다. 마루에는 햇빛이 잘 들어와서 한겨울을 제외하고 나면 마루는 우리 집의 주생활 공간이었다. 너무 아파 학교를 결석했을 때도 방안보다는 햇빛 잘 들어오는 마루에서 햇빛을 쬐면 아픈 것도 사라질 것 같아 마루에 머리를 반쯤 땅바닥에 늘이듯이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마루 밑에 무엇이 있나 보기도 하고, 어머니가 왔다갔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기도 했다.

경주 숙소


무더운 한여름에는 마루에 모기장을 치고 할머니와 함께 잠을 잤다.  무더운 여름 손자가 더울까 싶어 부채질을 해주기고 하고, 배가 아프면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하고 주물러주기도 했다. 신기하게 할머니손은 진짜 약손이었다.

마루에 이불을 깔고 누워 이리 왔다 저리 왔다  하며 밤새 돌아다니며 잠을 잤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를 참 귀찮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자다가 몸부림을 하도 쳐서 가끔 마루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마루에 떨어졌는데, 한번도 다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제비들이 참 많았다. 지금이야 구경하기 힘들기도 하고 가끔은 제비마을이 신기한 곳이라며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면 세상은 확실히 변했다. 우리 집에도 때가 되면 늘 제비들이 와서 집을 지었다. 제비똥은 정말 냄새나고 귀찮은 존재인데, 가끔 제비들이 처마에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마루 안쪽에 집을 짓기도 했다. 그러니 가끔 제비똥이 마루에 떨어지기도 하고, 사람이 맞기도 했다. 그때는 가끔 제비집을 부모님은 부수기도 했다. 다른 곳에 짓고 살아라 는 의미였다. 크게 방해가 되지 않으면 건딜지는 않았다.


이사하고 나서도 거실에서 마당을 자주 보았고, 방에서 자는 것보다 마루에서 자는 것이 편했다. 거실에서 마당을 보면 꽃들과 나무들이 피고 자라는것이 한눈에 보였다. 비가 오면 나뭇잎들이 어떻게 빗방울을 떨구는지까지 유심히 보았다. 제비는 더이상  집안에는 집을 짓지 못했지만 처마끝에는 한동안 계속 집을 지었다.


지난 여름 경주에 갔을때도 시골집을 구해서 일주일을 있었다. 어릴적 집과 같이 방두개에 마루가 있는 집이었다. 다른 점은 잔디가 잘 깔려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때도 마루에 앉아 한참을 마당을 보았다. 비가오면 더욱 마루에 앉아서 마당을 보았다. 빨래줄에 걸린 빨래들을 어 처마 아래에 줄을 매달고 빨래를 너는 일, 오래 전에 했던 일들인데, 잊지 않았나 보다.

경주 숙소


이런 추억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마루에 있는 것만큼 편한 것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발뒤꿈치 갈라짐 그리고 어머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