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Oct 23. 2021

엄마도 여자였을텐데

길가에 핀 코스모스가 참 예쁘네.

그래 엄마도 보셨다면 '꽃이 참 예쁘게 피었네'라고 하셨을 텐데.

평생 농작물을 보살피느라 잡초를 뽑으시던 엄마도 잡초 보는 것보다 꽃보는 것을 좋아했을 텐데.

엄마도 꽃을 좋아하는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엄마는 그냥 엄마였다.


음식이 참 부드럽고 맛있네.

그래 엄마도 드셨다면 '참 맛있네'라고 하셨을 텐데.

시장 골목 식당에서 칼국수, 자장면 값이 아까워 한 그릇만 시켜놓고 자식 먹는 것만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엄마도 참 배고프셨을 텐데.

엄마도 고급 식당에서 맛있는 것을 드실 줄 아는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엄마가 남은 밥과 남은 반찬을 드시는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 산 새 옷인데 나에게 어울려.

그래 엄마도 예쁜 꽃무늬 옷, 값비싼 옷을 입으면 참 예쁘고 잘 어울렸을 텐데..

평생 농사짓느라 허름한 작업복에 흙투성이 옷을 입으면서도 자식들 옷은 깨끗하게 해서 입혔다.

엄마도 백화점에 가면 참 사고 싶은 옷이 많은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엄마는 늘 시장에서만 옷을 사주는 알았다.


무거워 이거 하나만 들어줘.

그래 엄마도 손에 들고 있는 짐이 무거웠을 텐데.

짐들을 머리에 이고 손에 들고 다니셨고 사료 포대 드는 일이 참 힘들었을 것인데 자식들 공부 방해될까 힘든 내색 한번 안하셨다.

엄마 손도 연필이, 꽃다발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엄마 손을 잡을 줄 몰랐다.


와 이번에 외국 갔더니 좋더라.

그래 엄마도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다니고 싶었을 텐데.

택시비 아까워 걸어 다니시고, 가끔 있는 버스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이셨던 엄마도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참 좋아했을 텐데.

엄마도 여행을 좋아하는 꿈 많은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엄마는 단지 농사짓고 살림하는 사람인줄 알았다.


엄마도 햇빛에 피부가 타는 것을 싫어하고, 땀방울에 화장이 지워지는 것을 싫어하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였음을 그땐 몰랐다.


그땐 왜 이리 몰랐던 것이 많았을까?

뉴스 속, 신문 속 불쌍하고 가여운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엄마의 삶은 왜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땐 그렇게 참 어리석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란다와 마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