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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Dec 17. 2021

부여여행 - 세번째 이야기

부여박물관에서 만나는 백제인의 솜씨

박물관은 말 그대로 박물(온갖 물건이 다 있는)이 있는 곳이다.  그러니 여기 저기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눈에 인류의 예술 작품들을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박물관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는 '지루함', '식상함' 이런 반응들이 앞선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박물관은 전시 방법이 구석기시대부터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있어 전국의 어느 박물관을 가던지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더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기껏해야 학생들, 아이들 교육장소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에 있는 박물관은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 장소이며, 각 박물관마다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하는 상징적인 유물이있기 마련이다. 내가 사는 곳은 삶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여행의 장소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지역을 여행한다는 건 그 지역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당연히 느끼는 것이 다를 것이다. 그 지역에 살았던 삶의 흔적을 잘 알 수 있는 곳, 바로 박물관은 당연히 가봐야 하지 않을까?


백제가 남긴 것은 땅위보다 땅속이 더 많다. 백제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야 한다. 그렇다면 수많은 문화재 중에 부여박물관에가면 무엇을 보야야 할까? 솔직히 박물관에 한번 가서 다 보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번 갔다오고 나서 모두 봤다거나, 두번가면 볼 것 없다는 것은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낼 뿐이다.


 부여박물관에 가면 개인적으로 4개 정도만 꼼꼼이 보고 같이 동행한 사람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 성공이라 생각한다.

첫째, 역시 부여박물관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 백제금동대향로이다. 부여왕릉원 주차장 공사 중에 발굴된이 위대한 유물의 발굴은 그 자체만으로 극적이다. 불교와 도교의 만남 부터, 백제인의 이상향을 표현한 듯한 모습과 디테일한 표현은 1400년전 작품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다. 백제금동대향로 하나만 봐도 부여여행의 본전은 뽑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호자이다. 백제 사람이 남긴 남성 휴대용 소변통. 강아지가 고개를 돌려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들며 웃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으민 저절로 웃음이 난다. 백제인들은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헛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사진만 주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맞추기 하기 딱 좋은 유물이다.

셋째, 부여 왕흥사 사리기이다. 우리 나라에서 불교 유적, 유물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듯이, 백제 역시 불교와 관련해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나 망국의 역사는 철저히 지워지고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고분과 절터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고분과 절터에서 기막힌 유물들이 가끔씩 발굴되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마치 백제 사람들이 자신들의 위대한 예술품을 후대 사람들에게 보물찾기 하듯 꼭꼭 숨겨둔 것을 우리가 생각치도 못한 곳에 생각치도 못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황흥사 사리기도 그렇다. 아무 것도 드러내지 않아 이미 모든 것이 다 사라졌을 것 같은 곳에서 목탑이 있었던 곳에서 발굴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뚜껑을 열었더니 하나가 더 있고 또 열었더니 하나가 더 있었다. 재질은 바깥부터 청동-은-금으로 만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리기이다.

넷째, 산수무늬벽돌이다. 말그대로 산과 나무 무늬가 있는 벽돌이다. 부여의 어느 절에서 발굴된 것인데 8매(개)가 함께 발굴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산수무늬벽돌이다. 예전 역사시간에 지겹도록 외웠던 삼국시대 도교와 관련된 유물이다. 그런데 굳이 도교라고 하지 아도 둥근산과 소나무는 우리 주변에 익숙한 모습이다. 지금 이곳, 우리에게 익숙한 산과 나무가 있는 풍경이 바로 무릉도원이고 이상향이라고 백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백제 장인들은 특별히 뭔가 특별한 것 것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곳의 이 모습이 좋았던 것이 아닐까.


유홍준 교수는 '답사기'에 친구에게 받은 편지 하나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 보령 성주사지 풍경을 '바람도 돌도 나무도 산수문전 같단다' 라고 표현한 것을 극찬하고 있다. 오랫동안보고 느끼면 그렇게 닮아가는 것인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 '큰바위 얼굴' 처럼.


부여박물관에는 수업시간에 배웠던 삼국시대 도교 관련 유물이 하나더 있다. 산수무늬벽돌 외에 사택지적비가 이곳에 있다. 옛 수업 시간을 추억하면서 한번 찾아보시기를.

이외에도 우리나라 청동기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인 송국리 유적도 부여에 있고 그 유물들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박물관을 간다면 처음부터 많이 보려고 하지 말고 몇개 대표적인 것만 보고, 다음에 조금 더 보고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의 기준으로 가장 애착가는 유물이 보일 것이고,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의 안목이 넓어지지 않을까 한다. 박물관에서  자신만의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시기를.

(*사진출처: 부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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