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 기다린다! 나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인다!
어제 면접 본 학교에서 문제가 왔다.
‘본교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을 모실 수가 없습니다.’ 상상도 했고, 예상도 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면접 탈락 문자를 받으니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힘들어진다.
어제 면접을 본 학교에서는 한 명을 뽑는 자리에 무려 지원자를 15명이나 불렀다. 마음만 급한 저경력자 입장에서 보면 ‘경력이 짧은 나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라고 느껴지면서 그런 그들의 친절함에 감사해진다. 하지만, 면접 탈락 문자를 받는 순간 ’이런 게 인터넷에서만 보던 들러리인가?‘라는 생각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이 내 마음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마음이 급하다고, 상황이 해결되는 게 아닌데 이번에도 어리석은 것인가. 라며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핸드폰을 켠다. 화면에 즐겨찾기를 해 놓은 교육청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면서 새로운 공고가 떴는지 확인한다. 지난번에 지원했던 학교이다. 지원자가 마음에 안 들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기 전에, 재빠르게 자소서를 수정하여 다시 지원해 본다. 너만 재공고 내냐? 나도 재지원한다. 일련의 서류 지원 과정을 여러 번 거듭하여 겪게 되면 이러한 단단한 맷집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나의 일상을 이어간다. 기간제 교사. 짧으면 6개월 주기, 길면 1년 주기로 취업 준비를 해야 하는 프리랜서. 이 일을 시작하면서 작년에 15kg 정도 살을 얻게 되었다.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땐 경력도 없었으니. 탈락의 이유도 모르고 자소서만 고쳐 내는 내 심정은 그 누구보다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지난한 그런 과정을 겪다 보니 일을 구하는 것과 별개로 나의 일상은 흘러가야 한다는 것을 깊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영어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다.
지난번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같은 계약직 직원의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선생님, 늘 이야기하지만 기간제 교사는 투트랙이에요. 기간제 교사 하면서 선생님이 하고 싶은 것 꼭 준비하세요. 기간제 교사만 하는 건 힘들어.’ 짧은 경력을 통해 깨달은 이 직업의 이치를 다른 사람 입을 통해 들으니 마음이 찌릿했다. 그런 이유인지 흘러가는 나의 일상 속의 작은 노력들이 소중하다.
오늘 우연히 본 인스타그램에서는 이런 말을 했었다. ‘긍정 확언을 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말이 저장되어서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라고.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긍정 확언 하기로 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냥 하면 된다.‘ 요즘 말로, 스스로에게 가스라이팅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임용 고시도 1-2년 만에 붙는 시험도 아니고 느리지만 꾸준히 그냥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험이 아닌가? 옆 자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영어 공부와 독서를 꾸준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대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마음 한편은 상당히 불안하다. 그리고 떨리는 면접장에서도 미래에 대한 생각은 여전했다. 15명 중에 초등 자격 교사를 빼면 20대는 나 포함 2명, 나머진 30대부터 많게는 40대 후반까지. 그런 선생님들을 보며 ‘아.. 나도 미래에 저 자리에 있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머리를 휘져었다. ’너무 싫다. 중등자격증 소지자가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것도 웃긴데, 저 나이에도 저 자리에 있으라고? 내 미래가 될 수 없어 ‘라는 현실이 나를 스쳐갔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민 중이다. 낮에 전화 온 편도로 1시간 10분이 걸리는 학교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주에 역마살이 낀 것도 아니고 취업 준비를 하면서 팔자에도 없는 여행을 많이도 간다. 서울여행. 경기도 여행. 여행을 떠나야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 나보다 먼저 기간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회를 해서 물어본다. ‘나 같으면 갈 것 같아’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반박할 말이 없다. 우울하게도, 붙은 곳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학기가 시작되려면 아직 2주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직업의 극단적인 점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해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고민 중이다. 마음이 힘든 이 겨울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야 할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썼고, 털어냄으로써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글을 끝맺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