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를 향한 따뜻한 무관심의 나라 미국
SNS 글 중, “한국에 노키즈존이 많은 이유” 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자주 들어온 일명 ”맘충“이라 하는.. 소위 말해 자기 아기나 자기의 상황만 중요하여 남에게 피해를 거침없이 주는 엄마들의 예시였다.
“그럴 수 있지.. 항상 나도 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별 대수롭지않게 글을 읽어나가다 한 댓글을 보고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본인들이 경험한 개념없는 엄마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너나할 것 없이 풀어가던 댓글들 속에서 내 눈을 의심하고 다시 봤던 댓글.
”친구랑 카페에서 있는데, 친구가 갑자기 아기 맘마시간이라면서 모유수유를 했어요. 정말 부끄럽고 친구가 미친 줄 알았어요“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휴 진짜 개념을 밥말아먹었다“ 라는 등의 날선 대댓글들까지…
“와 사람들 정말 너무한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제이슨을 1년동안 모유수유로 키운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가슴을 드러내고 수유를 한 것도 아닐텐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삭막했었나? 테이블에서 애기 똥 기저귀를 간 것도 아니고. 그저 배고픈 아기에게 수유를 한 것 뿐일텐데 .. 그게 뭐 죄라고 숨어서 해야하는 일이란 말인가. 한국 출산율에 더 이상 기대할 껀덕지도 없겠구나 싶었다.
제이슨을 수유하는 동안 주변의 시선이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모유수유하는 모습을 당연히 생각하는 이 나라 분위기는 따뜻하고 친절하게 무관심했다. 이상한 눈으로 보지도 않았고,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매스컴에서 띄워주는 것 처럼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저 사소하고 당연한 일이라는 듯, 친절한 무관심이 고마웠다.
도서관에서 스토리타임을 하던 도중이라도, 아기가 원하면 그 자리에서 젖을 물리는 엄마들도 많이 봤다. 그 누구도 토끼 눈이 되어 그 엄마를 “무개념 엄마인냥” 비난하는 눈으로 보지 않았다.
카페나 식당, 심지어 와이너리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었다. 젖을 물리면서 같이 온 일행들과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했다.
이런 환경에서 그저 내 젖이 유일한 식량인 아기를 먹인다는 일이, 굳이 “수유실”을 찾아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이상한 맘충 혹은 자기 아기만 생각하는 극성엄마 취급을 받아야하는 엄청난 이슈가 될 거라곤 상상한 적도 없었다.
내가 한국의 별다방에서 과연 수유를 할 수 있었을까?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수유를 못하면, 어디가서 해야하지? 더러운 화장실? 아니면 차에가서 몰래 해여하나? 차가 없으면 어떡하지? 겪어보지도 못한 일이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한국의 현실이 참 각박하게 느껴진다. 수유실에 가면 되지 않냐구? 한국에 수유실이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아기엄마들은 꼭 수유실이 있는 백화점에만 외출을 해야하는 걸까.
모유수유가 왜 공공장소에서 금기시 되야하는 “젖을 내놓는 일” 일까? 수유커버를 사용하거나, 외투로 가려서 수유를 한다면 크게 가슴이 노출되는 일도 없을 뿐더러, 많이들 말하는 똥기저귀를 가는 것 처럼 비위생적인 일도 아니다. 그저 수유일 뿐. 젖병이나 우유를 먹이는 것은 괜찮고, 모유수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시선과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이 불순하다.
한국의 모유수유율이 많이 낮다고 한다. 엄마의 선택이지만 사실은 엄마 스스로가 선택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은 무언의 사회의 분위기도 꽤나 큰 원인이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내가 사랑하는 한국 사회가 조금 더 아기와 엄마에게 따뜻한 무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해도 비난받지 않을 정도, 그 정도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할 것 같다.
제가 여행 중, 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에 수유를 하던 모습입니다. 자연스러운 일상 같지 않나요? 당신이 보기에도 불편하고 무개념한 엄마의 모습일지요? 아니길 조심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