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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tine Jun 19. 2023

양수가 터졌다. 그런데 뭐라구요?

미국 산부인과 분만일기 2


새벽 5시부터 꼬박 아랫배는 아파왔지만, 도무지 진통주기가 줄어들지 않았다.  자정이 다 되서야 "오늘은 아닌가보다" 라고 인정하고 샤워를 했다. 


"결혼기념일엔 태어나지 않을 껀가보구나. 다행이다"


그렇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될 것 같으면 쉽기만 하고 재미없지 빙고.

누가 그랬던가? 방심은 금물이라고


친구들에게 오늘은 아닌 것 같아라고 카톡을 하던 그 순간. "뽁" 평생해 본 적이 없던 경험이지만, 그 순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양수가 터졌구나. 나는 이제 아기를 낳게 되는 구나". 시간은 새벽 1시를 갓 넘긴 시간.


먼저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고, 미리 싸두었던 출산가방을 챙겨놓고 담당병원 출산 핫라인에 전화를 했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으나, 출산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미리 헤드업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떨리는 마음을 누르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당직 의사의 말에 당황스러움만 남았다. 

나: "안녕, 나 너희병원에 39주된 산모 누구인데, 방금 양수가 터졌어. 출산병원으로 바로 가면 될까?" 

당직 담당: "양수가 터졌다고 바로 병원으로 올 필요는 없어. 너가 오고 싶으면 오구, 괜찮을 것 같으면 좀 있어도 돼."


양수가 터졌다는 것은, 출산에 임박했다는 것 아니었나? 우리네 보통의 상식이라면 당장 아기가 나올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징조가 아닌가. 수화기 넘어 의사의 말에 당황하여 "응? 내가 선택하라구? 양수가 터지면 바로 전화하라고 그랬었잖아? 아니야?" 믿을 수 없어 되물었다. "맞아, 근데 양수가 터져도 출산이 바로 진행되지 않는 산모들도 있어. 그러니까 병원에서 대기하고 싶지 않다면 너가 집에서 더 편하게 있다와도 좋아"


아니 당장 애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집에서 편하게(?) 편하게(?????) 있으란 말이, 말인지 ㅇ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아니야 난 병원에서 내 상황을 지켜보는 게 좋겠어. 병원에 지금 가도 되겠니?. 


"Sure, See you soon!" 의사의 마지막 말은 나의 당황스러움은 1도 느끼지 않은 것 마냥 밝기만 했다. 


그래. 미국 의사들 원래 다 그렇지. 에휴 결혼기념일 다음날인게 어디야. 이제 애기 만나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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