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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wan Sep 07. 2020

대학원 생활이 시작됐다

'싸캠'과 '싸강'의 세계가 열렸다

대학원에 합격했다



역마살이 실재하는 건지 삼십대 들어 줄곧 국외를 전전하던 중에 국외에서 코로나19를 만났고, 나는 '강제' 귀국해야만 했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안에서 정착하기에도 마땅치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공부였다. 다시 출국할 수 있을 때까지 일종의 유예 기간을 벌고 싶었던 셈이다(이 글을 교수님이 안 봤으면 좋겠다). 



합격 통지서를 받고 줄곧 나는 가을 캠퍼스를 거닐고 도서관에서 전공서적을 뒤적일 상상을 하며 들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전파 양상이 심상치 않더니 개강 후 2주는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공지가 떴다. 2호선을 타고 학교에 가는 대신 온라인에 접속해 '싸캠(사이버캠퍼스)'에 들어갔다. 수업은 모두 줌(zoom)을 이용한 '싸강(사이버강의)'이었다. 하루에 한두 시간인데도 줌 수업을 듣고 나면 너무 힘들었다. 눈에 초점이 맞지 않고 어질어질하고 어떤 날에는 속도 안 좋은 것 같았다. 처음엔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의심했다. 노트북 화면이 너무 밝다든가, 형광등 색이 이상하다든가, 새로 맞춘 안경이 잘못된 것 같다든가. 


그러다가 '줌 피로'에 관한 칼럼을 보게 됐다. 


http://www.ciokorea.com/news/153153


화면에 나온 나를 보는 것이 스트레스다.

한 번에 많은 사람을 동시에 봐야 한다. 

모두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화면의 인물과 시선이 맞지 않아 불안감이 든다. 


이 칼럼에서 지적한 '줌 피로'의 이유들 중 일부. 실제 줌을 써보고 나니 완전히 공감하는 바다!



그렇다면 줌 사용을 지양해야 할까? 잠잠해졌나 싶으면 비상을 알리고, 이젠 괜찮은가 싶으면 아직 안 괜찮다는 이 바이러스 시대에?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에서 하던 일을 접어야 했던 내가, 국내 대학원에 입학해서도 사이버캠퍼스 안을 헤매고 있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이 변화는 어쩌면 필연적인 것이다.'

변화의 계기는 갑작스러웠을지라도 이미 세상은 변화했고 변화 이전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는지 모른다. 



주말 동안 방의 가구 배치를 바꾸고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청소도 하며 싸캠과 싸강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인간의 적응력은 아마도 '줌 피로'를 극복해낼 것이고 어쩌면 그보다 먼저 관련 기술이 나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날로그 감성이 최고라는 푸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나보다 어린 외국인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 이 변화에 더 민감해야만 한다. 변화의 맥을 제대로 짚고 잘 안착해 나가는 선생이 되고 싶다.



나의 대학원 생활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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