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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희씨 May 07. 2019

지역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이상석, 하승우 대화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

# 충청리뷰가 한 달 넘게 청주 테크노폴리스 문제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충청리뷰 기자들은 청주 테크노폴리스 문제는 들여다볼수록 상식적이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취재가 어렵다고도 했다. 누구 말이 진실인지 가리기가 힘들고 무엇보다 사업 시행에 책임을 가진 청주시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취재가 어렵다고 기자들은 호소했지만 그동안 충청리뷰가 밝혀낸 것만으로도 놀라운 사실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테크노폴리스 부지 내에서 백제시대의 유물이 다량 발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충 덮고 넘어가려고 했고, 개발을 위해 각종 인허가 절차를 무시했으며, 부지를 1,2,3차로 나누어 개발하는 바람에 살던 집을 몇 차례나 빼앗겨야 하는 처지에 놓인 주민들의 피눈물을 알게 됐다. 테크노폴리스를 개발하면서 투기세력들이 얼마나 배를 불렸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시에서 개발을 하는 산업단지, 그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회사에 모여든 이가 거의 전직 공무원들이다. 충청리뷰 보도에 따르면 퇴직공무원들은 정년을 2년 정도 남기고 (주)청주 TP자산관리로 자리를 옮겼다. 관련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업체로 자리를 옮겨 억대 연봉을 받으며 시 사업 시행에 막강한 입김을 넣고 있는 꼴이다.     


# 돈이 많은 언론사 사주가 땅을 헐값에 사들였다. 고속터미널을 현대화하겠다는 명분에 시는  노른자 땅을 싸게 줬다. 이 회사는 49층짜리 주상복합 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언론사주는 자신이 가진 매체에 고속터미널에 대형 뮤지컬 극장이 들어서 청주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눈가림 보도를 쏟아냈다. 고속터미널을 개발하는 것보다 주상복합, 부동산 투자에 더 방점을 찍어서 봐야 할 사건이다.   

  

# 내가 일하는 충북민언련은 테크노폴리스 사업에 언론홍보예산을 얼마나 썼는지 알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했다. 언론이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 이유가 혹시 광고비 때문은 아닌가 싶어서다. 시는 언론 홍보 예산을 한 푼도 안 썼다 하고, (주)청주 테크노폴리스는 민간회사라며 공개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충북청주경실련은 고속터미널 사업을 심의한 이들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시는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도시계획 심의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테크노폴리스와 고속터미널 사건엔 공통분모가 있다. 언론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 테크노폴리스 문제는 충청리뷰가 파고 있지만 다른 언론들은 웬일인지 나서지 않는다. 고속터미널 사업은 아예 취재조차 하지 않았다. 청주시민에게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들인데 시민들은 도통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고, 시는 문제제기에 정당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역 언론을 모니터 하다 보면 늘 시민들이 배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공무원, 언론, 토착세력들은 연결되어 강력한 힘으로 이런저런 이득을 챙기고 있는데 시민사회단체는 제대로 비판도 못하고 시민들은 무관심한 채로 살아간다. 이런 상황을 늘 고민하는 내게 이상석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는 참 강렬했다.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는 세금도둑 잡아라 사무총장 이상석 활동가와 하승우 더 이음연구위원의 대화로 이상석 활동가가 생각하는 운동 방식, 시민단체의 필요성 등을 이야기한다. 나도 15년 넘게 NGO에 몸담고 있지만 이상석 활동가와 같은 활동가는 처음이다. 정말 남다르다. 궁금한 사안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공개를 하지 않으면 소송을 하고, 문제가 밝혀지면 고발을 하는 방식으로 악착같이 부조리를 아작 낸단다. 그의 눈부신 활동 성과를 보면서 부끄러웠다. 지역을 바꾸려면 손품, 발품, 눈 품을 팔아야 한다는 이상석 활동가의 말에 공감해서다. 나는 손품, 발품, 눈 품을 제대로 팔면서 일했나 싶어서다. 부족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상석 활동가는 누구나 예산을 감시할 수 있다며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뉴스를 챙겨보고,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궁금하면 공무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지방권력을 감시하는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일상에 관심을 갖고 작은 것부터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쌓여야 시스템이 바뀌고 세상이 더 나아지는 방법 아니겠는가. 관‧언‧경 유착으로 빚어지는 각종 폐해들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 정말 뭐라도 해야겠다, 아니해야 한다. 당신과 함께라면 더 든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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