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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팍틸 박경화 Apr 28. 2020

'진짜 부자 가짜 부자' - 기획 이야기(2)


막상 오디오 전용 프리미엄 강연을 하기로 했지만 쉽지 않았다. 사례를 통해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하자 의견을 나눴지만 말이 쉽지 막막 그 자체였다. 사례로 개념을 무르익게 하고 결국 탁 이해될 수 있도록? 회계를?? 나도 어려운데 강연자는 오죽 답답했을까. 누구나 말은 쉽게 한다. 하지만 실천까지 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는 것이니 대강도 용납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사경인 회계사는 이미 스타 강사로 살인 스케줄이 늘 상시 대기 중이었다. 중간중간 아이디어는 나눴지만 그가 겪었을 창작의 고통은 상상조차 안되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강연 일정에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는 본격적인 대본 집필에 들어갔다. 혼자 하는 오디오 강연 특성상 변수가 많아 강연 대본을 집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녹음하기로 했다. 기획자인 내가 미리 스토리라인을 알아야 저자의 논리 구조와 솔루션이 기획 의도와 부합하는지 점검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30개 채널에 참여한 강사님들 모두 바쁘신 와중에 이런 무리한 요구를 받았으니 참 죄송스럽고 감사하다.

사경인 회계사의 초기 강연 컨셉은 '회계 프레임 - 회계라는 틀에서 본 세상'이었다. 기업도 개인도 결국 회계를 알아야 측정되고 관리된다에서 출발했고, 그의 시선이 나에겐 감동 이상이었다. 과거 재무 업무 유경험자로서 철학적 의미보단 그냥 자본주의 루틴이고 통용된 룰이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렇게 여러 날 집필하며 순차적으로 1장, 2장 완성될 때마다 나에게 전해왔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그렇게 6장이 마무리되어 전달받은 날... 거꾸로 난 고민이 깊어졌다. 기획자 의도대로 너무 잘 쓰인 강연 대본이었지만, 생각지 못한 고민. 그것은... 그럼에도 과연... 대중이 가치를 느낄까? 알아봐 줄까?였다. 아무리 가치 있고 귀한 존재여도 알아봐 주지 못하면 의미야 남겠지만 진짜 의미만 남기면 어쩌지? 6장까지 받아든 나는 고민 끝에 용기 내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전화받은 그에게 주저하며 나의 고민을 전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자 했다. 10장 중 절반 이상 집필한 그에게 이제 와 방향을 바꾸자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었다. 잠자코 듣던 그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황당하고 또 화도 났을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전화했으니 왜 아니겠는가. 그날 강연의 방향은 그렇게 틀어졌고, 스타 회계사는 회계사의 틀을 넘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3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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