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선생님께서 남겨 주신 글처럼
너무나도 기다렸지만 너무나도 피하고 싶었던 그 날이 왔어.
우리 딸 유치원 졸업이야!!!
졸업은 딸이 하는데 엄마의 마음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 몇일 째 그 3년 안에 있던 여러 일들이 자꾸 떠올라 좋게 말하면 추억에 잠기고, 안좋게 이야기 하면 청승을 떨고 있단다.
우리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치?
유치원 파업으로 맘 졸이다 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입학 하자마자 원에서 안좋은 일이 발생 했었고 엄마 아빠는 고민을 했었지. 그러면서 여러 일이 생긴 뒤 우리 가족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의 합의로 다른 원으로 옮겼어. 바로 거기!!! 응! 우리가 졸업한 거기!!!
낯을 많이 가리는 우리 딸은 어른에게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잖니. 그러니 엄마는 세상 명랑 발랄 쾌활한 우리 딸이 혹여라도 오해 받을까봐 더 크게 인사하고 더 크게 대답하고 더 크게 행동하며 다녔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노파심의 원인은 화끈 거리는 낯을 가진 엄마의 욕심이기에 딸에게 조금 더 시간을 줘서 스스로 그 상황의 온도를 느끼도록 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
그래도 우리 매일 놀았던거 같아. 엄마가 하루에 딸 쫒아 다니는데만 만보를 넘게 썼고 아빠가 퇴근하면 집으로 안가고 놀이터로 찾아 왔으니 진짜 많이 놀았던거 같아. 날이 좋으면 날이 좋아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여름이면 해가 길어서, 겨울이면 해가 짧아서 놀았던거 같아.
그런데 코로나... 이건 너무 큰 일이였어.
6살 언니가 되면 더 재밌게 놀 수 있을거라 믿었는데 이놈의 코로나가 우리한테 온거야. 엄마는 알다시피 걱정이 많은데 겁도 많아. 그러니 애지중지 우리 딸이 생판 처음 보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와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단다. 거기에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 걱정까지 더해져 우리 딸이 누려야 할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어. 지나보니 그게 정말 미안한 일이였어.
마스크와 거리두기는 사회생활의 기본이지만 놀이터를 제외한 친구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고 운동이나 학원들도 엄청 따진 뒤에 지금 일주일에 한 번 가는 미술 외에는 다 포기를 시켰지... 미안해 딸. 졸업식 날 가져온 드림캐쳐에 적힌 코로나 관련 글들을 보면서 엄마가 참 미안했어. 코로나를 사라지게 해줄 수는 없지만 코로나 그게 뭐라고 그냥 가끔은 방역수칙 안에서 친구들이랑 마스크 벗고 편히 놀게 할껄...
그래도!!! 우리는 해냈다~ 유치원 졸업!!!
엄마가 농담처럼 "그러면 퇴소 하시던가~" 라고 하면 "싫어. 졸업식까지 가야 한다고~" 했던 딸이 기억나. 유치원 선생님이 딸에게는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정말 고마운 분으로 기억에 남을꺼 같아.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딸 관찰하고 살갑게 챙겨 주셨으니 말이야. 엄마도 졸업식 날에 알게 된 비밀인데,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러셨대. 그래서 다른 많은 친구 엄마들도 선생님을 좋게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가 선생님 믿고 유치원만큼은 보냈는지 몰라. 물론 빈번한 결석은 있었지만 그 공백은 멋진 우리딸이 잘 메꿔서 즐겁게 다녔을거라고 생각해. 왠지 알어? 엄마는 선생님보다 우리 딸을 더 많이 그리고 깊이 믿으니까. ^^
엄마에게도 졸업 축하해 주라.
졸업의 주인공은 우리 딸이지만 엄마도 조력자로서 학부모로서 "유치원 학부모 졸업"을 했어. 3년 동안 엄마도 성장하고 또 그만큼 한단계를 넘어 갔으니 엄마도 축하해 주라. 우리 함께 축하하자.
그리고 이제는 함께 초등학교를 준비하자. 엄마는 "초등학교 학부모" 준비할께 딸은 "초등학생"을 준비해. 함께 팀으로 이번 단계도 잘해보자. 실패하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 우리 두려워 하지 말고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자. 늘 언제나 엄마는 옆에서 응원하고 아빠는 뒤에서 지키고 있을 꺼야. 우리 딸은 나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