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태정원가 Apr 12. 2023

삼하리정원 1

아이들 정원

삼하리정원을 만들게 된 계기를 먼저 써야 맞겠지만, 그건 좀 더 여유로운 시기로 미루고, 올해 아이들과 아이들의 정원을 만든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지킬 할머니가 저명한 가드너가 된 일생을 적은 책의 초반에 아이들에게 정원을 가꾸게 하라고 했다. 짧은 문장 하나가 내게 콕 다가왔다. 지킬처럼 정원에 빠지게 하고 싶은 마음보단 아이들이 우리 정원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그 마음은 전혀 전해지지 않았지만 효과는 있다.

그런 후에 주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를 가지고 와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제 막 구근을 심은 이 땅을 마구 밟고 다닌다면 새싹이 무거운 흙을 뚫지 못할 수도 있고, 좀 더 책임감을 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다.


그 뒤로는 아이들 중 유난히 식물과 꽃을 좋아하도 돌보기를 잘하는 둘째가 주말이면 삼하리에 가야 한다고 성화다. 체력도 약해 무얼해도 끈질기게 하지 못하는 아이가 이 곳에는 애정을 갖아보길 바라는 마음도 가져본다. 이렇게 쓰고 보니 사심 가득한 정원 가꾸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나의 장례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