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집
일요일 오전 부지런히 삼하리를 다녀오기로 한다. 마당에서 시들시들해지는 모종을 보니 지난주 뿌려놓은 씨앗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에 삼청동에서 약속이 있었지만, 미룰 수 없어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일단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씨앗을 뿌려놓은 곳에 물을 주고 있는데, 둘째 아이가 오빠를 부른다. 사마귀집을 발견했다고 한다. 큰 아이는 달려가 그 사마귀집을 나무줄기에서 떼어낸 후 서로 살펴보다 실랑이가 시작됐는지 둘째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바쁜 탓에 일단 모두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사마귀는 풀이 많은 곳에 두어야 한다는 큰 아이와 자기 정원에서 사마귀를 키우고 싶다는 둘째 아이가 서로 다투었던 것이다. 게다가 오늘 만날 오빠의 친구에게 사마귀집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로 가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왜 그 나무줄기에 사마귀가 알을 낳았고 그곳에서 사마귀집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사마귀는 정원에서 해충을 잡아먹는 유익한 곤충이라는 설명과 함께 둘째의 정원에는 곤충이 없는 이유도 알려주었다.
삼하리 정원은 이제 3년 차에 접어든다. 사마귀집이 있던 곳은 작은 목련과 커다란 그라스가 있어 다양한 곤충이 많이 살고 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여름이면 곤충을 잡거나 관찰하다 작은 풀들은 쉽게 밟히곤 한다. 곤충은 풀이 많아 먹이도 많고 몸을 숨기기도 쉬운 곳에 알을 낳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막 정원을 만든 둘째 아이의 정원에는 아무런 곤충도 살지 않는 게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곤충들이 잘 지낼 수 있게 시간을 두고 정원을 잘 가꾸자는 약속을 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아이는 집에 도착해서 마당에서 가장 잎이 크게 자라고 있는 청나래고사리 화분에 사마귀알집을 놓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