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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럽앤포토

부끄러움

모두를 위한 문화 수업

by 이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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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이 있었던 다음 날은

외국인 학생들과 수업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밤 사이

불안한 마음에 잠을 못잤다고 합니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 일어난 상황을

급하게 보도했다며, 떨어져 있던 가족들은

학생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밤사이 기숙사를 지나는 헬기들의 행렬에

큰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다고 합니다.

그날 수업은 '모두를 위한 문화'를 슬로건으로 한

'그랑 프로제'로, 문화 민주화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수업의 연장으로 밤사이 일어난 일을

학생들에게 다 설명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대신 사과하는 일은 부끄럽지 않았지만

이 모든 상황들이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일은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한 나라의 수장이, 자신의 나라에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에게

스스로 반기를 들고 장악을 시도한다는 상상을

그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사건이 있었던 날,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방한중이었습니다.

1992년 수교 이후 32년 만에 만나서

서로 협력하겠다고 악수하고 서명하고 난 뒤

밤 사이 벌어진 일입니다.

#일기장한페이지 #오늘만남겨요 #여기까지만

p.s 확증편향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아내가 정치에 관해

글을 쓰지 않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정치적인 의견때문에

그리스도의 몸이 쪼개질까 두려워서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안타깝고

이 상황이 속상하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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