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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방이 Aug 14. 2021

BTS 오디세이를 읽고

수박이 맛이 없다. 맹탕이다. 남부 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더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화채를 해 먹었다. 볼에 우유와 사이다를 넣고 수박을 넣었다. "왜 소주 맛이 나지?" J가 말했다. 사이다를 더 넣어 봤다. 쓴 맛이 더 강해졌다.


뜨거운 물에 각설탕을 녹여 넣었다. 많이. 국물이 달아졌다.  맛이 사라졌다. 먹을만했다. 왠지 몸에  좋은 맛이 났다. 몸에  좋은 음식이 대체로 맛있다. 시간이 지나자 우윳빛이 딸기 우유처럼 붉어졌다. 수박만 건져 먹어봤다. 여전히 맛없다. 여름은 가고 수박은 맛없다. 억지로 설탕을 넣어보지만.


"BTS 오디세이?" J  책상 위에 놓인 책을 보고 의아하다는  물었다. J 나의 취향을 너무나  아는 지인이다. 평소 BTS 음악을 듣지 않는 것도 안다. 그런데 대관절 BTS라니?


"아, 그거, 그건 말이지." 뭔가 변명 아닌 변명이 필요했다. "프랑스에 아는 지인이 책을 냈다고 해서." 나는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아는 지인'이라니.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섭섭하다.


"녹내장입니다. 진행이 빠르네요. 이대로 두면 1년 안에 실명되겠어요." 의사가 국어 책 읽듯이 말했다.

나는, "아, 네." 했다. 충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덤덤했다. 원래 큰 일에 덤덤하다. 사이코패스인가. 사이코패스라고 하기에는 직장 상사의 작은 호통에도 심장이 너무 잘 쪼물딱거린다.


며칠 전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와 내가 나왔다고 한다. 할머니가 밥을 차려 주셨는데, 내가 밥을 안 먹었다고 한다. "별일 없지?" 아버지가 물어보셨다. "네, 별일 없어요."


아버지와 나는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그냥 우연일까? 아무튼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책을 잘 안 읽었다. 브런치에 글 쓰는 일도 멈췄다.


그러다 경각심이 해이해질 무렵, 안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다 핸드폰으로 브런치에 들어가 보았다. 며칠 전의 일이다.


"저 책 냈어요." 나무산책님이다. 나무산책님은 브런치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우와, 우와! 멋졌다. 축하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바로 책을 주문했다. 책을 읽었다. 재밌었다. 단숨에 읽었다. 브런치에서도 느꼈지만, 언제나 문장이 경쾌하고 읽기 편하다. 좋은 문체다.


'BTS 오디세이'를 읽는 내내 이상했다. 다른 책을 읽을 때와는 달랐다. 아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아는 사람의 책을 읽을 때는 끝없이 작가를 떠올리게 된다. 지금 작가의 상황, 기분 등을.


'BTS 오디세이'는 BTS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BTS를 풍경으로 한 김송연을 읽었다. 김송연은 나무산책님의 본명인 것 같다. 책을 사면서 알게 됐다. 저자 김송연.


이름마저 좋다. 송과  사이로 부드럽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분다. 책은 김송연 작가의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남편 분이 차에서 BTS 노래 틀어주는 장면이 무척 좋았다.  부분은  책의 클라이맥스다. 우리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화해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BTS로부터 위안과 치유를 경험했다고 한다.나는 그걸 준 게 BTS 아니라고 생각한. 그건 이미 김송연 작가, 본인이 갖고 있었다. 마음깊이 간직했던 별을 BTS 통해 발견한 것뿐이다.


 역시 별을 갖고 산다. 아니 그랬던  같다. 전에는 분명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별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졌다. 세상의 모질고 새찬 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탓이다.


그 별은 세상을 사는 데 별로 쓸모가 없다고 여겼다. 하찮았다. 돈도 안되고.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안되면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 생각이 반복되다가, 결국 쓸모없게 느껴진다. 세상의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나의 별. 그렇게 꼭꼭 숨기며 살다가, 우연히 타인으로부터 그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좋다. 잠 못 이루며 설레기도 한다. 감동이다. 위안이 되고 안심이 된다. 그렇게 사랑하게 된다.


김송연 작가는 우주로 흩어진 자신의 사금파리를 파리에 가서 찾으려 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자신의 가슴 안에 있었고,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되는 거였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하고 넘어지고 돌아가고 여행한다.


김송연 작가는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순수성과 아름다움을 인생의 긴 여정을 통해 찾게 되었다. 파리로 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세상. 그 세상이 온전히 김송연 작가의 삶에 펼쳐져 있다. 김송연 작가는 자신의 풍경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김송연 작가가 말하는 BTS는 누구나 간직한 별의 대명사이다. 누구나 언젠가 살면서 반드시 다시 자신만의 BTS를 만나기를 바란다. 실수하고 넘어지고 여행함으로써!!


너튜브 동영상에서 작가 인터뷰도 찾아보았다. 얼굴을 보니 설레고 있었다. 평안해 보이기도 했다. 김송연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거렸다.


나는 그냥 그게 좋았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을 나무산책님이 보신다면 일단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처음 책을 내셨다는 말씀에 무조건 아주 좋은 리뷰로 인사를 하려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좋은 리뷰가 축하 인사를 대신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이 하찮은 글은 사실 4번이나 갈아엎고 다시 쓴 글입니다. 놀랍게도. 책의 인용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코멘트도 달면서 작성했었는데, 그냥 어느 날 다 지우고 완전히 힘을 빼고 썼습니다. 비록 두서없고 형편없는 글이지만, 축하한다는 마음은 진심입니다.

무언가 브런치를 통해 느슨한 끈으로 연결된 관계라서 강약 조절마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냥 하고 싶어서 썼습니다.

이글이 작가님께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창가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처럼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을 책으로 만나서 반가웠고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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