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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재희 Jan 14. 2019

호주여행잡담기

3. 시드니의 작은 책방


*시드니의 작은책방


멜번에서의 여정이 카페투어였다면 시드니에서의 키워드는 ‘책방’으로 잡았다.


사실 전반적으로 야무지게 일정을 짜고 떠난 여행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야무지게 다이어리 노트칸에 멜번, 시드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를 적어가며 상세한 여정을 적어보려고도 했었지만 끝내 빈 페이지로 비행기에 올랐다.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다이어리 한 켠에 그래도 시드니의 작은 책방들 주소는 정자로 바르게 적어왔었다. 책방들 주소를 구글맵에 옮겨보니 이렇게만 다녀도 시드니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겠다 싶었다. 맛있는 식당이며 예쁜 카페 정보는 하나도 몰랐지만 근처에 왠지 모르게 예쁘고 맛있는 곳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책방들 구경 길에 올랐다.







1. Megalong Books

183 Leura Mall, Leura NSW 2780


제일 먼저 가게 된 곳은 ‘Leura’에 위치한 책방이었다.

이곳은 가려고 했던 책방은 아니었다. 블루마운틴 투어 중에 점심식사를 하는 장소였는데, 도시락을 싸온 나는 혼자만의 점심을 먹고 커피나 한잔 하고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Book이라고 써있는 간판을 발견하게 된 거였다. 책방에 들어가면 먼저 오래된 책 먼지 냄새가 코에 쑤-욱하고 들어온다. 오랜만에 맡는 냄새에 코가 잠깐 간지러웠다. 책 냄새, 헌책방 냄새를 좋아하는 나는 간질거리는 코에 행복했다. (비염이 있어서 먼지에 민감하지만.) 생각보다 작은 책방에 나름의 섹션을 정리해두었다. 대부분의 블루마운틴 관광에 나선 사람들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게 돼서인지 관광상품판매점과 비슷할 정도로 인원이 있었다. 나도 블루마운틴에 관한 책 중에서 내가 읽어 볼 수 있을 정도의 영어가 (아주 조금) 적힌 것이 있었다면 샀을 텐데 아쉽게도 구매까지 하진 못했다.




2. Berkelouw Books

19 Oxford St, Paddington NSW


본격적인 책방투어 시작을 이곳에서 했다.

기대감을 갖고 방문한 첫 책방 ‘Berkelouw Books’은 작은 책방이라고 하기엔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이었다. 입구부터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어서 우의를 입고 등장한 나는 제법 난감했었다. 좁은 입구에 서서 우의를 탈탈 털고서야 책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책방은 1층에는 책방에서 선정한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고 2층창가에는 카페가 있었다. 2층 한 켠에 그래픽노블도 있어서 꽤 긴 시간 책을 훑어봤다. 3층에는 고서적들과 헌책들이 오래된 냄새를 뿜으며 자리하고 있었다. 층별로 분위기가 다른 서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달랐다. 1층만 봤을 때는 땡스북스 같았다면 2층은 전면 창이 있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싶었다. 3층은 올라가자마자 삐걱거리는 나무 판이 영락없는 고서점 같았다. 층별로 다른 분위기를 뽐내고 있는 이곳에서 커피도 한잔 하면서 맘껏 책을 누려도 좋을 것 같다.




3. Ampersand Café & Book store

78 Oxford St, Paddington NSW


‘Ampersand’경우 책방도 책방이지만 커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곳에서는 커피를 마셔야지 라는 생각을 굳게 하고 방문했다. 들어가자마자 커피냄새가 폴폴 나는 책방입구를 지나가니 중고서적들이 정신 없이 진열되어있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지저분하게 책이 나뒹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나름 정확한 섹션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정신 없던 분위기가 엔틱한 분위기로 갑작스레 변하더니 책들도 본래 자기 집인 것처럼 너무 잘 어우러져 보이기 시작했다. 억지로 엔틱함을 연출한 것이 아니라 1분 1초의 시간들이 흘러 만들어진 것 같았다. 멋있었다. 한국의 작은 책방들도 오래오래 계속되길 속으로 기도했다.

아! 커피도 매우 맛있었다. :)




4. Ariel Books

42 Oxford St, Paddington NSW


나는 초록색을 좋아한다.

초록색도 종류가 참 많은데,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초록색의 벽돌이 책방을 감싸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괜히 책방이 좋아졌다. 몇 발자국 되진 않지만 짧은 통로를 지나니 책방에서 셀렉한 책들이 보기 좋게 나열되어 있었다. 계산대 앞쪽에 스탠딩 책꽂이에는 책들이 모두 표지가 보이게 세워져 있었다. 표지 앞으로 메모가 모두 붙여 있었는데, 책방에서 이 책을 추천하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메모는 책방에서 직접 쓴 수기메모로 내용도 꽤나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아무래도 그런 책들에게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었다. 덕분에 나는 한국에 계시는 내 책이 입고되어 있는 책방사장님들께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책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감사합니다.) 안쪽에는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들이 있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키즈카페 같았다. 책들만 유아용도서가 아니라 분위기도 그렇게 맞추어 놨다.




5. ABbe,y’s Book Shop

131 York St, Sydney NSW


시드니의 중심인 시청 부근에서 볼 수 있는 제법 큰 서점이다.

인디 책부터 광대하고 다양한 책들이 공존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보다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좀 더 많아 보였는데 책의 종류가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이 서점이 2018년에 딱 50주년 되는 해라고 했다. 역사가 길지 않은 호주에서 50주년이면 정말 오래된 서점 중의 오래된 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오래된 곳에는 지긋한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 이건 한국이나 호주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50년 전에는 이 서점이 어떤 분위기로 어떤 책들이 어떤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6. Glee Books

49 Glebe point Rd, Glebe NSW


시드니대학교 근처로 ‘Glee Books’과 ‘Sappho Books’가 사이좋게 붙어있다.

사이좋게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연남동에 ‘헬로인디북스’와 ‘사슴책방’이 생각났다. 두 서점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뭐가 달랐느냐 하면 조명부터 달랐다. (:)) 내가 간 길로는 Glee Books가 먼저 보였는데, 호적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한국이건 호주건 작은 책방이 있는 분위기가 또 닮아있는 것 같았다. 굉장히 조용하고 이런 곳에 책방이 있을까 싶은 길이었는데 나는 왜인지 이런 곳을 알려주는 구글맵에 신뢰성이 높아갔다. 책방의 폐점을 앞둔 시간에 들어가니 책방 사장님 같은 아주머니가 곧 문을 닫는다는 메시지를 주셨다. 걱정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책방을 둘러봤다. 사실 어떤 책방을 가도 내가 읽을 수 있는 책들은 없었다. 그냥 책 냄새나 코로 맡고 눈으로 책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나에겐 꽤 재미있는 시간이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이 책방은 섹션을 나누는 팻말이 특이했다. 표지판으로 나눠놨는데 그게 되게 귀여웠다.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 보면 정확하게 원하는 코너에 도달할 수 있다. 책방을 둘러보다 보니 사장님 내외로 보이는 두 분의 시선이 내 동선을 따라 다닌다는 것을 느끼자 제일 상냥한 미소를 띄며 인사를 하고 나왔다. 내가 나오자마자 후다닥 책방을 정리하시고 퇴근하셨다. 가면서 내 욕을 했을 것 같다. 늦게 들어와서 책도 안 샀다고.




7. Sappho Books

51 Glebe point Rd, Glebe NSW


Glee Books와 사이좋게 붙어있는 Sappho Books는 어둑어둑한 분위기로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이 책 먼지 냄새를 풍겼다.

몸에 기생충이 있는지 나는 수영장 왁스냄새도 좋아하고, 종이냄새도 좋아하고, 이런 책 먼지 냄새도 좋아한다. 비염만 없었더라면 오래된 책에 코를 박고 킁킁댔을 텐데 진짜로 책 벌레가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책방 간판에 가슴을 훤히 드러낸 아무래도 Sappho로 추정되는 여인의 그림이 있었다. 마음에 들어 책방 굿즈로 판매되는 가방도 하나 샀다. 책방을 나오면서 사포가 누굴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고대 그리스 최대의 여류시인이라고 한다. 어쩐지 5-10$ 책들 옆으로 저녁에는 펍이 열리는데 그냥 펍이라기 보다도 살롱 같은 느낌이었다. 밤마다 시 낭독회 같은 모임이 열린다는 공지가 많이 붙어있었다. 내가 영어만 잘했어도, 시간만 많았어도 모임에 참석해보고 싶었을 텐데 그런 모임에 두려움이 더 큰 나는 에코백을 사서 나오는 걸로 만족했다.




8. 그 외


가고 싶었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가보지 못한 책방들.


* Gould’s Books

* Better read than dead

* The Book Kitchen

* Elizabeth’s Secondhand Book






멜번에서 내가 산 책! 10$ 할인으로 구매 성공!


시드니뿐만 아니라 멜번이나 브리즈번에도 책방이 꽤 있었다. 중고서점도 굉장히 많았고, 작은 책방들도 많았으며, 컨셉을 갖고 만든 책방도 종종 있었다. 특히 요리 관련된 책방이 제일 재미있었는데 요리에 관련된 서적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놀라웠다. 아무래도 먹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제목을 읽을 수 있는 것이 많았던 것도 한 몫 했으리라.


책방을 다니면서 한번도 한국인을 만난 적이 없어서, 누가 시드니에 한국사람 많다고 했는지 동의를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가는 것도 좋지만 한번씩은 책방들을 다녀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책방들이 있는 곳은 모두 힙!했다. 책방 투어를 한다면 가는 길에 오는 길에 모두 재미있고 색다른 여행루트가 될거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작은 책방들 많이 많이 찾아주세요!! 아주아주 재미난 시간들을 보내실 수 있을 거에요!! 히히)





다음은 “이것이 관광이다!!!”

호주에서 즐긴 현지 패키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역시 기대해주세요. 히힛


*

'주머니 속 마트영수증'은 작은 책방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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