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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드부스터 켄 Aug 02. 2024

지금 내 감정의 이름은?

가끔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기분이 든다. 순간적인 배설의 욕망과 에너지를 아끼려는 뇌의 본능은 언어의 단순화를 강요한다. 돌아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감정 언어는 거의 버릇처럼 정해져 있다.


와 대박이다.

짱인데?

아, 짜증 나!

열받네?

나 삐졌어.


우리의 감정은 이런 단어로만 표현할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단어가 주어져 있다. 단지 쓰지 않을 뿐이다. 굴욕감과 수치심은 다르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무력감과 우울감은 다르다. 낙담과 체념은 다르다.


특히 식사를 할 때 아쉽다. 왜 더 표현하지 못했을까? 어떤 식당에 가서 한 술 먹었을 때, 단순히 '맛있어'라고 표현하기에는 세상에 너무 다양한 맛과 표현이 존재한다. 그 맛집이 왜 맛집인지는 사람마다 이유가 다를 것이지만 우리는 뭉뚱그려서 그냥 맛집이라 한다. 


이건 짜다, 시다, 달다, 맵다, 쓰다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는 입술에 닿을 때부터 간질거리는 미역국이 있은가 하면, 식도 너머로 전해지는 올라오는 나무향이 담긴 술이 있다. 씹었을 때 밥알이 그대로 느껴지는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 있고, 조합을 다르게 먹을수록 다른 감정이 드는 양고기가 있다. 그 순간의 맛을 적확하게 표현할 수록 그 기억은 깊어질 것이고 결국 일상의 행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whatever the thing you wish to say,
there is but one word to express it,
but one verb to give it movement,
but one adjective to qualify it;
you must seek until you find
this noun,
this verb,
this adjective.

무엇이든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에는,
표현하는 단 하나의 단어,
움직임을 주는 단 하나의 동사,
묘사하는 단 하나의 형용사가 있습니다.
당신은 이 명사, 동사, 형용사를
찾을 때까지 찾아야 합니다.


프랑스 작가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이렇게 '일물일어설'을 주장한다. 하나의 의미를 표현하려면 오직 최적의 단어 하나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행복이란, 내가 가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 하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언어로 인식하는 인간이기에 언어의 확장은 내가 가진 세계의 확장이 될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 절실히 느낀다. 손익을 따지는 사람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사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은 쓰는 언어가 다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은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적확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나를 위하면서 남을 위하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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