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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Mar 20. 2020

눈에 띄는 뉴스

노력이 있어야 알 수 있는 것들

2020.2월 뉴스

[머플러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는 자동차를 주변에서 볼 수 없다] 상상해보자.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이 없고 기실 상상조차 어려운 교통환경은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뉴스를 접하고 생각해 본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현재 우리가 타는 대부분의 이동수단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구동된다. 물론, 전기자동차라는 미래의 교통수단을 주변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의 경우임은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겠다. 영국이 공표한 위의 정책은 분명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다.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경유도 아닌 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도로에서 볼 수 없는 환경이 앞으로 15년 안에 조성되고 또 이것을 선도하는 국가가, 영국이라는 그들의 다짐은 본인에게 참으로 의아하게 느껴진다.


보통의 국가에서 위와 같은 정책을 이행하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동차 산업은 단순히 제조, 소매, 서비스뿐만이 아니라 이와 관계한 엄청난 유관산업들로 인해 나라의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그렇다. 우리가 사랑하는(?) 대한민국만 보아도, 현대/기아차가 휘청하면 나라 경제가 위태로울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싶다. 전 세계 유래가 없다는 이 "재벌"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경제 집단이 경제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 재계 2위인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특히나 대한민국 경제의 큰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멋진(?) 결정을 내리는 일, 아무리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얻는 정권이라도 어려운 법이다.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의 선진 기술을 국내 기업이 모방할 기간을 국가가 직간접 적으로 방어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음을 상기한다면 위와 같은 의견에 쉽게 동의가 가능하다.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본인이 기억하는 이와 관련한 몇 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면 더 쉽게 동감이 가능하겠다. 게다가 위와 같은 결정은 일개의 기술을 방어하는 것이 아닌 산업 전반의 구조의 중요한 변곡점을 거치는 결정이기에 더더욱 신중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닐까?  

2000년대 초, 핸들의 조향에 맞추어 좌, 우로 움직이는 헤드라이트와 항공기의 조정석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운전석 앞쪽 유리에 필요한 정보들을 비추는 HUD 기술 등은 독일 자동차에 이미 적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수입되는 차량에는 이 기능들이 제한되었는데 교통안전법이라는 허울 좋은 방어막을 치고 자국의 회사가 이 기술을 구현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이미 차량에 장착이 되어 있던 기술을 일부러 삭제, 또는 정지하고 차량을 운행해야만 했던 웃픈 이야기는 불과 몇 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다. 현재 현대/기아차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그 기술은 이런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우리의 삶으로 들어왔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은 한 국가의 경제에 큰 축을 담당하기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술력이 생길 때까지 우리나라는 이의 시행을 미룰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겠다. 


이에 반해 위와 같은 정책을 표명한 영국은 슬프게도 자동차와 관련한 산업의 크기가 우리나라에 비해 현저히 작다. 제대로 된 자동차 브랜드 역시 전무하다시피 하다. 시대를 주름잡았던 재규어, 랜드로버, 롤스 로이스는 이제 더 이상 영국의 자동차라 말하기 어렵다. 분명 영국의 브랜드이지만 그 안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영국의 색체는 희석된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유명무실하다 보니 영국 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 산업 섹터의 중심을 기존의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있다. 이를 통해 몰락했던 자동차 산업의 중흥을 기대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뉴스는 안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심지어 더 앞당긴다는 소식이다.

2020.03월 뉴스

물론 대외적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영국이라는 프레임을 내건다. 저탄소 경제를 견지하며 더 나은 지구를 위해 국가정책의 방향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EU의 탈퇴와 맞물려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파른 몰락을 준비해야만 하는 그들의 절박한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존재함은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뉴스란 그저 짙은 휘발성을 갈구하는, 바쁜 대중들에게 그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일 뿐 전후 상황과 결정의 이유를 친절히 말해주지 않는다. 이런 대다수의 대중들에게 위의 기사는 영국이 기후변화를 심각한 글로벌 위기로 받아들이고 지구를 위해 그들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한 것 같이 보일 위험이 충분하다. (글을 완성하다 보니 3월에 이런 뉴스가 나왔지만 위의 두 뉴스를 함께 고려하는 일은 쉽지 않다.)


뉴스를 통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영국은 얼마 전 EU를 탈퇴했다. "오직 영국인들만을 위한 정치를 피겠다"라고 다짐하는 보수당의 손을 영국의 국민이 들어준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그간 영국이 EU에 가입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받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물론 그들이 객관적이라 부르짖는 수치는 있다. 하지만 통계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또 기준에 따라 판이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을 선택한 영국인들은 한 가지 확실한 메시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영국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더 이상 자신의 불편함을 감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더 큰 선(善)을 위해 나의 불편함을 감래 하는, 의미 있고 선한 삶에 대해 더는 동조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나의 유럽이라는 슬로건으로 서로의 불편함을, 특히나 강대국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해 조금 더 나은 유럽, 살기 좋은 나라들을 만들어 지구를 빌어사는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의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선한 의도를 영국은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이 인류가 처음 맞이하는 이기적 결정은 아니다. 슬프지만 미국의 그것과 비슷하다. 초 강대국임을 자처하는 미국과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 불렸던 영국은 영어를 모국어로 쓴다는 사실 이외에 슬프게도 이런 식으로 서로를 닮아갔다. 물론 그들의 선택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살아간다. 비록 그것의 실행에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말이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이민자들을 저주하고 그들에게 현 시국의 문제점을 전가하는 행위는 역사이래 수 차례 자행되었고 이것의 연장선에 세계 대전이 자리함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라는 미국에서 조차, 이민 허가를 까다롭게 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그리하여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인(?) 미국인들만이 이 나라에서 일하고 그 노동의 가치를 돌려받게 하겠다는 정책을 내건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작금의 현실은 슬프지만 우리가 맞이한 오늘이다.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로 인류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이것에 관한 수많은 뉴스들이 인터넷을 달구는 요즘, 과연 수많은 뉴스들의 이면에 있는 진실을 알아채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자문해본다. 중국인의 유입을 막지 않아 사건이 커졌다는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또 그렇다고 이것이 무의미한 조치이기에 이익이 전혀 없다는 정부의 의견도 못 미더운 것은 매한가지다.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인과 생김새가 닮았다고 해외에서 눈치를 받고 가끔은 폭행을 받았다는 뉴스를 접하며 혹시나 이것으로 인해 또 다른 제국주의가 출현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남 탓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처음 보는 이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잔혹한 현실에 우리는 누구의 잘못을 가리는 것보다 이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지를 고민해야 한다. 쓸데없는 정치싸움에 침을 튀기며 싸울 일이 아니다. 오직 이 시간을 잠잠히 흘러보네, 이 바이러스를 인간이 어느 정도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버티는 것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라는 독일 총리 메르켈의 연설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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