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팅 밖 이야기
난치성 말기암 통증으로 의뢰된 아이가 물었다.
지난 번에 왔을땐 너무 아파하며 누운 채로 신음소리만 내던 아이가 자가 통증 장치를 달아주고나니 또렷이 눈을 맞추며 말한다
"많이 아파?"
"어젠 많이 아팠는데 이젠 괜찮아요. 근데 전 언제 나아요?"
온몸에 퍼진 암으로 가슴 아래는 다 마비되었는데, 감각이 남은 두팔과 어깨의 뼈에서 시작되는 암성 통증으로 매일 울고있었다.
이제야 조절되기 시작한지 딱 이틀지났는데, 또다시 조절이 안된다고 용량을 올려줄 수 있냐는 의뢰가 왔다. 약을 올리고 또 올려도. 아이는 계속 아프다고 한다.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다.
병이 이틀만에 그렇게 진행되었나요.
네. 그런가보네요.
방법이 없을까 논문을 찾아보다가, 몰핀에 반응없는 암성 통증에 낮은 농도의 케타민이 효과가 있었다는 논문들을 보고 주치의에게 전화를 했다
- ... 이런 방법이 있던데 고려해보면 어떨까요?
- 아... 그건 숨쉬는 것이 걱정되서 저희는 하지 않겠습니다.
마취과 의사로서의 생각엔, 낮은 농도의 케타민은 숨쉬는 것과 무관한데, 지금 이 아이에겐 데메롤과 플라시보가 번갈아가면서 들어가고 있다.
멀리서 봤을땐 왜 그렇게 암성통증 조절이 어려울까. 싶었다. 왜 다들 권고사항보다 적게 주는 걸까.
한발 더 가까이 들어오고보니. 통증 조절이 결코 쉽지가 않다. 살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아프지만 않게 해달라는거지만 그 역시도 결코 쉽지가 않다.
placebo를 주지 마십시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모든 병실에서 중환자실처럼 모니터를 할 수 있는게 아니다.
SpO2 88%... 꺼져가는 생명에...우리가 끼얹는 것이 물이 될지 기름이 될지는 알수가 없는 일이다.
하교길에 떡볶이를 사먹고 연예인을 쫓아다니고 시험을 걱정하며 엄마한테 작은 반항도 할만한 나이.
나랑 몇살 차이도 안나보이는 엄마는, 아이가 이렇게 자라리라 생각해본적이나 있었을까.
아이한테는 아무 대답도 해주지 못했다.
병실에 올라가기가 마음이 무거워 차트를 보고있는데
아이가 처음으로 "무서워요" 라고 말했다고 씌여있었다.
그제 산소포화도 95%..어제는 91%...오늘은 88%...
길고 힘들었을 아이의 싸움도 이렇게 끝나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