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텐팅 뒤 단상
- 응급이 있는데 혈소판이 너무 낮아서, 일단 수혈해보고 경과 봐서 한다고 합니다.
- 얼마나 낮은데?
- 2만이라고 합니다.
- 그건 수술 못하는 수치인데.. 10만 확인하고 환자 내리라고 하자. 2만이면 여기서 살아서 올라갈 수 없어.
(몇시간 뒤)
- 환자 아직 수혈 다 못했고 수혈후 결과도 못봤는데 동공 열려서 내려온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그냥 두면 수시간내 100%사망, 수술하면 99%사망.. 그 1%에 기대를 걸고 수술실로 내려온다. 그러니까. 99%의 확률로 이사람은 살아서 나갈 수가 없다.
- 그래. 해야지 뭐.. 설명 다 하고 오라고 하자.
- 저희는 준비 뭐 할까요?
결정은 늘 어렵다.
그런 종류의 수술을 받을때는 가슴의 큰 정맥에 관을 넣지만, 안보고 하는 술기. 만약 한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하지만 또 다른 부담을 안고 다른 방법을 써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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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들어오고, 고년차들, 그 중에서도 일잘하는 아이들과 착착 준비하고 무사히 마취 시작을 마쳤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했으니 이제, 무사히 수술을 견뎌보자.
6시간 후에나 더 줄 수 있다는 혈소판..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출혈을 멈추는데 도움을 주는 다른 약들을 줄줄이 가져왔다.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 피가.. 피가 많이.. 많이 나는데 한번 와주셨으면 합니다.
하고 1년차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했던 순간을 제외하면, 무사히 수술이 끝나고 멋진 바이탈로 환자는 수술실을 나갔다. 물론 많은 것을 대비한 덕도 있고 아주 멋진 바이탈까진 아니었지만 :p
이미 간이 다 망가져버린 사람이라, 혈소판을 주었어도 전혀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색하게, 수술 중간의 혈소판은 12만이란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 나는 99%를 보고 울 것 같은 마음으로 지푸라기를 잡고 있었지만 환자는 다른 1%를 보여주었다.
절망적인 마음이라고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환자 본인보단 내가 늦게 포기했어야하는거 아닌가. 하고 환자가 내게 말해주듯이.
마음이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