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브스 Mar 06. 2019

장국영의 초기작 - (2) 하이틴 영화 '영몽가락'

檸檬可樂, Teenage dreamers, 1982

* 곧 장국영의 16주기를 맞이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영화 몇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몽가락>의 인트로

<영몽가락>은 전형적인 하이틴 스타 영화다.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 장국영과 1979년부터 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주목받아 온 주수란의 인기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영몽가락, 레몬(檸檬, 영몽)과 콜라(可樂, 가락)처럼 상큼하고 톡톡 튀는 십 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팅팅                                                        루루
아상                                                         아비
<영몽가락>의 네 친구들

우리나라도 1970년대 중, 후반 이승현 주연의 고교얄개 시리즈와 이덕화, 임예진 주연의 진짜 진짜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었다. 고교얄개 시리즈가 남학생들 위주의 좌충우돌 소동극 중심이라면 진짜 진짜 시리즈는 사춘기 감성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두 시리즈 모두 우리나라 학생들의 존재 이유이자 지상 최대 과제인 대학입시와 연결이 되어 있다. 장난과 말썽을 일삼는 얄개 이승현은 모범생 친구를 도와주다가 그를 닮아 학습태도를(?) 바르게 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한다. 고교생 이승현은 주정뱅이 아버지와 사는 가난한 학생이지만 끈기로 열심히 공부하여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된다. 우연히 알게 된 여고생 임예진을 사랑하게 된 남학생 이덕화는 그녀가 시한부 삶을 살다 간 것을 대신하여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합격한다. 같이 공부했으나 자신만 대학에 떨어진 이덕화는 대학생 임예진에 자극받아 역시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으로 진학한다. 기승전대학. 이런 내용이 우리나라 예전 하이틴 스타들이 등장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고교생 시리즈의 대부분이라면 과장일까.

<고교얄개> 시리즈
<진짜진짜> 시리즈

<영몽가락>에는 우리나라 하이틴물처럼 대학 진학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은 없다. 첫사랑에 실패하는 한 여학생을 중심으로 또래 친구들의 성장기를 담았다. 팅팅 역의 주수란은 깜찍하고 똘똘하지만 사랑에는 아직 서툰 딱 그 나이 때의 학생을 잘 연기했다. 팅팅의 세 친구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로 아비는 먹기 좋아하고 순박하며 아상은 노래를 잘하고 활달하나 도벽이 있으며 루루는 또래의 친구들과는 다른 좀 노는 학생이다. 이들은 사랑에 실패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기도 하며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기도 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장국영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고독하고 외로운 척을 하지만 알고 보니 속물인 남학생을 연기했다. 장국영의 쓸쓸하고 유약한 소년 이미지는 데뷔 초부터 소비되기 시작하였는데 그에게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옷이다.

연극반 가입을 권하는 선생님과 잭슨을 처음 본 팅팅과 아비
연극반 대표 잭슨과 비 오는 거리에서 만난 팅팅
연극 연습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팅팅과 잭슨
데이트 하는 팅팅과  잭슨. 레몬 콜라를 마신다.

<영몽가락>에는 뮤직비디오라고 불러도 좋을 장면이 두 차례 등장한다. 바로 두 명의 유명 가수가 출연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1979년에 가장 유망한 신인 대상, 일명 은별 대상을 함께 수상한 아상 역의 로운나와 장국영이다. 로운나는 필리핀과 스페인의 혼혈로 13세에 이미 드라마 주제곡을 부를 정도로 어릴 때부터 각광받는 인재였다. 그녀는 <영몽가락>에서 장국영을 제치고 주제가 '영몽가락'을 부른다. 캠프파이어가 벌어지는 연극부 엠티 장면에서 기타를 들고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 가사와 누구나 한 번에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일품이다. 장국영의 데뷔 앨범 I like dreamin'에 수록된 삽입곡 '의망(凝望)'은 팅팅과 잭슨의 마카오 데이트 씬에서 흐르는데 이 장면은 전형적인 1980년대식 촬영이지만 풋풋하기가 그지없다.

연극반 엠티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상
마카오에서 데이트하는 팅팅과 잭슨
마카오에서 둘은 연인이 된다.

청춘스타의 출연과 밝고 가벼운 내용으로  <영몽가락>은 <열화청춘>보다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열화청춘 HK $2,309,614.00, 영몽가락  HK $5,224,660.00) <영몽가락>을 시작으로 장국영은 진백강을 서서히 밀어내며 하이틴 탑스타로 입지를 굳힘과 동시에 롱런을 위해서는 그 이미지를 언젠가는 깨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리고 <영몽가락>은 그의 첫 쇼브라더스 출연작으로 기록된다. (양과여소용녀 (楊過與小龍女, 1983), 연분 (緣份, 1984) 두 편이 더 있음)

팅팅에게 이별을 고하는 잭슨. 그는 바람둥이 였다.
좋아했던 선생님의 모습에 실망하는 루루와 술에 취하는 아상
잭슨과의 이별에 슬퍼하던 팅팅은 연극 당일 겨우 무대에 선다.
무대에서 오열하는 팅팅. 연극은 잘 마무리 된다.
'막이 열렸을 때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되었고 막이 내렸을 때 우리는 헤어졌다' - 팅팅, 둘은 이별한다.


- 줄거리 -

팅팅은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교 학생이다. 담임선생님은 팅팅과 친구들에게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을 권한다. 연극반에는 연기 지도 및 동아리 대표로 잭슨이라는 잘 생긴 청년이 있었고 팅팅은 첫눈에 반한다. 연극반에서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잭슨과 팅팅이 주연을 맡게 된다. 짝을 맞추어 연기 연습을 하던 둘은 점차 친해지고 마카오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자유 연애자인 잭슨은 팅팅이 결혼을 이야기하며 다가오자 부담스러워하며 잠시 헤어져 있자고 한다. 팅팅은 괴로워하다가 공연 날 극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사적인 감정이 더해진 팅팅은 하염없이 울며 겨우 공연을 마치고 잭슨과 이별을 확인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국영의 초기작 - (1) 실질적 데뷔작 '열화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