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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브스 Mar 27. 2019

장국영의 초기작 - (5) 가수 장국영의 '위니종정'

為你鍾情, For your heart only, 1985

* 곧 장국영의 16주기를 맞이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영화 몇 편을 소개하려 합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위니종정>의 인트로

‘가수’ 장국영의 노래가 삽입된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장국영이 가수로 등장하는 1986년작 <우연>이나 1995년작 <야반가성> 등을 꼽지 않아도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에는 어김없이 그의 노래가 수록되었다. <위니종정>은 <제일차(첫사랑, 1985)>, <연분>에 이어 세 번째로 장국영의 노래와 타이틀이 동일한 영화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영화 <위니종정>은 오롯이 ‘가수’ 장국영을 위한 영화다. ‘불기적풍’을 시작으로 ‘위니종정’, ‘제일차’, ‘치심적아’, ‘심중정’, ‘유정밀의’, ‘모니카’ 등 당시 그의 최고 히트작들이 총망라되어 수록되어 있다. 빠른 템포에 신나는 멜로디 라인이 인상적인 ‘불기적풍’은 아기자기한 오프닝 크레디트와 짝을 이뤄 이 영화는 재기 발랄한 젊은 영화 임을 표방한다. 그리고 어느덧 영화가 중반으로 접어들 때쯤에는 ‘위니종정’이 감미롭게 흘러나오며 러브신의 분위기를 돕는다. 또 중간중간 재미있는 에피소드에는 ‘제일차’, ‘모니카’ 등의 경쾌한 노래도 빠지지 않는다. ‘유정밀의’, ‘모니카’ 두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국영의 ‘위니종정’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다. 다른 가수의 노래는 이 영화에 없다. 그만큼 철저히 <위니종정>은 '가수' 장국영의 영화다.

'위니종정' 앨범과 (장국영은 자신의 손가락에 있는 반지가 보이도록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영화속 마스코트
발랄한 오프닝 크레디트

영화의 타이틀은 ‘위니종정’이지만 메인 테마곡은 ‘불기적풍’이라고 볼 수 있다. ‘위니종정’이 러브 신과 엔딩 씬에 삽입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불기적풍’이 짧게짦게 다양하게 편곡된 형태로 수록된다. 그런데 이 곡은 원래 일본의 가수이자 배우인 킷카와 코지의 ‘La vie en rose’란 곡을 리메이크 한 노래다. 장국영의 또 다른 히트곡인 ‘모니카’ 역시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 한 곡이다. 킷카와 코지는 수구선수 출신으로 1984년 데뷔하여 그 해 일본 가요대상 최우수 신인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가수이자 카리스마를 앞세운 배우로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드라마 ‘변두리 로켓’에서 회사에 충성심이 강하고 사람에 대한 의리 또한 깊은 ‘자이젠’ 역으로 출연하여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바가 있다.

첫 앨범 '모니카'와 <변두리 로켓>에서의 킷카와 코지

<위니종정>은 청춘의 남자 세 명, 여자 세 명이 이끌어간다. 주인공인 피기와 제인, 피기의 친구인 사피와 피기의 여동생 메이블은 연인이 되며 헤이든과 주디는 주변에서 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좋은 친구 역할을 맡는다. 피기는 앞서 포스팅 한 <영몽가락>의 잭슨과 비슷한 캐릭터다. 연애로 가기까지에는 온갖 정성을 다한다. 간호사인 제인과 만나기 위해 의사로 변장하여 데이트 신청을 하는가 하면, 분수에 뛰어들며 담대함을 보인다. 그러나 온갖 달콤함을 보인 피기는 막상 제인과 연인이 되었을 때는 그녀에게 진지하지 않았다. 그녀가 곁에 있음에도 다른 여자들과 어울리며 제인의 속을 태우더니 그녀의 감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게 변한다. 그러나 피기는 사피가 자신의 여동생과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우 분노하며 그와 싸움질을 한다. 바람둥이 기질이 있는 피기는 자신과 합이 잘 맞으며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가 자신의 소중한 여동생과 사귄다고 했을 때 본인을 떠올리며 사피가 금방 메이블과 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처 받을 동생이 안타까웠을 것이고 그들과 어정쩡해지는 자신을 감당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기의 예상과 달리 사피와 메이블은 진실한 모습을 이어갔으며 여기에서 피기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영몽가락>과 비슷한 분위기가 될 뻔하다가 달라지는 극의 터닝포인트이다.

제인에게 첫 눈에 반한 피기와 그들의 에피소드
사피(맹해), 헤이든(왕서기), 메이블(백안니)
제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피기
유명한 분수 키스씬. 둘은 연인이 된다

코미디 같은 에피소드들이 연속으로 전개되며 밝은 내용으로만 진행될 줄 알았던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피기와 제인의 관계가 소원해지며 심상치 않게 흘러가더니 사피에게 생긴 일로 영화는 울음바다가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영화 처음부터 의아한 설정은 있었다. 남자 삼총사가 어울려 노는 헤이든의 집은 바로 주디네 옆집이었다. 병원에 가도 담당 간호사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제인과 주디가 맡는다. 셀 수 없이 많은 장면들이 인과성이 떨어지는 허점 투성이라고 지적해도 아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허술한 대본은 아직도 옛 영화의 틀을 벗어나지 못함의 반증이며 장국영의 인기에 기댄 기획력의 한계 때문일 것이다. 억지로 만들어 낸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맛에 옛 홍콩 영화를 자꾸 다시 보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제인과 사이가 벌어진 피기는 사피에게 자신의 동생과 헤어지라고 한다
사피는 병에 걸린다
마지막 생일을 보낸 사피는 세상을 떠난다
피기와 제인은 아직 사랑이 남아있다

장국영과 주연을 맡은 이려진은 거리 캐스팅으로 광고에 데뷔하여 연예계에 진출한다. 1984년 영화 데뷔 해에 5편의 영화에 출연하였으며 <위니종정>은 그녀의 첫 번째 주연작이다. 1987년 담가명 감독의 <최후승리>로 제7회 홍콩영화 금상장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는 1993년 <애적정령>, <밀도성숙시> 등의 영화를 찍으며 파격을 보인 바 있다. 1999년에는 허안화 감독의 <천언만어>로 제36회 금마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건재를 과시한 그녀는 2010년 이후에는 TV 드라마에 전념하고 있다. 사피 역의 맹해는 골든하베스트 소속으로 홍금보가 이끄는 홍가반 멤버였다. 7살 때부터 경극을 익힌 그는 <용쟁호투>, <용적심>, <하일군재래> 등의 영화에서 조연으로 활약했으며 <황가사제>로 홍콩영화 금상장 남우 조연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액션 감독으로도 7차례 수상 후보에 오르는 등 다양한 경력을 이어오고 있다.

<밀도성숙시>에서와 최근의 이려진
진짜 생일을 맞은 60세의 맹해와 이소룡과 촬영중 웃는 꼬마 맹해

- 줄거리 -

피기는 친구인 사피, 사촌인 헤이든과 함께 여자들과 놀러 가려다 길에서 제인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간호사인 제인은 직장 동료인 주디의 집에 머무는데 우연히도 옆집은 피기 일당의 거처인 헤이든의 집이다. 피기는 여러 소동 끝에 구애에 성공하고 제인과 연인이 된다. 그러나 플레이보이인 피기는 계속 제인의 속을 태우고 둘은 사이가 멀어진다. 한편 사피가 자신의 동생인 메이블과 사귀는 것을 알게 된 피기는 사피에게 메이블과 헤어지라고 말하며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제인에게 잘못했음을 점차 깨닫는다. 피기에게 쫓겨나 해이든의 집을 떠나던 사피는 갑자기 쓰러지고 급성 암 판정을 받는다. 사피는 마지막 생일파티에서 피기와 제인이 다시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얼마 후 사망한다. 사피를 묻어주고 오던 길에 피기와 제인은 서로 아직 그리워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장국영이 직접 투자하고 설립에 관여했던 지금은 없어진 홍콩의 위니종정 카페
<연분>에서도
<위니종정>에서도
<영웅본색>에서도 장국영은 펜스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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