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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욱 Jul 25. 2016

아이폰 수리

단통법을 반대하는 내 작은 노력

2014년 10월, 자본주의 국가가 나서서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줄여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즉 '단통법'이 시행됐다. 통신사가 단말기를 구입할 때 제공하는 보조금을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소비자는 국내 어느 대리점에서건 동일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비싸게. 


단통법은 여전히 휴대폰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유행따라 휴대폰을 바꾸는 것도 옛날이야기.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도 2013년 3gs에서 뒤늦게 바꾼 아이폰5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스티브 잡스의 유작이라는 것 정도. 나름 애플 마니아로서 새로운 아이폰이 나올 때마다 온갖 정보를 찾아보며 군침을 흘리지만 단통법이 시행되고 있는 동안 절대로 통신사를 배부르게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버티고 있다. 아이폰7의 유출 사진이 나오는 이 시점에 6로 바꾸기에는 버텨 온 시간이 아까운 점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배터리가 반나절을 못 가고 액정은 이미 얼룩이 진 상태의 휴대폰은 신념 만으로 버티기 쉽지 않다. 실질적인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배터리와 액정 교체에 도전해보았다.


1. 보통 휴대폰을 2년 정도 사용하면 처음보다 약 3~40% 감소된 배터리 용량으로 하루를 버티기 어렵다.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스마트 폰이라면 간단히 추가 배터리를 구매하면 되지만 아이폰의 경우 수리를 맡겨야 한다. 배터리 교체비용은 공식 센터에서 대략 8~9만 원. 사설 업체가 60% 가격으로 좀 더 저렴하지만 한번 사설 업체를 사용하면 이후 공식 센터의 AS를 받을 수 없다. 보험이나 AS기간이 남아있다면 공식 센터를 먼저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2. 우선 배터리를 구입해보자. 마존/이베이 등 직구를 통해 각 기종의 배터리를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다양하나 비싸 봤자 20달러 미만(아이폰5 기준). 단, 리튬이온 배터리는 직배송이 안되니 구매대행업체를 통해야 한다. 최근 오픈마켓에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직구가 어렵다면 비용은 좀 더 들겠지만 오픈마켓을 이용하자. 


3. 배터리를 구입할 때 수리 도구를 세트로 묶어서 파는 것을 구매하면 편하다. 아이폰5의 경우 일반 +드라이버가 아니라 별 모양 드라이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규격에 맞는 드라이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드라이버 말고도 화면을 분리할 때 쓰는 석션 패드, 플라스틱 분리 도구도 있으면 편하다. 없어도 집에 있는 도구로도 분리는 가능하다. 파손될 여지가 더 커지겠지만. (석션 패드=거울에 칫솔걸이 같은 것을 눌러 붙이는 바로 그것!)


4. https://www.ifixit.com/ 
위 사이트에서 자신의 기종을 살펴보면 분해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영어로 되어 있어도 크게 어렵지 않으니 살펴보자. 최신 폰일수록 모듈화 된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몇 개의 나사와 커넥터만 잘 분리하면 된다. 배터리 교체는 아주 단순한 수리였다. 특히 액정 교체에 비하면 수리가 아니라 아이폰 외장을 열었다 닫은 정도라고 할까? 




배터리보다 더 큰 문제는 작년 말부터 번지기 시작한 액정화면이다. 한번 깨졌던 화면을 사설 수리점에서 고쳤는데 정품 액정이 아니었는지 내구성이 떨어지고 색상이 예전 같지 않았다. 배터리는 보조 배터리를 끼고 다니면 해결이 되겠지만 색상이 번지는 액정을 쓰기란 디자이너로서 용납이 안된다. (그 누구라도 용납이 안 되겠지;;; )


1. 화면이 번지는 것도 문제였지만 저번 주부터는 터치도 안 되는 상황이다. 구형 전화기처럼 물리적인 버튼이 없으니 전화가 와도 받을 수가 없다. 급한 대로 이어폰을 꽂아서 썼지만 문자에 답신을 보내는 것도 메일 확인도 할 수가 없다. '스마트 돌'이다.


2. 아이폰6s와 SE가 나올 때까지도 올 하반기에 나올 아이폰7을 기다리며 건너뛸 수 있었다.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했었는데 단통법을 생각하니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참고 쓰던 5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고장이라니. 오픈마켓에서 교체할 화면을 찾았봤더니 그사이 가격이 올랐다. 전면 카메라와 센서 등이 부착된 것을 사려면 훨씬 비싸다.(보통은 스크린 부분만 팔기 때문에 버튼과 센서등을 기존 것으로 이식해야 한다.) 


3. 어차피 늦은 것 해외에서 구입하겠다. 해외 직구는 필요할 때 가끔 하는 편인데 ebay의 구매 방식은 조금 유별나다. 아마존의 경우 셀러가 누구든 아마존이 결제와 배송을 중재해주는데 ebay는 그렇지 않다. 물건을 공급하는 셀러 - 물건을 중개하는 ebay - 결제를 맡고 있는 paypal로 나눠져 있어 만약에 잘못 구매한 것을 취소하면 ebay에서 취소 - 셀러가 확인 - paypal이 환불하는 절차를 밟는다. 만약 취소한 것을 셀러가 확인을 안 해주고 물건을 배송해도 어쩔 수 없다. 나중에 반송을 하고 평점을 낮게 주는 정도의 클레임은 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잘못 주문한 내 탓 이다. 이번에도 5용 스크린을 주문해야 하는데 5S스크린을 주문을 하는 실수를 했지만 다행히 친절한 셀러가 바로 해결해줬다. 다행이다.


4. 오픈마켓에서 사려던 스크린을 ebay에서는 반값이면 국내로 배송까지 해준다. 심지어는 전면 카메라와 센서도 부착되어 있다. 중국에 있는 애플의 부품 생산공장에서 빼돌린 것 아닐까 하는 상상을 블록버스터급으로 하는 동안 주문한 스크린의 운송장 번호가 담긴 메시지가 도착했다. 배송은 그리 빠르지 않고 만약 길어지면 2주 정도 소요된다.


5. 드디어 주문한 스크린이 도착했다. 충격에 대비한 꼼꼼한 포장이 마음에 든다. 전면 카메라와 센서를 이식하지 않아도 되니 간단하게 교체할 수 있다. 애플 제품은 맥이나 아이폰이나 타업체 제품과 호환성은 좋지 않지만 이렇게 부분을 수리할 때는 모듈식으로 쉽게 교체할 수 있어 편하다. 다만 작은 부분이 고장 나도 모듈 전체를 갈아 끼워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제 터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화면 번짐도 없다. 어딘가 잘 맞지 않던 모서리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한 주 정도 인고의 시간은 필요했지만 국내 AS업체에서 받는 비용의 1/3, 오픈마켓에서 부품을 사는 것보다 1/2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부품을 교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폰7이 나올 때까지 버티는 것을 넘어 내년까지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 그러면 안되는데...



주1. 이 글은 2014년 7월 / 2016년 2월에 페이스북에 썼던 두 번의 아이폰 수리기를 다시 정리한 글입니다.

주2. 가격 및 기타 구입 정보는 당시 기준의 정보라서 변경되거나 구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주3. 누구나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매뉴얼이라고 제목을 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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