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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스 하이 Aug 11. 2022

슬럼프를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1편

'슬럼프와 플래토' 편


슬럼프와 플래토의 이해


축구를 시작한 지 8개월 된 초등학교 선수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선수  "선생님 저 슬럼프인 것 같아요."

     "응, 아냐"

선수  "축구가 갑자기 잘 안 되는데요?"

     "응, 아직 실력이 없는 거야"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저 선수에게 상처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한참 배울 것이 많은 시기에 무턱대고 스스로 슬럼프로 규정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슬럼프가 아닌 선수가 자신을 슬럼프로 규정하는 순간, 노력이 필요한 순간에도 '나 슬럼프니까'라는 자기 합리화에 빠져 뭐든 쉽게 포기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슬럼프는 일정 수준의 기량이 형성된 사람에게 해당된다. 강한 표현이지만 떨어질 실력이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 저 어린 선수가 겪는 상황이 비정상인가?' 라고 했을 때 살펴봐야 되는 것이 바로 플래토이다. 우리 말로는 고원현상이라고 불리는 플래토는 일정 기간의 진보가 정체되어 학습 효과가 비교적 적게 나타나는 현상을, 슬럼프는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기량보다 저하된 체 유지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예전에 비해 기량이 향상되는 폭이 적어졌다면 '플래토', 예전에 비해 기량이 저하되었다면 '슬럼프'이다. 여담으로 동호인의 대부분이 플래토를 경험하며 그만두거나 종목을 변경한다. 동호인으로서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한 종목의 고수가 되려면 플래토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요소이다. 


플래토는 주로 초보 단계에서 중급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에 많이 경험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플래토를 경험하는 선수들은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을 정밀하게 다듬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교본처럼 여겨지는 탑 클래스 선수들의 기술을 보며 자신만의 기술로 만들기 위해 단순히 흉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동작의 단위를 분절로 쪼개 세밀하게 연결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당연히 기술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날은 잘 되다가 어떤 날은 잘 안되는 상황을 경험한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기 때문에 지루함과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또한 자신의 현재 수준과 상위권의 동료 선수들과의 간극이 보이기 시작하며 '난 왜 이것 밖에 못하지?' 라는 자책과 함께 운동선수로서 한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더불어 부모님의 기대, 주변과의 비교, 교우관계 등 다양한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점차 심리적으로 고립된다. 선수에게 무엇보다 제일 힘든 것은 분명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에도 더이상 자신의 실력이 예전처럼 오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에 매몰되어 자신의 가치를 낮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상위 단계의 선수도 플래토를 종종 경험하지만 실제로 슬럼프라고 주장하는 선수들의 경기력 지표를 분석해보면, 목표는 상향 조정되었지만 막상 기량은 저하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정량적 지표를 기준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플래토를 경험하고 있는 선수에게 나는 "지금 잘 하고 있고, 지루해도 버텨야 된다. 버티는 게 잘하는거다"라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이 말을 이해시키는 일이 힘든 일인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운동의 특성상 매 순간이 경쟁인 선수들에게 이런 말은 와닿지 않나 보다. 특히 시즌까지 진행되고 있으면... 일부 선수들이 간혹 나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동료들이 옆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할 수가 없어요", "00보다 잘해야 한단 말이에요, 쟤를 이겨야 게임을 뛸 수 있는데요?", "코치님이 뭐라고 해요... 이 맨날 욕먹어봤어요?" 사실, 맞는 말이다. 이런 경우에 사실 내가 멘탈이 나간다. 선수들이 따지기 시작하면 나도 감당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플래토는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선수들에게 제시했던 방향성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


자신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많은 운동선수들이 방법의 변화를 모색한다. 내가 현재 제대로 된 방법으로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생활 패턴을 바꿔야 되지는 않는지, 더 무언가를 해야되지는 않는지 등의 생각을 하며 잘 하는 선배나 유명 선수들의 슬럼프 극복방법을 적용하여 자신의 생활패턴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나는 무분별한 변화를 지양하도록 코칭한다. 무엇이든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방법들을 우왕좌왕 적용하게 되면 그동안 쌓아 올린 시스템들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형되면서 시간이 점차 흐르면 깊은 슬럼프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나름 잘해보기 위해 진행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나를 구렁텅이로 더 밀어 넣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려는 에너지를 지금 상황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 예정된 운동이 하기 싫은 경우에도 생각이나 단어(성공, 돈, 차, 가족, 부모님 등), 취미생활 등을 통해 예전의 빈도와 강도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비록 예전의 동기와 집중력은 아니어도 안 다치고 동일한 운동량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목표와 기대치의 하향 조정

실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에 높은 기대치는 당연하다. 문제는 자신의 실력보다 2~3단계 위의 경기력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플래토를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높은 기대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의 기대나 외적 보상에 의해 경기 전략을 무리하게 설정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예로 "넌 더 잘할 수 있어" 혹은 "oo보다는 잘 해야지" 라는 주변기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게 만드는 주 요인이다. 높은 목표는 오히려 무리한 전략을 설정하거나 막연한 전략을 설정하게 만든다. 예로 '잘 하자!', '실수하지 말자!', '쟤는 반드시 이기자' 등의 목표는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지 못하고 스스로 부담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된다. 결국, 플래토를 겪는 시기에는 경기력에 대한 기준치를 낮게 설정하는 작업을 통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심플한 전략을 설정하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목표를 달성하며 성장하는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전보다 향상되는 폭이 크지는 않지만, 자신이 목표한 것을 달성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운동선수를 떠나 삶에서도 큰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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