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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13. 2021

비행 회사원의 깨달음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회사에서는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정신, 여유, 판단, 초점, 느낌, 생각 등. 이런 것은 모두 사치였다. 쌓여가는 일 더미를 해치우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머리로 정보가 흘러가기 전에 손과 입으로 처리했다. 깊은 고민보다는 얕은 결정으로 순간순간을 지나쳤다. 이런 나보다도 더 바쁜 일은 쉴 틈 없이 벌어지고 몰아쳤다. 마음과 몸을 위해 쉬어가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밥 먹을 시간은 주어졌지만, 여유롭게 챙겨 먹기 어려웠다. 먹다가도 하다 말고 온 일을 어떻게 할지 떠올리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일이 원래 그런 건지, 일하는 내가 원래 그런 건지 몰랐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에서도 회사와 연결되어 있었다. 퇴근해도 쉬는 날에도 늘 동동댔다. 끊임없는 일의 파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꽁꽁 붙들려있었다. 수영 못하는 사람처럼 같은 자리에서 허우적대길 반복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퇴근할 때 사무실을 나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나무에 일을 걸어두고 가라고. 출근할 때 다시 그 나무에서 일을 내려서 사무실로 들고 가라고. 솔깃했다. 그럴듯했다. 바로 해봤고 금방 슬퍼졌다. 나와 일은 생각보다 더 친밀했다. 일을 걸어둔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와 쫄래쫄래 따라왔다. 혹시라도 회사 밖에서 자신의 존재를 잊을까 봐 시야를 벗어나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사라지겠지 하며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도 소용없었다. 잘 때라도 따로 자면 좋겠건만 죽부인처럼 꼭 껴안고 잠들었다. 우린 이미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함께하고 떨어질 수 없는 관계. 이 녀석과 헤어지기는 어려웠다. 이미 내가 일이었고 일이 나였다. 


특별히 싫어하는 순간이 생겼다. 바로 휴대폰이 울릴 때. 요즘이야 이메일에, 카톡에, 소통의 방식이 다양해졌지만 그땐 일단 전화였다. 하루의 절반은 통화를 했다. 하루의 절반이 싫었다는 말이다. 아무리 문서와 글로 설명해두어도 직접 목소리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 나부터도 그랬다. 답답하고 애매하면 일단 전화부터 걸었다. 전화 통화로 진을 빼고 나면 다시 집중하기 어려웠다. 정신을 좀 모을만하면 다시 벨이 울렸다. 어떤 날은 온종일 전화만 하다가 끝나기도 했다. 입에서 지독한 단내가 나서 자신의 향취에 괴로워지곤 했다. 


* 일에 파묻히며 자신을 잃어가던 나에게 벌어진 큰 사건은? (우리의 책에서 만나요!)



『퇴사라는 고민』 

교보문고 https://bit.ly/3RizpNk

예스24 https://bit.ly/3yjCDYx

알라딘 https://bit.ly/3AxtmPd

인터파크 https://bit.ly/3ah39tG

첫 번째 책에 주신 관심 덕분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인생에서 긴 시간을 차지한 ‘회사’ 이야기입니다. 제목처럼 전 여전히 ‘퇴사’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면 영원할 줄 알았던 휴직이 끝납니다. 꼭 돌아갈 것 같았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해답을 줄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느끼는 온갖 사건과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함께 즐겨주시면 저와 우리가 해나갈 고민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꼭 읽어주시길 추천과 부탁을 동시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인세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입니다. 이번 책으로는 과로, 우울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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