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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법 Jul 16. 2016

흡스굴 가족여행 2

2016. 7. 11

난로의 장작이 모두 타 버리고 게르 안은 쌀쌀해져 새벽 6시쯤 눈을 떴다. 감기라도 걸릴라 다시 난로의 불을 지펴 보려 한참을 씨름했지만 도시 촌놈에게 그다지 수월한 일은 아니었다.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침상 위에 이불을 잔뜩 뒤집어쓰고 쭈그린 자세로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종류의 캠프는 축복이었다. 옷을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가는 차를 조심하며 놀이터를 가야 하는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게르의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펼쳐지는 푸르른 자연은 더없이 훌륭한 놀이터였다. 전날 내리던 비는 완전히 그치고 파란 하늘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호숫가로 달려갔다. 


몽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충분한 곳이다. 하지만 어디 아이들이 그런가? 아이들에게 어디에서 뭘 보았냐 보다는 누구와 뭘 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모터보트를 타기로 했다. 인당 25,000투그륵. 가족이 전부 다 타면 10만 투그륵. 캠프에서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자기들 남자 스태프 한 명을 더 붙여줬다. 보트는 시끄러운 모터 소리를 내며 호수를 헤치며 나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광경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숨이 막히는 것이었다. 너무도 맑은 탓에 호수의 바닥은 훤히 들여다 보였고, 파란 하늘이 비쳐 우리가 보트를 타고 하늘을 헤치고 나가는 것인지 물을 헤치고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너무도 힘들었던 어제의 여정이 순식간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러할까. 아이들이, 언젠가 커서 갈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영상을 보면서 늘 소중한 기억으로 추억해 주길 바란다.


OSMO 1080P 60fps / BGM - Sigur R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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