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법 Jul 23. 2016

흡스굴 가족여행 4

2016. 7. 12

마지막 날 아침.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았다.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을 배경으로 서있는 직원용 오두막과 러시아용 승합차 프루공의 모습은 마치 몽골이 아니라 북유럽, 대략 핀란드 어디쯤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게 만들었다. 갑자기 이런 풍경을 마주하니 도시로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캠프 주인장에겐 저녁까지 먹고 갈 테니 얼마를 더 드리면 되겠냐고 물어보니, 사람도 없는데 게르 값은 안 받겠다, 저녁값만 내라고 했다. 아직 몽골은 그러하다. 물론 몽골말 못 하는, 몽골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순전히 여행객 같으면 게르 값이 올라간다. 우린 1인에 8만 투그륵이었지만, 다른 한국인에겐 60불(약 12만 투그륵)을 받았다고 한다.

프루공 언제 타보나.


아이들은 아침부터 뭔가를 하느라 분주했다. 우리 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다 호수가로 내려갔다. 언제 여기 또 와보나. 아이들과 물가에서 놀다 물속에서 넘어지고 말았다. 아이폰이 죽었다. 젠장...


물이 너무 맑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잘만 갔다. 아무것도 없는, 자연 속에서 그냥 그렇게 지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일까. 저녁까지 먹고 8시쯤 길을 나섰다. 끝없이 밤새 달릴 시간. 


한국에선 절대 못 볼 풍경.


볼강 - 에르데네트를 거쳐 포장길로만 달렸다. 중간에 구글맵이 알려준 길이 없어 다르항 쪽으로 살짝 돌긴 했지만, 겨우(?) 13시간 만에 집에 도착했다. 20시간에 비하면 대단히 빠른 셈이다. 


울란바타르는 조용했다. 12일, 정식 나담 축제가 끝나고 그제야 시골로들 향하는가 보다. 그렇게 힘들었음에도, 시간이 지나고 일상생활로 돌아온 지금, 다시 길을 떠나보고 싶다. 여행사를 하시는 지인분이 자브항(Завхан)에 가 볼 계획이라고 한다. 무려 1,300km, 약 1주일의 여정. 흡스굴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 아이들을 데리고는 무리일 테고, 가족들을 그리 오래도록 떼놓고 가지도 못하고 당연히 갈 수 없지만, 마음이 동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피 사진작가가 되고 싶었던 생각을 어찌보면 시도해 볼만한 나라에 있지만 역시 무리다. 


일단 이번 여행 먼 길 무사히 잘 다녀왔으니 다행스럽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흡스굴 가족여행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