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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법 Jul 25. 2016

겨울보다 괴로운 여름

역시 몽골은 겨울이지!

울란바타르는 세계에서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수도이다. 지난 겨울만 해도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추위가 연일 계속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추위보다 더욱 견디기 힘든 건 공기. 게르 지역에 사는 빈민들은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아 게르 안 난로에 나무, 갈탄, 쓰레기 등을 태우고 있다. 밤이 되면 시내 중심가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스모그로 가득해지고 그 매캐한 냄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처음 한국에 돌아갔을 때 그 냄새가 마치 온몸에서 뿜어져 나가고 있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제법 공기 좋은 남쪽에 살고 있어, 그리고 자가용도 장만해 겨울에도 그 속을 거닐 일이 많진 않긴 하지만, 가끔 저녁 무렵 시내 중심으로 나가게 되면 호흡의 곤란해질 정도이다.

2014년 12월 어느 오후, 아파트에서 바라 본 시내


건조한 추위는 견딜만하다. 눈이 잘 오지도 않는다. 오더라도 싸라기 눈처럼 건조한 눈이라, 쌓이기는커녕 이내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4-5월에 내리는 눈이 푸근하고 좋다. 그래도 영하 30-40도가 만만한 기온은 아니다. 영하 30도 아래로 내려갈 땐 밖으로 노출된 피부는 춥다는 감각을 느끼기 전에 아프다는 느낌이 먼저 찾아온다. 그래도 감싸면 괜찮다. 한국의 추위는 뼈속으로 파고드는 으슬으슬함이라면, 여긴 피부를 얼려버리는 매서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겨울이 더 춥다고 하는 몽골사람도 있을 정도.



짧은 여름이 시작되면 황량했던 몽골은 순식간에 녹(綠)의 나라로 변신한다. 불과 며칠 전에 눈이 내렸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그만큼 햇볕이 뜨겁다. 뜨거워서 녹아버릴 지경이다. 물론 습도가 낮아 그늘이나 건물 안에 있으면 시원하다. 비라도 오면, 그래서 구름이 햇볕을 치워버리게 되면, 35~37도에 육박하던 수은주는 금세 20 여도로 곤두박질친다. 하지만 차 안에 앉아 있으면 말 그대로 찜통으로 변한다. 아무리 에어컨을 세게 틀어도 뜨거운 햇볕을 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마치 제대로 휴가 가서 선탠한 사람처럼 까맣게 돼버린다. 덕분에 이제 몽골사람들이 나를 보고 베트남 사람이냐고 물어볼 지경이다.


너무 뜨겁다. 슬슬 양산을 챙기고 다니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우산도 양산도 잘 안 들고 다닌다. 그때 그때 그늘이라면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 카페 같은 실내에 에어컨이 제대로 돌아가는 곳도 없다.


공원에 가도, 놀이터에 가도, 칭기스 광장에 가도 그늘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고 어른들이고 해가 기울고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저녁 8시쯤 밖으로 나온다. 밤 10시면 그 주변은 차가 막혀 난리도 아니다.

그늘이 없다.

그 정도로 뜨거운 햇볕 때문에 선글라스는 한국처럼 멋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필품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한국 사람의 눈에는 멋쟁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간지 좀 나나

정체가 심한 도심 한 복판에 운전대를 잡고 앉아 있는 것만큼 괴로운 일도 없다. 몽골사람들이 왜 여름에 1~2개월이란 긴 시간 동안 일도 안 하고 시골로 놀러 가는지 이해할 만하다. 흡스굴 다녀오느라 고생했지만, 그래도 앉아서 또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진짜 여름보다 겨울이 좋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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